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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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친자확인 방법이 있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7. 16. 17:00

조선시대, 충청도 지방의 어느 마을에 어렸을 적 잃어버린 어머니를 5년 동안이나 찾아다니는 학동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학동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학동은 죄책감으로 하루하루를 살다가, 어느 날 드디어 관아에서 학동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단걸음에 관아로 달려간 학동!

그러나, 관아에서 찾은 인물은 이미 죽어 해골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분이 울 엄니인 줄 어떻게 알쥬?”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오작인(시체검시관의 보조)은 학동에게 칼 한자루를 가져오라 일렀습니다.

칼을 가져온 학동이 의아해 하니,

오작인은 이 칼 한 자루면 친자 확인을 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잃어버린 어머니를 5년 만에 찾게 된 학동!

과연 어머니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핏줄’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과연 조선시대에도 친자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었을까요?

조선시대 검시책인 [증수무원록(增修無冤錄)]을 살펴보면 자식의 피를 통해 죽은 부모와의 친자관계를 확인 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혈육이라면 죽어서도 자식의 피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증수무원록]에서 말하는 친자감별법은 먼저 자식의 손가락 등을 찔러 한 두 방울의 피를 내도록 합니다. 그리고 죽은 부모의 해골 위에 그 피를 떨어뜨립니다. 잠시 후, 피가 뼈 속으로 스며들면 혈육이요, 스며들지 않고 아래로 흘러버리면 혈육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다소 황당한 감이 있지만, 친히 책에까지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렇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과연, 죽은 사람의 해골과 산 사람의 피로 혈육관계를 확인하는 방법이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당시에도 친자인지 여부를 감정하여야 할 필요가 가끔 있었던 모양인데요. 부모의 해골 위에 피를 떨어뜨려 스며드는지 여부로는 친자관계를 감정할 수 없습니다. 매장한 뼈에 지방 성분이 분해되지 않았거나 골막이 유지돼 있으면 혈육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혈액은 무조건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린다는군요.

현대에는 유전자검사(DNA검사)를 통해 약간의 조직으로도 틀림없는 감정을 시행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내 혈육이라면 죽어서도 본능으로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에서 생겨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형제가 맞을까?

 

피가 섞였다 혹은 섞이지 않았다는 말 자주 사용하시죠? 흔히 친형제지간에는 피가 섞였다고 말하고, 친형제가 아닌 의형제의 경우에는 피가 섞이지 않은 형제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조선시대에는 진짜 피를 섞어 친형제를 감별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증수무원록]에 따르면,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던 형제가 몇십년 만에 만나 서로가 진짜 형제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피’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우선, 형제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두 사람의 피를 각각 내어 물이 들어있는 그릇 안에 동시에 떨어뜨립니다. 둘이 형제라면 피가 하나로 응결하고 아니면 응결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요. 다만 생혈(生血)이 소금과 초(醋)에 닿으면 굳어버리기 때문에(두 사람의 피가 각각 응고하여, 하나로 섞여 응결하지 않기 때문에) 먼저 시험할 그릇을 가져다가 사람들의 입회하에 깨끗이 씻거나 혹은 새 그릇을 취하여 시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핏방울을 떨어뜨려 물에 넣는데 만약 그릇이 크고 물이 많아 핏방울간의 거리가 멀면 즉시 응결하지 못하고, 혹 물에 떨어뜨릴 때에 조금이라도 선후(先後)의 차이가 나면 피가 차고 더움이 달라지므로 그 때에도 역시 응고하지 않게 된다는군요. 따라서 적당한 크기의 그릇에 같은 시간에 정확히 피를 떨어뜨려야 정확한(?) ‘친형제 확인’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현 시대에 판단해 보면 절대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니, 절대 따라하시면 안돼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 한 방울로 부모님을 확인하는 방법도, 친형제를 확인하는 방법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터무니없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지금에야 ‘그게 말이 돼?’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 정말 내 부모님인지, 내 형제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간절했을까요?

 

피를 이용하여 친부모와 친형제를 감별하는 방법이 언제 어떻게 시작된 건지는 모르지만, 친자와 친부모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려 하다 보니 잘못 알려진 방법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실현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자료 = 한국컨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 유통센터 http://egurman.culturecontent.com/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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