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한의사인 용해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노인인 고달퍼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고씨의 목소리에 용씨는 급히 고씨의 집으로 달려가 증상을 살핀 후 손과 발 등에 침을 놓았습니다.
응급 치료를 한 용씨는 곧바로 고씨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1km떨어진 자신의 한의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운전면허가 취소되었던 용씨는 한의원 앞에서 단속하던 경찰관에게 무면허임이 적발 되었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무면허 운전을 해야 했던 용씨!
과연 죄가 있을까요?
위급환자 이송한 무면허 운전자 처벌, 그때그때 달라요~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이 위급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운전을 했다가 경찰에 적발되었다면 이 사람은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생각만 해도 참 어려운 문제죠?^^
일반적인 판단에 따르면 무면허 운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법을 잘 지키기 위해 위급한 환자를 이송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 또한 옳다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판결 해야 할까요?
이 사건은 2005년, 청주에서 실제 있었던 일로, 용씨는 자신의 무면허 운전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게 된 것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던 독거노인 고씨가 갑자기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긴급 상황이었기 때문에 환자를 한의원으로 옮길 목적으로 운전을 했다며, 이 때 무면허 운전을 한 것은 긴급 피난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청주지법 제1형사부는 무면허 운전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무면허 운전은 정상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형법상 죄가 되지 않는 ‘긴급피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시 말해, 이 아파트는 119 구급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었고, 이웃 주민의 도움을 받거나 택시를 부르는 등의 다른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용씨의 무면허 운전이 ‘긴급피난’ 상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긴급피난과 선고유예
‘긴급 피난’은 위난 상태에 빠진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고는 달리 피할 방법이 없을 때 인정되는 정당화 사유의 하나입니다. ‘선고유예’는 받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유죄 판결의 선고가 없었던 것과 똑같은 효력인 면소된 것으로 보지만, 선고유예를 받은 사람이 유예 기간 중 자격 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자격 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전과가 발견된 때에는 유예한 형을 선고하게 됩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무면허운전을 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운전한 거리를 비롯해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례가 비록 ‘긴급피난’ 행위로 인정은 할 수 없지만 긴급한 상태였음은 인정하고 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이지요.
살다보면 법을 어겨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무조건 정해진 법대로만 행동했어야 한다고 판결 내린다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긴급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때, 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침착함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작용하는 법은 대한민국을 보다 윤기 있는 사회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법은 법 그 자체로 있을 때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연을 듣고 이해하고 적용될 때 비로소 따뜻하게 빛날 테니까요.^^
모든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내용출처 = 한국인의 법과생활, 법무부·한국법교육센터,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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