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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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급훈 대신 ‘학급헌법’

법무부 블로그 2010. 5. 27. 17:00

학급헌법이라고 들어봤니?

 

한 때 재밌는 급훈들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면서 검색어 순위에 들기도 했었죠? 학창시절엔 학기 초만 되면 항상 학급에 걸어놓을 급훈을 정하느라 숙제도 하고, 토의도 하고,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엔 급훈보다 업그레이드 된 ‘학급헌법’을 정해놓고 1년 동안 지키는 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헌법’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려운데 도대체 어떻게 ‘학급헌법’을 정해놓고 지키고 있는 걸까요? 그 신기한(?) 학급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나봤습니다.

 

 

한국말 모르는 친구라고 왕따 시키는 법 없어요~

 

 

▲ 대원초등학교 3학년 2반 한사랑반 지킴이 학급헌법

 

INTERVIEW 경기도 파주시 ‘대원초등학교 3학년 2반’

 

▲ 대원초등학교 3학년 2반 서봉수 선생님

 

Q.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라 헌법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학급 헌법을 만들게 되셨나요?

 

A. 아직 어려서 헌법이란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일이 올바르고 어떤 일이 잘못된 일인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법을 만드는 순간 여러분은 국회의원과 같다’고 말해 주자 다들 열심히 학급헌법 만들기에 참여하더군요. 학급헌법이 있다는 건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학급규칙을 학급헌법으로 대신 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Q. 제일 잘 지키는 조항과 못 지키는 조항은 무엇인가요?

 

A. 제일 잘 지키는 것은 교실 비울 때 형광등과 TV 끄기입니다. 제가 잊어버려도 아이들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더군요. 그리고 잘 못 지키는 조항은 친구와 헤어질 때 ‘사랑해~’라고 인사하기입니다. 동성 친구들끼리는 자주 하면서 이성 친구들끼리는 부끄러워서 잘 못 하더라고요. (웃음)

 

 

▲ 우성이(가운데)와 친구들

 

Q. 일본에서 전학 온 친구가 있나 봐요, 그와 관련된 법조항이 있는데요?

 

A. 일본에서 7년을 살다가 전학 온 송우성이라는 학생이 있어요. 아직 한글을 잘 몰라서 알림장 쓰기나, 문제풀기를 할 때 어려워 합니다. 그때마다 반 친구들이 많이 도와줍니다. 우성이를 위한 법조항도 반 아이들이 직접 제안해서 만든 조항이랍니다. 

 

Q. 학급헌법이 생긴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학급헌법을 제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교 생태 연못의 물고기를 누군가 잔뜩 잡아간 적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그 일을 보고 ‘만약 다른 반도 학급 헌법이 있었다면 물고기를 잡아가지 않았을 텐데...’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무척 대견스러웠어요. 학급헌법이 생긴 후 곤충을 잡아 장난치거나 친구들끼리 싸우는 일도 많이 줄었습니다. 또 청소도 책임감 있게 잘 하더군요.

 

 

 

‘교복 치마 밑에 체육복 입지 않기’ 너무 어려워요 ㅠㅠ

 

 

▲ 신평고등학교 2학년 3반 새벌나눔 학급헌법

 

INTERVIEW 충남 당진 ‘신평고등학교 2학년 3반’

 

Q. 학급에 특별한 친구가 있다던데, 소개 좀 부탁드릴께요.

 

A. 우리 반 마스코트인 하늘이(가명)입니다. 하늘이는 정신지체 장애우인데, 굉장히 활발하고 적극적이에요. 애정 표현이 좀 과격하지요(웃음). 우리 학교는 이동수업을 하는데, 이동수업 때 하늘이가 좀 혼란스러워해요. 그런데 누가 말하지 않아도 반 아이들이 하늘이를 해당 교실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고 하더라고요. 반 아이들과 하늘이 모두 잘 지내고 뭐든 함께 합니다.

 

Q. ‘한 달에 한번 사랑의 편지 쓰기’라는 조항이 있던데, 누구에게 편지를 쓰나요?

 

A. 반 아이들 전체가 함께 후원하고 있는 해외 아동이 있습니다. ‘셀리’라는 친구인데요. 한 달에 한번 ‘셀리’에게 사랑의 편지를 써서 보내고 있어요. 또 매월 20일을 ‘셀리’를 위한 모금일로 정해 모금도 하는데요, 목표액은 3만원인데 매번 3만원 이상씩 모여요. 아이들 스스로 모금액을 많이 내기 때문이지요. 그 모습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 신평고등학교 2학년 3반 유경화 선생님과 학생들

 

Q. 여고생들이 가장 지키기 힘들어 하는 조항은 무엇일까요?

 

A. 머리 묶기랑 교복 단정하게 입기, 그리고 체육복은 체육시간에만 입기입니다. 단정하게 머리도 묶고 교복도 깔끔하게 입으면 좋겠는데 한창 멋 부리고 싶을 나이라 그런지 잘 안되더라고요. 또 교복치마 밑에 체육복을 입거나 체육시간이 아닌데도 체육복을 입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어요. 가장 쉬운 건데도 그걸 참 못 지키더라고요.

 

Q. 학급헌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벌칙도 있나요?

 

A. 법 조항을 어기면 500원씩 벌금을 냅니다. 이 돈은 셀리를 후원하는 모금액에 보태지지요. 4월 한달 동안도 벌금이 꽤 많이 모였답니다^^

 

Q. 학급헌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학급헌법을 만들 때가 중간고사 기간이었어요. 시간을 오래 투자하지는 못했지만, 다들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금방금방 헌법 조항들이 만들어지더라고요. 학급헌법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또 모두 함께 만든 거라 그런지 아이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잘 지키려고 노력해요. 우리 학급을 부러워하는 다른 학급 아이들도 많답니다.

 

 

가정헌법·학급헌법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

 

 

 

위에 두 학급은 사실 ‘제2회 가정헌법 만들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학급들입니다. 5월 25일 정부과천청사 대회의실에서는 제2회 가정헌법 만들기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제2회 가정헌법 공모전은 1회 때보다 규모를 키워 가정헌법 뿐만 아니라 학급헌법 공모전까지 함께 열었습니다. 일본에서 전학 온 같은 반 친구를 살뜰히 돌봐주는 대원초등학교 3학년 2반 학생들과 장애우 학생과 해외 후원아동을 도우며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신평고등학교 2학년 3반 학생들도 시상식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들 자신들이 직접 학급헌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더 잘 지키려고 하고, 뿌듯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학급 헌법 덕분에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특히 대원초등학교 학생들은 반 아이들이 전원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시끄러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두 줄로 서서 무대에 오르는 등 질서를 잘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신평고등학교는 교감선생님까지 자리를 함께 해 학급헌법의 수상에 대해 무척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요.

 

가정헌법 공모전이 앞으로도 쭉 이어져 더 많은 가정과 학급에 ‘가정헌법’이라는 좋은 습관이 생기길 기대해 봅니다. 수상한 가정과 학급뿐만 아니라 수상하지 못한 가정과 학급도 한번 만들어 놓은 가정헌법과 학급헌법을 그대로 잘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 집도 아빠 술·담배 하지 않기 같은 가정헌법을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해 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