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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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금난새, 소년원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다!

법무부 블로그 2010. 6. 18. 17:00

 

 

6월 15일 오후 3시.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가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이곳까지 찾아온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 학생들은 교복을 예쁘게 차려 입고 두 명씩 손을 잡고 강당으로 들어섰습니다. ‘안녕하세요’ 밝게 웃으며 선생님들께 인사하고, 조명과 음향시설이 설치된 무대를 살피며 소곤소곤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 모습이 천진난만한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여학생들이 입장한 후 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 남학생들도 입장을 했습니다. 하나같이 무척 설레는 표정이었습니다.

 

“연주회 감상을 위해 정장을 갖춰 입는다는 의미로 교복을 입었어요, 금난새 선생님처럼 유명하신 분이 우리 아이들을 찾아와주셔서 무척 기쁘고 감사합니다” 송화숙 교장선생님(안양여자소년원)의 말씀입니다. 그러고 보니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모두 설레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이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 소리와 함께 경기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금난새 선생님이 등장했습니다. 아이들의 박수와 함성이 더 커졌습니다.

 

“여러분, 제가 와서 기쁜가요?” 금난새 선생님께서 능청스럽게 물으시자 아이들이 “네!”하며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사실 소년원에서 하는 금난새 선생님의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2월 11일 서울소년원에서 공연을 한 후, 올해 안에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하셨고 그 약속을 지켜 다시 방문해 주신 거지요.

 

 

이 날 준비된 곡은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의 ‘4계’와 독일 작곡가 베토벤의 ‘운명’이었습니다. 먼저 비발디의 4계 중 ‘여름’이 연주되었는데, 공연 전에 선생님이 설명하신대로 격정적인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자 선생님께서 장난스럽게 뒤를 살짝 돌아보시더니 “졸지 않았나요?” 하고 눈을 찡끗하시더군요.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졸릴 때는 잠을 자세요. 잠을 자면 꿈을 꿉니다. 꿈은 좋은 꿈도 있고, 나쁜 꿈도 있지요. 그 꿈은 원하는 꿈일 수도 있고, 원하지 않은 꿈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원하지 않은 꿈을 꿀까봐 두려워 꿈꾸지 않는 사람보다는 꿈꾸는 사람이 훨씬 낫습니다.”

 

 

1시간 반의 클래식 공연, 그러나 조는 사람 없어

 

이날 경기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서울소년원을 찾아주신 또 한 명의 손님이 있었는데, 바로 서울예고 3학년 정지수 학생이었습니다. 정지수 학생은 실로폰의 일종인 ‘마림바’를 연주해 줬는데요, 그 신기한 모습에 소년원 학생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습니다. 금난새 선생님은 “여러분, 잘 들어보세요. 이제 곧 새가 날아올 거예요. 과연 어떤 새일까요?” 하면서 정지수 학생에게 마림바 연주를 부탁했습니다.

 

‘또로로로롱, 또로로로롱, 또로로로롱’

 

정말 새소리처럼 맑고 경쾌한 마림바 소리가 들렸습니다.

 

 

▲ 금난새 선생님과 함께 멋진 공연을 보여준 정지수 학생(우)

 

“여러분 어떤 새인가요?” 금난새 선생님께서 다시 묻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대답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작은 목소리로 웅성거려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금난새요!” 그 말에 모두가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30분 넘게 연주되었을 때도 학생들은 누구 하나 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선생님의 설명과 연주를 더 잘 듣기 위해 옆으로 고개를 삐죽 삐죽 내밀고 있었지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은 선생님을 그대로 보내드릴 수 없었는지 뜨거운 박수와 함께 앵콜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즐겁고 쾌활한 ‘고장난 시계’가 앵콜곡으로 연주되었습니다.

 

“제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은 이 마지막 말씀을 남기시고 오랫동안 팔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셨습니다.

 

 

행복한 지휘자 금난새의 영혼과 닮아 버리다.

 

▲ 경기필하모니 연습장면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는 1996년부터 시작된 전국 각지의 청소년을 찾아가는 공연입니다. 왜 굳이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를 고집하는 걸까. 서울소년원 공연이 있기 하루 전날, 금난새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소년원에서 연주회를 하는 것은 굉장히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되셨나요?

 

“지난 2월에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서 아이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강의를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강의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날은 30분 동안 공연을 했는데, 저도 아쉽고 아이들도 아쉬워하는 것 같아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했지요. 그리고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키게 됐어요. 저희 경기필하모니오케스트라 연주가 아이들의 도전과 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굳이 왜 청소년인가요?

 

“어릴 때 우연히 AFKN 방송을 통해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이끄는 뉴욕필하모니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게 됐어요. 정말 큰 감동을 받아 나중에 꼭 지휘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그런데 그때 연주 테마가 바로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였어요. 그 때의 감동을 전하고 싶어 저도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를 합니다. 청소년은 미래의 리더이고 미래의 희망입니다. 사회적 혜택을 많이 누리고 성장한 청소년은 그 혜택을 후세에 되물림해 줄 것입니다.”

 

 

 

어릴 때 AFKN을 보셨다? 영어를 되게 잘 하셨나봐요?

 

“하하하, 중학교 때 첫 영어쪽지 시험을 봤는데요, 선생님께서 신입생 중 알파벳을 모르는 학생이 딱 두 명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두 명 중 한 명이 바로 저였어요. 그 길로 영어 교습소를 찾았는데, 그 곳 선생님께서 제게 영어 연설문을 가르쳐 주셨어요. 덕분에 교내 영어 웅변대회에서 상도 받고, 자연스럽게 리더십도 생겼지요.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도 생기고, 성격도 많이 바뀌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휘자로 30년을 살아오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막 지휘자 공부를 시작하던 독일 유학생 시절이 생각나네요. 하루는 연습실에 제가 아끼던 연필을 두고 왔는데, 당연히 누가 가져갈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연습실에 가보니 제가 두고 온 자리에 그대로 연필이 있는 거예요. 아주 작은 에피소드지만 그 일 덕분에 독일 사람들에게 큰 신뢰를 갖게 됐어요. 저는 우리 청소년들이 그런 사회에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비록 연필 한 자루지만 그것을 함께 지켜줄 수 있는 사회, 서로 배려하고 지켜주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명성을 위해 연주한 적이 없다’고 하셨던 금난새 선생님은 ‘나눔’의 가치를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가 국민을 위해, 국민이 사회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해 애쓰고 나누면 행복한 세상이 되겠지요.

 

금난새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어려운 클래식 음악을 설명하시면서, 꿈과 용기를 가지라는 말씀을 끊임없이 하셨습니다. ‘나는 커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그렇게 꿈 꿀 수 있는 것이 청소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니까요. 이날 금난새 선생님을 만나고, 음악회를 감상한 많은 청소년들이 늘 도전하고 꿈꾸는 삶을 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