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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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과 모욕, 차이점은 뭘까?

법무부 블로그 2010. 4. 24. 16:00

 

Ⓒ무한도전, mbc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서 모의법정을 연 적이 있었다. 한 출연자가 다른 출연자로부터 오줌싸개라는 놀림을 당해 이로 인해 별명까지 붙게 되었고, 연예인 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니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학생들도 자기 별명에 불만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 별명이 장난이 아니라 따돌림 등의 목적으로 행해진 심각한 놀림이라면, 그것이 바로 명예 훼손이 아닐까?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① 영주는 또래 친구들보다 큰 엉덩이가 콤플렉스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교실 칠판에‘영주는 오리 궁뎅이’라는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써놓았고, 그것을 본 다른 친구들도 영주를‘오리 궁뎅이’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영주는 그 별명이 너무나 싫어서 방과 후 집에 가선 결국 울고 말았다.

 

 

 

② 우등생인 태환이는 소심하고 말이 없는 편이다. 학급친구들은 평소 놀 줄은 모르고 공부만 잘하는 태환이를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해왔으나, 그래도 아는 것은 많다는 뜻에서‘만물박사’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태환이는 별명 자체는 좋은 뜻이지만,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성적이 떨어지고 탈모 증세까지 보이게 되었다.

일러스트/오픈애즈

 

  

 

 

위의 사례에서 영주와 태환이는 각각 각자의 별명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때 영주와 태환이는 학급친구를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하여 달라고 할 수 있을까?

 

명예훼손과 모욕은 다르다

일단 ‘명예훼손’과‘모욕’이 어떻게 다른지 부터 살펴보자. 일반적으로는 같은 의미로 쓰이는 ‘명예훼손’과 ‘모욕’은 형법상으로 전혀 다른 죄로 규정되어 있다. 법률상으로만 보아도 명예훼손은‘사실을 적시’한다는 말이 더 들어가 있는데, ‘사실의 적시’란‘사람의 사회적 평가내지 가치를 저하시키는데 충분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을 말한다. 즉,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oo가 지난 번 기말고사에서 커닝을 했다.’거나 ‘◇◇가 지난 번에 선생님께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학교에 결석했다.’라는 등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모욕은 ‘四己軍(사기꾼)’, ‘二色記歌(이색기가)’, ‘十割努美(십할노미)’와 같이 구체적인 사실이 아닌 추상적인 판단이나 의견만을 말한 경우에 처벌되게 된다. (*모욕이라는 단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육두문자를 한자어로 대치하여 사용했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명예훼손’과‘모욕’에 대한 법조항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1조 (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영주 친구는 모욕, 태환이 친구는 글쎄...?

따라서, 영주의 경우 영주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놀린 것이지만 구체적인 사실이 아닌 추상적인 평가를 한 것이므로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다.

태환이의 경우, 태환이가 공부만 하는 탓에 샘이 난 친구들이 놀린 것이기는 하지만, 만물박사라는 별명 자체가 태환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처벌을 하기 어렵다. 단, 태환이가 ‘만물박사’라는 별명이 싫다고 하는데도 친구들이 다른 좋지 않은 뜻을 담아 계속 별명을 부른다면 모욕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가해자가 단순한 장난으로 놀린 것이라 해도, 별명으로 놀림을 받는 당사자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겉으로는 좋은 별명이라고 하더라도 따돌림을 의도한 것이라면 부당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위의 사례들과 같이 피해자가 청소년인 경우, 한창 예민할 시기이므로 정신적 피해가 더 클지도 모른다.

별명은 적당히 사용하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즐거울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서로의 관계를 해치는 악언이 되기 쉽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그 같은 내용이 방영되었다는 사실은 실제 사회 속에서도 그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인데, 아무런 대책 없이 별명을‘남용’하다보면 언젠가 정말 별명으로 인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법적 제재, 타인의 개입이 없어도 사람들 사이에 착하고 예쁜 말만 오가는 사회가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일러스트 Ⓒ 오픈애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