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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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원어민 강사한테 영어 배울 수 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6. 24. 11:00

 

자신의 몸 하나 추스르기도 녹록치 않은 외국 생활. 하지만 필립 로자노 씨는 말도 설고 문화도 선 한국에서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눈을 돌려 영어교육 봉사단체를 결성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의 깊은 속내를 느낄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하다는 그에게선 밝고 건강한 삶의 기운이 오롯이 전해졌습니다.

 

▲ 영어교육 봉사단 H.O.P.E.의 창립 멤버 “필립 로자노”

 

 

한국에 뿌린 나눔의 씨앗 한 알 H.O.P.E.

 

한국에서 영어는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되는 세상이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영어에 올인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지요. 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 이외의 영어교육, 그것도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영어수업이란 여전히 먼 나라 얘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면서 소외계층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필립 로자노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영어교육을 통해 어려운 이들을 돕는 외국인 영어교육 봉사단체 ‘H.O.P.E.(Helping Others Prosper through English)'의 창립멤버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광화문 지하철역 앞에서 만난 필립 로자노씨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H.O.P.E.(Helping Others Prosper through English)란?

 

 

H.O.P.E.는 외국인 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 비정부 기관입니다. 영어학습의 기회가 적은 소외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무상의 영어교육을 제공하고자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노숙자를 위한 음식 나누기와 지방의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육까지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H.O.P.E.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함께 자원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기부할 수 있는 방법 등이 한글과 영어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H.O.P.E.의 공식 홈페이지 주소 : www.alwayshope.or.kr 

 

 

 

호기심으로 택한 한국에서의 특별한 인연

 

필립 로자노씨가 한국 땅과 인연을 맺은 건 2006년 12월. 비즈니스를 전공한 그는 영어강사로 외국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고,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선택한 곳이 한국이었습니다.

 

“제 모국인 캐나다에서 살 때, 제 옆집에 살던 이웃이 한국에서 5년이나 살다 오신 분이었습니다. 그분한테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요. 또 외국에 나가 영어를 가르치던 친구들이 제 주변에 많았는데, 보통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가면 1년 정도 있다 돌아와요. 그런데 한국에 간 친구들만 2~3년씩 혹은 더 오래 머물다 오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한국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오게 된 한국. 필립 로자노씨는 한국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을 만나고, 한국의 거리를 누비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모두 즐겁다고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적지 않은 수업료를 냅니다. 저는 영어를 가르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중한 경험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저에게 한국 생활 자체가 좋은 기회가 되었지요. 하지만 학원에서 가르치는 생활만으로는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었어요. 또 제가 받은 것을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 H.O.P.E.의 초창기 멤버들 (출처: H.O.P.E 공식 홈페이지)

 

필립 로자노씨는 캐나다에서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전화 상담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한국에서도 뭔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마침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외국인 동료 두 명과 한국인 친구 한 명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들과 마음을 합쳐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교육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이것이 H.O.P.E.의 출발이 되었습니다.

 

H.O.P.E.는 사회복지센터나 주민자치센터 등을 통해 연결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상은 주로 6~10세 아이들이지요.

 

“저희는 영어 점수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영어는 많이 접해야 좋은 건데, 소외계층 아이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외국인과 직접 만나 외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해야 할 때, 영어를 친숙하게 느끼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저희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업도 재미 위주로 진행합니다.”

 

 

 

 

국경을 초월해 퍼지는 나눔의 씨앗

 

2008년 6월, HOPE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소외계층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단체를 찾는 것부터 관공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지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은 한국인 자원봉사자였습니다. 이들은 무상 영어교육을 원하는 단체를 섭외해 외국인 강사와 연결해주고, 각종 문서 작업과 한국어 통역 등을 도맡아 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인을 돕고, 한국인이 또 그 외국인을 돕는 셈이었지요.

 

덕분에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세 명이었던 외국인 봉사자가 작년엔 무려 30여명에 이르렀고, 한국인 자원봉사자도 20여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HOPE는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강의하는 곳도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공식 홈페이지(www.alwayshope.or.kr)도 오픈했으니 이만하면 단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 목표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목표를 충분히 이룬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학교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의 고등학생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영어교육을 시키고, 실력 있는 아이들은 캐나다로 영어연수도 보내줄 계획입니다”

 

 

필립 로자노씨는 곧 고향인 캐나다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전공인 비즈니스와 한국에서의 봉사 경험을 살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몸은 떠나지만 H.O.P.E.를 위한 자문 활동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HOPE를 통해 값진 것을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돌아갑니다. 이 활동이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서울 광화문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봉사활동을 통해 더 넓은 한국, 더 많은 한국사람, 더 깊은 한국의 속내를 볼 수 있어 행복했다는 필립 로자노씨. H.O.P.E.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조차 몰랐던 자기 안의 열정을 발견한 것 또한 의미 있는 수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낯선 땅 한국에 ‘나눔’이라는 소중한 씨앗을 뿌리고 캐나다로 돌아갑니다. 그의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처럼 이 ‘나눔’의 씨앗도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 무성한 나무로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이 글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출간하는 잡지인

‘공존’[2009년 봄호]에 게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