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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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앓았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나요?

법무부 블로그 2010. 6. 23. 22:00

환자는 사회적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교육․노동․이동 등 기본적인 사회활동에서

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

 

- 환자권리 선언 중에서

 

 

 

 

 

 

지난 6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난 박진석(32)씨의 표정은 밝고 희망에 차 있었습니다. 과거 백혈병 환자였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건강해 보였습니다. 박진석씨는 제3회 환자권리주간을 맞아 ‘환자권리 심포지움’에 참석해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 불합격사유 합리적 개정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 환자권리 심포지움에 참석한 암시민연대 최성철 사무국장    ▲ 박진석 백혈병 환우회 사무국장

 

사실 박진석씨는 백혈병 환우회 사무국장입니다. 그는 이날 공무원 채용 불합격 사유에는 총 14개의 항목 안에 60개의 질병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백혈병도 포함되어있어 과거 질병을 이유로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신체검사 단계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유공자 · 의사상자 · 장애인은 예외). 자기가 걸리고 싶어 걸리는 병도 아닌데, 과거 병력을 이유로 공무원 채용에 합격하지 못한다니...!! 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직업 선호도 1위 ‘공무원‘

[표1. 직업 선호도 조사 결과. 커리어&에듀윌. 2009]

직종

공무원

일반

사무직

기술직

금융직

교육직

마케팅 홍보직

영업직

(창업포함)

직업

선호도(%)

20.1

17.6

10.8

8.9

7.5

7.3

5.4

어떤 회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업 선호도를 조사해보니 1위가 바로 공무원이라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안정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좋아하는 공무원인데도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한 번 내려지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공무원시험 신체검사기준의 신체검사 결격사유에는 '백혈병'이라는 병명이 기재되어 있는데, 골수이식이나 항암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되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이나 골수이식을 받지 않고 항암제를 복용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등 한번 백혈병 진단이 내려지면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 자체가 어려우니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백혈병이라는 것은 혈액에 발생하는 암이기는 하지만, 전염의 위험도 없고, 종류에 따라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백혈병’이라는 병명만으로 공무원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다소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진석 사무국장은 이 규정의 인권침해여부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무원으로서 신체적인 직무수행능력 유무의 판단기준을 개별적인 질병명 중심으로 규정하는 방식보다는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등과 같이 의료인에 의한 전문적 판단여지를 두도록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이 규정의 불합리성에 대한 건의를 받아들여 현재 검토 중이며, 이르면 9월 공무원시험 필기 발표 전 고시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환자는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약한 것일 뿐!

환자는 약자이며 비전문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리를 비자발적으로 포기시켜도 되는 사람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공무원 채용에서의 문제 뿐 아니라 사기업 취업 문제, 환자들의 약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는 문제 등 환자의 권리를 위한 활동은 계속 되어야 하며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는 무조건 초췌한 얼굴로 병실에 누워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환자임에도 자신의 돈벌이를 하고, 가족을 책임지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아프지 않은 사람들보다 아프지만 아픔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더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환자는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약한 사람일 뿐, 다를 것도 틀릴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다면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환자들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자료사진 = 김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