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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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7. 16. 08:00

하얀 집

최00 / 청송직업훈련교도소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을 남들은 ‘큰집’, ‘학교’ 등으로 부르지만 저는 ‘하얀 집’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 그리고 그 안에 자리 잡은 하나하나의 건물이 모두 하얀 색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곳을 하얀 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사실 재소자들 중에는 깊은 상처를 온 몸 구석구석에 덕지덕지 붙인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또 다른 상처를 만들며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들이지요. 타인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저는 ‘찌질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깊은 상처를 씻어내고, 그 씻겨 내려간 자리에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새로운 행복, 새로운 자신감, 새로운 희망을 채워 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이곳 ‘청송직업훈련교도소’를 저는 정식 명칭 대신 ‘하얀 집’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제가 이곳에 머물게 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실 처음 이곳에 올 때만 해도 ‘기술을 좀 더 배워보겠다’ ‘기술을 밑천삼아 다시 시작해보자’ 그런 마음이나 각오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모집한다니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을 했고, 직업훈련교도소로 가라고 해서 그렇게 오게 됐습니다. 그냥저냥 하루하루 지내다가 형기가 종료되면 예전의 상태 그대로 집으로 가면 그만이라고 여겼습니다.

 

 

저의 마음속에서는 ‘도대체 여기서 무얼 배운단 말인가 이 징역살이에서’ 하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더구나 말이 좋아 ‘전기기능사 자격증 소유자’이지 저는 간단한 전기 회로도조차 제대로 볼 줄 모르고, 나사못 하나 변변하게 박을 줄 모르는 완전 생 초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고등학생 때 취득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도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세월의 간극만큼이나 자격증은 제게 아무 소용없는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전기기술이라고는 일점도 지니지 못한 제가 전기기능사 과정을 교육받는 것은 거의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저는 몸도 마음도 의욕상실 상태였습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 하나만 보고 나를 이곳에 보낸 사람들을 비웃고 냉소했습니다. 하지만 무의미하게 허송세월을 하는 저를 이곳은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직업훈련교도소라는 명칭에 걸맞게 전기 기능사로서 숙달되고 능숙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저를 숙련공으로 양성했습니다. 또 그럴 수 있는 시스템과 노하우가 풍부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실무적인 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쳤습니다. 쓸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니 저도 조금씩 적극적인 자세로 교육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곳에서의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흘러갔습니다. 이제는 전국 기능대회에서 제출하는 문제 정도는 익숙하게 풀어 정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비록 멋들어지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합선이 일어난다거나, 잘못된 설치를 하여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컴퓨터 키보드 자판도 처음엔 어느 키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제는 200타나 칩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도면을 그리는 작업(CAD)도 척척 해냅니다. 1년 전에 비한다면 쑥스럽지만 일취월장했죠. 미꾸라지가 용된 것입니다.

 

작년 여름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습니다. 그 때 실습장에서 스위치, 전등, 타이머, 정크박스 등의 공작물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드라이버를 힘주어 돌렸을 때 제 등줄기 위로 땀방울 하나가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나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 겁니다. 그 때의 느낌은 지금까지도 너무나 생생합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고물이 되어버린 내 엔진이지만 기름칠을 해서 다시 한 번 돌려보자’

 

 

만약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했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없었을 겁니다. 이곳은 기술자로서의 숙련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보고 싶은데 어떻게 펜을 쥐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자세로 나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지 그 방법도 알려줍니다. ‘나는 몽당연필이라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에게 끊임없는 희망과 자신감을 펌프질해주는 곳입니다.

 

제가 낮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전기 실습장은 3층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서 밖을 내다보면 푸른 산이 보입니다. 그런데 운이 좋으면 비 온 뒤 물안개와 함께 계곡 사이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가 있습니다. ‘내 인생에도 저런 무지개가 뜰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언젠가 이곳을 나가게 되겠지요. 사회에 복귀하면 저는 이곳 ‘하얀 집’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참 감사한 마음이 들 겁니다. 이곳에서 배운 대로 포기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제 꿈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적어도 제 자신에게는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이 글은 교정본부에서 재소자들의 글을 모아 만든 책

‘새길(통권 409호)’에 실린 글입니다.

 

여기서 잠깐!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 중에 약 1/4은 3년 내에 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복역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수용자 수가 4만 8천여명에 달합니다. 이 중 1만 500여명(22.7%)이 3년 내에 재복역한 인원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여전히 재범율이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수용자들이 재범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없어 출소 후 또 다시 사회에서 겉돌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인식하에 법무부는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재범방지 사업’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 사업’보다 더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수형자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취업 알선·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형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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