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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교도소의 신기한 풍경

법무부 블로그 2009. 3. 11. 07:32
여자 교도소의 신기한 풍경

- 교도소, 한 겨울 밤에도 얇은 반팔

 

 

 

 

 

- 그들이 사는 세상, 청주여자교도소 교도관

3시간. 단출한 시간이지만 교도관에겐 천근같은 두 눈을 잠시 감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상 무’를 외치고 내려앉는 잠을 떨쳐 가며 결코 잠들지 않는 밤을 보내는 교도관들, 청주여자교도소의 밤은 밝다. 2월 23일과 24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을 밀착 취재했다.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합니다”

도관은 감독관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기자의 오만이었다. 오전부터 새벽까지 교도관들의 눈과 손과 발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각 사동별 근무지에서는 쉴 틈 없이 수형자들의 인터폰이 울렸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넘쳤다. 하지만 누구도 상황에 대해 인상을 쓰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고 처리해야 할 업무들에 있어서는 신속했다. 수형자들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 중간 중간 수형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그들의 심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교도관들의 몫이었다.

각 취업교육장과 사동근무, 연출 업무 등을 함께 진행하면서 기자가 가장 놀랐던 것은 교도관과 수형자의 관계였다. 대부분의 수형자들은 교도관을 ‘선생님’ 이라 부르며 따랐고 교도관은 애정을 가지고 그들을 대했다. 필요한 말만 하되 최대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줬다. 수형자들은 그런 교도관들을 신뢰했고 질서가 유지됐다. 이를 이현경 교도관은 ‘애정’ 이라고 말한다.

“교정직에 선택 한 것부터가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죄를 지었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잖아요. 물론 수형자들끼리의 다툼도 있죠. 그럴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저의 일이자 보람입니다.”

진지하게 대답하는 이현경 교도관의 말 속에서 진심이 전달된다. 짧은 대화중에도 인터폰은 여러 번 울렸다. 사회에서도 몰랐던 ‘인간관계’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밝게 웃으며 말하던 그녀가 곧 업무에 몰두한다.

 
 

 

“교정직에 대한 사회인식 부족…속상합니다”

루 동안 업무를 함께하며 만난 대부분의 교도관들은 교정직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아니, 속상하다. 매번 드라마나 영화에선 악독하고 악랄한 모습의 교도관들이 등장하고 교도관은 폭행과 비리를 일삼는 존재로 그려졌다. 그리고 시민들은 교도관을 ‘딱 그만큼’ 으로만 인식했다.

“동료들과 근무복을 입고 식당에 갔는데 아이와 함께 밥을 먹던 어머니가 아이에게 ‘경찰관’ 이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사회에서 교도관에 대한 인식이 겨우 이건가 싶기도 하고..”

교도소라는 곳이 폐쇄적이고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내부사정이 노출 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무책임하고 생각 없는 방송제작자와 영화관계자들일 것이다. 교도관들이 고된 근무를 마치고 TV를 켰을 때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그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잘못된 교정행정의 묘사이다. 최근 SBS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타짜’ 뿐만 아니라 영화 ‘야수’ ‘광복절 특사’ 등의 교도관의 모습은 모두 허구이다. 그들은 단 3시간의 쪽잠과 15분의 식사시간 그리고 사회와의 단절이라는 외로움 속에서 충실히 근무하는 ‘대한민국 교도관’ 일 뿐이다.

교도관이 총이나 지휘봉으로 수형자들을 구타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다. 편견이 만들어 낸 명백한 허구란 뜻이다. 기자가 교도관 업무를 통해 본 것은 오히려 의무는 없고 권리만 있는 수형자의 목소리였다.

 
 

 

“무엇이 권리이고 무엇이 인권입니까”

600여명이 넘는 수형자가 있는 청주여자교도소는 작은 사회였다. 각자 살아온 과정이 모두 다른 수형자들이 한데 모여 있으면 당연히 작은 다툼은 있을 법 했다. 그럴 때마다 교도관들은 중재했고 수형자들의 질서를 유지했다.

오후 1시, 미지정 사동에서의 근무는 다른 어떤 근무지보다 힘들었다. 미지정 사동이란 취업 장이나 공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 수형자를 말한다. 2~3분의 한번 씩 인터폰이 울렸다. 각 거실마다 제각각의 요구가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 교도관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능한 사안에 있어서는 요구를 수용했다.

 

겨울이지만 수형자들은 밤이면 얇은 반팔 차림으로 잠들었다. 방이 그만큼 따뜻하단 뜻이다. 매번 바뀌는 반찬에 1식 3~4찬이지만 반찬투정은 빈번했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교도관의 이름은 인권위 혹은 고소장 위로 올려졌다. 욕설에 교도관의 말을 무시하는 수형자도 있었다. 헬스장에다 운동장엔 산책로까지 마련되어 있었고 신축교도소이기 때문에 시설도 훌륭했지만 끊임없이 불평하는 수형자는 있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인권위원회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자신들의 요구가 제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땐 앞뒤 가리지 않고 인권위에 교도관을 신고했다.

 

교도소에서의 생활은 정해진 시간만큼의 일수 채우기가 아니다. 사회에서 저지른 죄를 반성하고 교화의 노력을 다하기 위한 시간이다. 교도소는 복지시설이 아니며 적어도 수형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인지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할 순 없는 법이다. 제도의 문제, 그리고 불합리한 수형자의 처우가 한 눈에 보이는 시간이었다.

 

꼬박 24시간을 교도관인 그들과 함께하고 돌아서 나올 때, 그들은 그때까지도 여전히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빨갛게 충혈 된 눈을 하고서도 밤새 졸지도 않고 자리를 지킨 그들은 교정행정의 현재이고 미래였다. 교정행정에 대해 모르면서 함부로 짐작하고 판단하고 편견의 말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길 바란다. 3시간짜리 쪽잠이 그들에겐 꿈이고, 보람이고, 애정이고 당신들이 그들을 사회적으로 인정해 주길 바라는 희망이라고.

 

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렇듯 교도관에 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건 필자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둘러진 담과 모든 보안시설들이 마치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비밀로 부쳐지지 위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글|구우정 ˙ 정책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