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범죄자들, 봉사에 중독된 이유는?

법무부 블로그 2010. 5. 13. 08:00

죄지은 그 사람, 농촌으로 가다!

 

죄가 인정되는 사람에게 그 죄에 해당하는 징역이나 벌금 이외에 일정 기간 사회에 유익한 근로를 하도록 명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사회봉사제도’인데요, 우리나라에는 1989년 소년범을 대상으로 도입되었다가, 1997년 형법 개정으로 성인범까지 확대 되었습니다.

 

2009년 총 48,902명의 사회봉사명령 집행 인원이 평균 102.5시간(1일 9시간 집행시 약 13일 소요)동안 사회봉사를 진행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어 벌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서민들 또한 벌금 대신 사회봉사로 죄 값을 대신 치르기도 했는데요, 인원은 6,667명으로 1인당 평균 229시간(약29일 소요)정도의 봉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사회봉사명령 집행은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영역에서 봉사를 실시하며, 소외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및 무료빨래방·청소도우미방 등의 홈케어 서비스, 폭설과 폭우 등 재해 발생시 긴급재난복구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한때, 타인에게 해를 입혔던 사람들이 수퍼맨이 되어 서민들을 도와주고 있는 겁니다.^^ 비록, 아무런 대가 없이 봉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일을 계기로 남도 돕고 자신의 마음도 다스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습니다.

 

 ▲모내기하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

 

‘사회봉사명령 수퍼맨’들이 이번엔 농촌에 떴습니다. 바로,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선 것입니다. 법무부와 농협간의 업무 협약 체결에 대한 후속사업으로 지난 5월 11일,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에 사회봉사 대상자를 지원하여 농촌 경제도 살리고 서민들의 힘을 덜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법무부는 앞으로 20만명의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농촌과 연계하여, 농번기와 수확철의 부족한 일손을 도울 예정입니다. 이렇게 20만명의 사회봉사 대상자가 농촌 지원에 투입되면 연간 86억 원의 경제적 지원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네요. 정말 놀랍죠?

 

 

농사 도와준다고요? 대환영이에요!

모내기 후 모두가 새참을 먹고 있을 무렵, 저는 사회봉사가 진행되고 있던 경기도 화성시 금당마을의 할머니들을 살짝 만나봤습니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이 이미 논농사, 밭농사를 도와준다고는 하는데, 농사에 익숙한 분들이 보실 때에 괜히 피해만 더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에 할머니들의 생각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의 일손 돕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할머니들은 모두 다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일손이 부족해요. 할 일은 많은데 나이를 먹다 보니 힘들고, 동네에 젊은 일꾼도 없어. 농사를 많이 짓고 싶어도 못하지. 그래서 할 수 없이 농사지을 수 있을 만큼만 해요.”

“6월에 포도 쌀 때가 가장 바빠! 그때 와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5월 말에 우리 인삼 씨 따는 거, 그것도 와서 좀 도와줬으면 좋겄네!”

 

 

▲금당마을 어르신들은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의 농촌일손돕기를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는 그냥 자발적인 사회봉사가 아니라 벌 대신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보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어때요. 돈 내고 자기 잘못 잊어버리는 사람보다, 사회봉사로 죄 값을 받으면서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더 나은 거지. 우린 괜찮아요. 오히려 고맙지. 죄 짓고 반성하는 사람들이니 우리가 더 잘 해줘야겠네.”

 

 

손에 흙 묻히는 만큼 더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금당마을의 할머니들을 만나 뵙고 나오는 길에, 사회봉사 대상자들이 모여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다가가서 한 분과 잠시 얘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어떻게 사회봉사명령을 받으셨나요?

A. 음주운전을 했고,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습니다. 농촌 봉사는 이틀 째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이틀은 복지회관에서 장애인과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 무료급식 배식을 했어요.

 

Q. 농촌에서의 모내기 봉사활동, 어떠세요?

A. 농사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보통 힘든 게 아니더군요. 농민 분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시는구나, 우리 농산물을 아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서 얻는 좋은 감정과 느낌들을 앞으로 제 삶에도 적용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음주운전 같은 실수도 하지 않겠습니다.

 

Q. 봉사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A. 사실, 일을 할 때는 힘들어서 다른 생각이 안 들어요. 다만, 일을 끝내고 집에 갈 때에는 별별 생각이 다 들죠. 일 끝나고 몸이 녹초가 되어 집에 가는 길에 과거에 내가 어떻게 살았기에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도 생각해 봤어요. 그것만으로도 부끄러운데, 죄 짓고 일하고 있는 저를 보며 '애 쓴다', '고생한다' 하며 토닥이고 고마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면목이 없지요. 봉사하며 느끼는 ‘특별한 느낌’이란 게 있어요. 그냥 벌금 내고 말았으면 몰랐을 감정이죠.

 

Q. 이제 5월인데, 가을에 추수할 때 와 보실 건가요?

A. 사회봉사 80시간을 다 채우면 아마 모내기할 기회가 또 없을 겁니다. 가을이 되어 벼가 익어가는 논을 보면 제가 심은 이 ‘모’가 생각날 것 같아요. 그때도 아마 먹고 살기 바쁘겠지만, 제가 심은 모가 다 자라 추수할 때 다시 한 번 와서 벼를 거둬주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인간이 나고 자라며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을 늘 제공해 주는 우리의 땅, ‘흙’ 위에서 서로가 필요한 사람들끼리 하나가 되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의 농촌 일손 돕기는 젊은 일손이 부족한 농민들에게 단비가 되고 있으며, 그들 역시 봉사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곱씹어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사회봉사대상자들이 도움을 주고받는 이러한 활동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며 마음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