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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하는 친자검사 법적으로는 괜찮을까?

법무부 블로그 2021. 10. 21. 11:00

유전자 검사,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 비련의 주인공은 자신의 생부나 생모를 알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가는 등 억울한 일을 겪다가 ‘친자(親子) 검사‘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친부모를 찾는다는 줄거리는 이제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출생의 비밀 소재가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이유는 그만큼 극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에서도 수십년 전 갓난아기 때 입양을 갔다가 ’친자 검사‘로 친부모를 찾는 일들을 자주 봅니다. 이때, 친부모와 자식 간의 혈연관계를 의학적으로 알아보는 '친자 검사'가 바로 '유전자 검사'입니다. 인체의 세포에는 유전자 정보가 담긴 46개의 염색체가 있는데요. 자식은 부모로부터 23개씩 염색체를 물려 받게 되는데, 이 염색체 안에 있는 유전자를 대조하는 것이 유전자검사죠.

 

▲ MBC 드라마 ‘내딸 금사월’ 중에서 전인화가 유전자검사를 통해 백진희가 친딸임을 확인하는 장면 (2015년)

 

 

유전자 검사를 위해서는 샘플이 필요합니다. 면봉으로 입술의 구강상피세포를 면봉으로 문지르거나, 혈액 또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 담배꽁초에 묻은 침(타액)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채취된 유전자 샘플은 양을 늘리는 증폭과정을 거쳐 정밀검사를 하게 됩니다. 보통 15개 이상의 유전자를 비교해 모두 일치하면 친자로 인정이 되며, 검사 정확도는 99.9%로 거의 100%에 가깝다고 하네요.

 

 

그런데 드라마 장면에는 당사자의 사무실이나 침실 바닥에서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소지품에서 유전자 검사가 될 만한 것들을 가져가서 의뢰하기도 합니다. 당사자 몰래 유전자를 채취하여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것,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사실, 친자 여부 확인을 위한 유전자검사를 하려면 사전에 반드시 본인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51조(유전자검사의 동의)에 잘 나와 있는데요. 유전자 검사 전에 본인의 서면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본인의 동의 능력이 불완전할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행된 유전자 검사는 불법 행위가 됩니다. 개인 식별정보, 유전정보 또는 건강에 관한 정보 등은 엄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이죠.

 

2016년 법원은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친자 확인 감정을 하면 유전자 검사기관은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한 적도 있습니다.

 

법원 “머리카락 주인 몰래 친자확인, 손해배상 해야”, 한국일보, 2016. 4. 19. 보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4190486695290

 

 

 

유전자검사, 어떻게 검사하느냐에 따라 법적 효력이 달라진다?

 

 

드라마처럼 의뢰자가 임의로 준비해온 샘플을 검사기관에 맡겨서 확인하면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점도 꼭 유의해야 합니다. 유전자 검사 후 친자 확인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법적 효력까지도 필요한 상황이라면, 드라마에서처럼 당사자의 유전자를 몰래 채취하여 본인 스스로 유전자 검사를 맡기기 보다는 이 검사 자체도 법에 의해 진행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법적 문제에 휘말렸을 경우, 법정에서 필요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가사소송법에 의해 수검명령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가사소송법
제29조(혈액형 등의 수검 명령) ① 가정법원은 당사자 또는 관계인 사이의 혈족관계의 유무를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다른 증거조사에 의하여 심증(心證)을 얻지 못한 때에는 검사를 받을 사람의 건강과 인격의 존엄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당사자 또는 관계인에게 혈액채취에 의한 혈액형의 검사 등 유전인자의 검사나 그 밖에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에 의한 검사를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다.

 

 

 

사실 유전자 검사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신원정보를 확인하는 '과학수사 기법'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머리카락의 모근, 피 한 방울만 있어도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죠. 또 첨단 의학기술 가운데 하나인 유전자 검사와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행위는 미리 질병을 알아내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널리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유전자 검사의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친자검사’의 빛과 그늘은 꼭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법률을 무시한 채 아무렇지 않게 유전자 검사를 남발한다면 일반 시청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자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부득이하게 남몰래 단순 확인을 해야 하는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사정에 개인정보라는 민감한 정보라는 것까지 더해져서 현실에서의 유전자 검사는 드라마처럼 빠르고 쉽지 않은게 현실인데요. 그럼에도 검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글 = 제13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최인화(고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