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창문을 열어 바람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는 도중,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는 도저히 참기 힘든 불청객입니다. 편안하게 쉬어야 할 우리 집 공간이 담배 연기로 인해 위협받는 상황은 많은 분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층간 흡연 문제는 이웃 간의 극심한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담배 연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피해자에게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호흡기 질환 등 신체적인 고통까지 안겨주고 있습니다. 층간 흡연은 단순히 불쾌감을 넘어 건강까지 위협하며 이웃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률만으로는 층간 흡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층간 흡연 문제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금연 아파트'의 효력,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조치 및 권고의 한계, 실생활에서의 대처법과 중재 방안,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는 법적 대응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답답한 현실 속에서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최근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금연 아파트' 지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연 아파트'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5항에 따라 공동주택 거주 세대 중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 등 공동 생활 공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공용 공간에서 흡연할 경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금연 아파트 지정은 공동 생활 공간에서의 흡연 피해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으며,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층간 흡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합니다. 「국민건강증진법」상의 금연 구역은 아파트의 '공용 공간'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거주자의 전용 공간인 세대 내(거실이나 베란다 등)에서 발생하는 층간 흡연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여 흡연을 금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금연 아파트'라고 해서 세대 내 흡연까지 자동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층간 흡연 문제 해결에는 직접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층간 흡연 분쟁 발생 시 피해자가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절차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관리사무소의 중재 요청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의2는 공동주택 입주자 등은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관리 주체(관리사무소)에게 간접흡연 발생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경우 관리 주체로 하여금 간접흡연 중단을 위한 조사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요청을 받은 관리사무소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간접흡연을 일으킨 것으로 의심되는 해당 세대에 들어가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으며, 간접흡연을 일으킨 입주자 등에게 간접흡연 중단 및 금연 협조를 권고할 수 있습니다.
간접흡연 피해를 준 입주자 등은 관리사무소의 권고에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법 개정은 층간 흡연 문제를 관리사무소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 역시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에서는 관리사무소에 조사 및 권고 권한을 부여했을 뿐, 간접흡연을 일으킨 입주자가 관리사무소의 권고에 따르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중재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에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관리사무소가 나서기 꺼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적 절차나 관리사무소의 중재 외에, 실생활에서 층간 흡연 피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직접적인 마찰을 피하면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부드러운 방법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해당 세대에 정중한 안내문이나 방송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단지 내 게시판에 층간 흡연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를 붙이거나, 엘리베이터 등에 캠페인성 문구를 게시하여 공동체 전체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냄새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냄새의 강도는 어떠했는지 등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기록하고, 가능하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나중에 관리사무소에 다시 민원을 넣거나, 입주자대표회의에 건의하거나, 심지어 법적 조치를 고려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더불어, 집 안으로 담배 연기가 유입되는 경로를 파악하여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노력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베란다 창틀이나 문틈의 실리콘 보강, 화장실 환풍구의 역류 방지 댐퍼 설치, 공기청정기 사용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층간 흡연 문제가 이웃 간의 심각한 갈등으로 번졌을 때는 제3자의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관리사무소는 초기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관리사무소의 중재가 어렵거나 효과가 없을 경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문제를 제기하여 단지 차원의 논의와 해결책 모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단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이므로, 층간 흡연 방지를 위한 단지 내 규약을 마련하거나 흡연 에티켓 캠페인 등을 추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층간 소음이나 흡연과 같은 이웃 갈등 조정을 위한 자율적인 위원회를 운영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주로 층간 소음 문제를 다루지만, 이웃 간 갈등 전반에 대한 상담이나 전문가 조정을 지원하기도 하므로 문의해 볼 만합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대립보다는 제3자를 통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층간 흡연 피해가 지속되어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면, 마지막 수단으로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 금전적으로 배상받는 사후적 구제 수단입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고, 그 행위가 위법하며, 그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집 안에서 흡연하는 행위 자체를 곧바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담배 연기가 이웃에게 사회 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피해를 지속적으로 유발한다면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층간 흡연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 주택이라는 주거 형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현행 법률과 제도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웃 간의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의식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피해자분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양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 제17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박도현(대학부)
'법블기 이야기 > 힘이되는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비자 속이는 온라인 다크패턴,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으로 보호합니다 (2) | 2025.07.09 |
---|---|
의무 교육 안 받으면 처벌되나요? (1) | 2025.07.09 |
무심코 다운받은 파일, 저작권법에 걸릴 수 있다고? (5) | 2025.07.08 |
하늘에서 떨어진 물건을 맞았다면? (1) | 2025.07.07 |
미지급 양육비, 국가가 먼저 지급합니다! (0) | 2025.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