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몸의 절반 이상이 3도 화상 “그래도 사랑해”

법무부 블로그 2010. 6. 23. 08:00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사고 전이요?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전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세상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만 저는 이미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되었거든요^^”

 

지난 6월 18일, 작가 이지선 씨와 소년원 학생들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전국 소년원 학생들이 모여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IT 경진대회를 하는 곳에 이지선씨가 찾아와 특별 강의를 해주셨거든요. 이지선씨는 ‘지선아 사랑해’와 ‘오늘도 행복합니다’ 등 두 권의 책을 집필하였으며, 현재 미국과 한국 등을 순회하며 희망 전도사로 활동하고 계신 분입니다.

 

 

▲ 소년원 아이들에게 자신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지선씨.

이지선씨의 책은 이미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올해 서른 세 살인 이지선씨는 10년 전만해도 평범한 여대생이었습니다. 2000년 어느 날, 오빠와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던 길에 6중 추돌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고를 낸 차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치던 도중, 이지선 씨가 타고 있던 차량과 다시 부딪치는 6중 추돌 사고를 일으켰지요. 이 사고로 이지선씨는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오빠의 응급처치로 목숨을 구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지선씨의 화상을 보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고 합니다.

 

“사고 후 가장 힘들었던 건 연세 드신 분들이 쯧쯧쯧 하고 혀를 차시는 거였어요. 오셔서는 빤히 쳐다보거나 왜 그렇게 되었느냐고 자꾸 물으시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정인데, 저에게는 참 힘든 부분이었어요.”

 

이지선씨는 2개월 동안 중환자실에서 매일 고통스러운 소독을 하고, 매일 밤 옆 사람이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 곧 나도 죽겠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고 합니다.

 

“중환자실에서 처음 일어났을 때는 외계인한테 잡혀온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꿈인줄 알았는데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하더라구요.”

 

 

▲ 중환자실에서의 이지선씨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소년원 학생들 

 

 

밥 반공기만 먹어도 어머니는 무척 행복해 하셨어요.

 

이러한 이지선씨를 옆에서 지켜주며 힘이 되어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어머니셨지요.

 

“중환자실에서는 살지 않으려고 밥을 안 먹는 사람이 많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죠. 그런데 제가 밥을 안 먹을 때마다 기도하시는 엄마 뒷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밥을 반공기만 먹어도 엄마가 너무 행복해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밥을 안 먹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를 위해서라도 내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지선씨는 본인이 어떤 모습이든 그저 살아주기만을 바라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죽어간 사람들도 있는데, 지선씨가 살아남은 건 어떤 사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사고 1개월 전의 이지선씨 모습

 

“그 당시 의료 분업으로 의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수술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제 얼굴은 눈, 코, 입만 빼고 모두 붕대로 감겨 있었죠. 너무 힘들어서 한 가지씩 감사한 일을 찾기로 마음 먹었어요. 화장실 혼자 가기, 환자복 혼자 입기, 그런 일들을 해내면서 제 마음의 평안을 찾았지요.”

 

그렇게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또 다시 손가락이 감염되어 손가락 마디를 자르는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지선씨는 그 때 정말 속상해서 펑펑 울었는데, 그래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마음 속 한 구석에서 그래도 살아있으니까 너무 속상해 하지 말자는 말이 들렸다고 합니다.

 

“그 당시 파업 때문에 수술을 못 받으니까, 미국에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막연하게 미국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마음 치유 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한 번 해봤으니까요^^

 

이지선씨는 지금 미국에서 공부중입니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올해 9월부터 사회복지 박사 과정을 밟게 된다고 합니다.

 

 

▲ 미국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는 이지선씨.

힘들 때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푼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제일 힘든 거요? 아무래도 영어가 안 편하니까 언어가 제일 힘들지요. 한국에 있으면 가족도 있고, 사랑도 많이 받고, 할 말도 다 하고 살 텐데 그러지 못 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언어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교과목을 배우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병원의 치료는 한계가 있고 마음의 상처는 치유가 어렵습니다. 이지선씨는 그 마음을 스스로 치유했고, 앞으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한번 해봤으니까 그래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고 후 더 이상 스물세 살 여대생의 마음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이지선씨는 10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는 ‘희망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이지선씨의 특강 내내 소년원 아이들은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고 몰입했습니다. 침을 삼키면 그 소리가 들릴까봐 걱정스러울 정도였지요. 소년원 아이들뿐만 아니라 제게도 삶의 큰 용기를 얻게 해준 감동 특강이었습니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땐 지금도 한번만 더 참아보자고 다짐한다는 이지선씨는 10년 전 자신을 만나게 된다면 이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힘내. 잘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 질 거야”

 

 

▲ 강연이 끝나자 아이들이 몰려와 사인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지선씨는 사인과 함께 작은 희망의 메시지도 적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