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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우리에게 누구인가

법무부 블로그 2009. 3. 2. 07:35

 

 
  2월 17일 고려대학교 국제관 214호.

 

내외 전문가들과 인권 워크숍 참가자들, 그리고 기타 일반인들이 한데 모여 이주노동자의 인권 현황과 과제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제4회 아시아인권포럼이 개최되었다.

아시아에서의 이주노동자의 기여와 현지인의인식’ 이라는 주제 하에 열린 이번 포럼은 제 1세션에서 ‘한국인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인식개선방향’을 모색하고, 이어지는 제2세션에서 ‘아시아내 목적국에서 이주노동자의 경제, 사회, 문화적 영향’을 알아보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인은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제1세션은 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회에 미친 경제, 사회적 영향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것이었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12월 진행한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많은 수의 응답자가 이주노동자를 경제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생각 했지만, 사회 문화적으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리서치에 따르면 합법적인 근로자라도 근로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는 반드시 출국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불법체류 근로자에 대한 가족 초청권, 노동권 등 제한, 즉각적인 본국송환 및 입국금지 조치 등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합법 내지 준법’의 기대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 노동자 때문에 국내 노동자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주요 논점으로 제시된 것 중 하나는 이주노동자의 ‘한국 내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흔히 이주노동자의 한국 이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자리 얻기가 힘든데, 굳이 외국 인력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좀 더 낮은 급여수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의 국내노동자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송백석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연구교수는 ‘제조업의 경우 외국인 노동은 유독 비숙련노동과 보완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타 내국인 노동력과는 뚜렷한 보완성 혹은 대체성을 보이지 못 한다’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인의 노동과 이주 노동자의 노동 사이는 특별한 작용반작용 관계가 없다는 얘기였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위한 ‘고용 허가제’

 

이주 노동자의 고용 허가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적정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주노동자가 ‘또 다른 대체’가 아닌 ‘부족함의 보완’ 역할을 맡는데 왜 고용허가제와 같은 제한적인 제도가 필요할까? 이에 대해서 법무부 체류정책팀 김정도 사무관이 우리나라의 외국인력 제도의 경과 및 주요 내용에 대한 발표로 내게 대답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에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업체를 위하여 연수제를 시작하고, 93년부터 늘어나는 수요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산업 연수제를 도입하게 된다. 하지만 ‘근로자’가 아닌 ‘연수생’ 의 신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2004년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본격 시행하게 된다.

 

고용허가제는 단순 기능 인력을 연수생이 아닌 정식 근로자로서 도입하고, 사용자에게 임금체불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등 인권옹호를 강화하는 제도라고 한다. 물론 이 고용허가제에 대해서도 여론의 비판이 거센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실에 잘 맞지 않는 제도라는 비판, 고용주와 피고용자 모두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비판 등이 있었지만, 법무부가 취지와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발표였다.

 

 

아시아에서조차 서러운 이주 노동자의 현실

 

제 1세션이 한국에 제한된 발표였다면, 제2 세션은 아시아 전체적인 관점에서 본 이주노동자의 기여와 현지 실태에 관한 논의였다. 먼저, 일본을 대표하여 와세다 대학의 고바야시 마사오가 일본에서의 이주노동자의 경제적 기여와 사회, 문화적 영향에 대해서 발표하였다.

일본은 최근 20년 동안에 여러 가지 지역에서 이주 노동자의 존재가 일반화되어 왔다. 하지만, 노동자들과의 일상적인 교류는 매우 한정되어있고 이들에 대한 의식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근거 없는 범죄 이미지와의 관련, 그리고 나날이 늘어나는 이주노동자의 수에 기인한다고 발표자는 말했다.

 

타카야 사치 일본 SMJ (Solidarity Network with Migrants Japan) 부 사무총장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이주노동자의 수가 매우 높지만, 높은 초과체류율과 연이은 부정행위, 그리고 인권침해 때문에 많은 열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발표자가 파워포인트에 제시한 끔찍한 산업연수생 인권침해 사진들은 청중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루 빨리 정부와 일본국민, 그리고 이주노동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져서 인권상황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제도가 우리나라와 다소 비슷했다면, 대만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대만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초청노동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국가들에 한해서 이주를 허용하는 것이다. 산업연수생제와 마찬가지로 ‘현대판 노예제’라고 불리면서 대만에서 큰 인권문제와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고 한다.

 

이주 노동자, ‘아’다르고 ‘어’다르다!

 

 

이번 포럼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가치중립적인 용어의 사용 (value-neutral term)’ 이었다. 흔히들 ‘불법체류노동자 (illegal migrant workers)’ 라고 말하는데, 이에 대해서 대다수의 포럼 발표자들은 편견이 개입되지 않은 중립적인 용어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undocumented migrant workers)’ 혹은 ‘초과체류자 (overstaying migrant workers)'을 사용할 것을 권유하였다.

 

용어 하나의 사용에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인 것 같았다.

 

모두가 함께 어우르는 삶을 위하여

 

방학 기간 중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서 거의 한 시간이 걸려서 참석한 포럼이었지만, 여러 발표자 및 토론자들의 말과 같은 관심요소를 가진 참석자들과 함께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뜻 깊은 자리였다.

 

평소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이지만, 이렇게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서로 토론시간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통해서 내 자신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포럼 발표자 중 황필규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변호사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A Society is defined by what it excludes.

  (사회는 그 사회가 배제하는 것에 의하여 규정된다).”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포럼과 같은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가 더 활발히 다루어져서, 진정한 인권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이번 제4회 아시아인권포럼은 18일 제5회 청년인권활동가워크숍으로 이어져 오는 20일 끝마친다.


 

 

 

 

 

글|오지선 ·정책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