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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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하트와 클로버에 담긴 비밀

법무부 블로그 2009. 3. 11. 08:22

 

 

서울역보다 교도소가 낫다?

  - 교도소 하트와 클로버에 담긴 비밀은
 

 

 

친근하게 “선생님 또는 부장님”이라 호칭

 

법무부 정책블로그 기자로써 ‘청주 여자교도소’를 1박2일 르뽀 취재했다. 일반인으로서는 체험하기 힘든 소중한 경험이었다. 알지 못했던 많은 사실과 진실이 그곳에 있었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서의 1박2일 교도관 체험은 교도소의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한 번에 무너뜨리고, 또 교도관들이 얼마나 힘들고 보람되게 일하고 있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법무부를 편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기자가 이번에 직접 체험한 현실에서 우러난 생각이다. 믿기 힘들다면 사회 속의 작은 사회인 청주여자교도소, 이 곳 사람들의 생활을 잠시 엿보자.

 
 
 

교도소, 어울리지 않는 풍경들?

 

청주여자교도소는 국내에 유일한 여자교도소이다. 외관이 어찌나 깨끗하고 깔끔한지 하마터면 ‘여기가 정말 교도소 맞아요?’라는 말이 목구멍 밖까지 나올 뻔 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서울역보다 낫다는  표현을 떠올려 본다.

텔레비전에 비춰지는 낡고 구식의 교도소만 상상했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고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설마 안에 들어가면 안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도소 내부에서도 여성 특유의 깔끔함과 부드러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꽃이 있는 비닐하우스, 햇빛이 내리쬐는 아담한 운동장,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사동 사무실의 알록달록 포인트 벽지 등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교도소’라고 하기에는 약간은 어울리지 않을 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우스갯소리겠지만 “노숙자들이 서울역보다 교도소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내 수번에 하트(♥)있다.

 

이곳에서는 수용자들의 수번(수용자들의 번호)이 이름이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던 장면처럼 교도관들은 “112*번”식으로 수용자들을 부르고 수용자들은 보통 “선생님, 부장님”이라는 호칭으로 교도관을 부른다. 정확한 호칭은 8급은 ‘교사’ 7급은 ‘교위’ 6급은 ‘교감’ 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만 오래전부터 불려왔던 하나의 관습처럼 “선생님, 부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부장이라고 하면 회사의 고위간부를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은 법무부에서 사용금지된 호칭이다. 이유는 이 호칭이 일제의 잔제이기 때문이다.일제시대인 1909년에 간수들을 통솔하는 '간수 부장'이라는 직위가 있었다.  수용자들은 교도관들을 친근한 의미로 부장 또는 선생님이라 주로 관행적으로 부르고 있다.   

 

수복 왼편 가슴에는 수번이 달려있는데 수용자들의 나이, 죄명, 수용자들의 급수를 대충 짐작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나이를 하트로 표시한다는 것이다. 가령 수번 옆에 하트가 ♥ 한 개 있다면 40대, ♥♥ 두 개 있다면 50대, ♥♥♥ 세 개 있다면 60대, ♥♥♥♥ 네 개 있다면 70대이다. (남자교도소는 하트 대신 클로버(♣)로 한다고 한다)

 

또한 수용자들의 수번 바탕색으로 그 수용자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자살우려가 높다거나 폭력성이 짙다거나 하는 등 관심대상 수용자들은 노란색, 마약사범은 파란색, 사형수는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교도관들은 이름표 역할을 하는 수번의 형태를 보고 참고하여 수용자들을 대한다.

 

 

 

 

 

 

교도소에서 열리는 가족만남의 날.

 

방문한 날 청주여자교도소에서는 ‘가족만남의 날’ 이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분기마다 한번 씩 열리는 이 행사는 1급수인 모범수들만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는데 자유롭게 가족들과 만나서 가족이 정성스럽게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교도관과 수용자들의 대화도 정겹다.

 

“선생님, 우리 딸”

“벌써 이렇게 컸어요? 참 아이들 크는 거 빠르네요. 예전에 봤을 때는 잘 걷지도 못했는데”

 

이름까지 불러주며 아이와 인사하는 교도관의 얼굴에는 흐뭇하고 반가운 표정으로 가득하다. 교도관복만 입었을 뿐이지 영락없는 조카와 이모의 모습이다.

 
 

 

 

 

골라 먹는? 골라 즐기는! 다양한 교육교화.

 

오후시간쯤 되자 수용자들의 거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보았더니 각 방마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1박2일’을 보고 있다. 물론 수용자들의 방에 있는 텔레비전은 사회에서처럼 실시간으로 공중파 방송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교화방송국에서 교양, 드라마, 오락물, 교육 프로그램을 적정 비율로 편성해 인터넷망을 통해 매일 전국 43개 교정시설에 보내면 수용자들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곳 청주여자교도소에서는 수용자들이 출소 후 사회에 나가 취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제과제빵반, 꽃꽂이반, 미용반, 봉제작업반 등 본인이 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배우게 하고 검정고시, 방송통신대학, 독학학위취득 교육 등 구금으로 인한 학업중단을 방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하여 취업 창업 교육을 해 출소한 뒤 창업을 결심하는 수용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실제로 교도소를 방문한 날 취업 창업 교육이 열렸는데 교육이 끝난 후 이달 중순에 출소하는 여자 수용자와 강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창업을 좀 해보고 싶은데요, 어떤 게 좋을지 잘...모르겠어요”

“성격이 어떠세요? 약간 조용조용하신 것 같은데 반찬 만드는 일도 좋아하시나요?

“네 그런 일도 할 수 있어요.”

“괜찮다면 일단 반찬가게에 취업을 하셔서 반찬 만드는 것을 배우고 난 뒤 가게를 직접 여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원하신다면 제가 아는 반찬가게를 추천해 드릴 수 있어요”

 

보라색 수복을 입은 1급수인 이 여성 수용자의 얼굴이 밝아지자 어쩐지 내 마음도 조금은 밝아진 느낌이었다.

 
 
 

턱없이 부족한 교도관.

 

수많은 수용자들을 감당할 만한 교도관이 충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훌륭한 교정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교도관들의 생활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청주여자교도소 교도관들에겐 이마저도 사치인 것처럼 보인다. 현재 출산휴가와 기타 다른 이유로 휴직 상태인 다수의 공석을 나머지 교도관들이 채우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야근 근무하면서 3시간 밖에 못자는 교도관의 안타까운 마음이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인권이 사회 속에서 대두되면서 때론 인권을 ‘악 이용’ 하는 수용자들의 목소리는 높아져가고...그 많은 수용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교도관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곳도 바깥과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곳 이예요, 저와 저 사람들이 입은 옷만 다를 뿐이지 함께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되도록 좋은 관계로 지내려고 해요.”

 

유난히 수용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한 교도관의 말이다. 행여나 힘든 근무환경 때문에 날이 갈수록 이 따뜻한 마음이 식어버리진 않을까 괜한 노파심이 든다.

 

끝으로 1박2일 동안 많은 것을 체험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청주여자교도소장님과 교도관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글| 김은미 정책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