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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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76세 할머니 수용자를 구출하라!!

법무부 블로그 2010. 6. 22. 11:00

“누가 소 여물 좀 주세요!!”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계속되는 일과 속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노역장 수용자가 입소했습니다. 입소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백발의 44년생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되었지요. 얼마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현재 홍천에서 홀로 생활하는 그 할머니는 벌금 100만원을 낼 돈이 없어서 노역이 집행되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들어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할머니의 사연은 우리 직원들의 가슴을 무척이나 짠하게 했습니다. 

 

할머니는 집에서 소 7마리와 개 10여마리를 키우는데 자기가 없으면 밥 줄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노역장에 있는 20일 동안 다 굶어 죽게 될 판이었지요. 여자사동 계장님을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자기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걱정을 하며, ‘직원이 돌아가며 가축을 돌보자.’, ‘돈을 걷어 벌금을 내주자.’ 등 갖가지 해결책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 가운데 일단 관공서를 상대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지요.

 

홍천군 동면사무소에 전화해서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마침 그 할머니가 사시는 마을 이장이 면사무소에 왔다며 바꿔주었습니다.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이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신통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면사무소 사회복지사와 통화를 했으나 할머니가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로 등록되지 않아서 자신은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거 참 큰일이다. 소 여물은 누가 주나? 여물을 줄 수 없으면 소를 팔자.

그러면 벌금은 나오지 않겠나?

한참의 고심 끝에 결국 할머니를 겨우 겨우 설득해서 소 한 마리를 팔기로 했습니다. 오지랖 넓은 수용기록계 정 주임이 축협에 전화해서 소를 파는 방법을 알아보더니, 소 팔러 간다고 어수선을 피웠습니다. 이러다 부업으로 소 장사를 사게 되는 건 아닌지...?^^a

 

 

쥐구멍에도 볕이 뜨는구나!

소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 같자 갑자기 제 어릴 적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제대로 무엇을 하며 밥벌이를 할 것인가 생각하다 소 키우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 송아지를 키워서 팔면 얼마 정도 남는지 알아봤었는데요. 계산상으로 50여 마리 정도 키우면 풍족하진 않아도 생활에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목장을 꿈 꾼 적도 있었지요.

 

각설하고, 모든 것이 여의치 않아 할머니와 다시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농협 회원이 되면서 출자한 돈이 있는데 현재 탈퇴를 해서 출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주임은 이번에는 농협 직원에게 할머니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출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농협에서는 1년 회계가 끝나야 돌려줄 수 있다고 원칙적인 답변만 했습니다. 하지만, “아! 그렇습니까?”하고 뜻을 접을 정주임이 아니었지요. 끈질긴 설득 끝에 직원으로부터 조합장에게 보고하고 다시 연락하겠다는 답을 이끌어냈습니다.

 

다음 날 출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고는 춘천지검 징수계로 직접 입금을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소를 팔지 않고도 출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국가 공무원이기에 사연을 갖고 이곳에오는 사연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우리에게는 그들을 성의껏 돌봐줘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우리는 그 의무를 다 해야 합니다. 서로가 바쁘게 살면서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도 수용자의 고충을 알고 도와주려 노력하는 우리 직원들이 대견해 보였습니다.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글 = 장기석(춘천교도소 교위) 

 

 

이 글은 월간 교정 2009년 12월호(Vol.404)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