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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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징역 200년형이 없는 이유

법무부 블로그 2021. 1. 18. 09:00

입에도 담을 수조차 없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우리 검찰은 중형을 구형하고, 법원은 선고합니다. 어느 나라를 가도 중범죄자들에게 관대한 나라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 국민 법 정서와는 상당히 괴리가 있는, 가볍다고 느껴지는 형을 선고받는 흉악범도 있습니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81&aid=0002873597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96&aid=0000253544

 

 

200년이나 옥살이를 해도 시원찮을 자에게 고작 십몇 년의 징역형이 끝이라니……!.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징역 50, 100, 심지어 1,000년형을 선고받은 사람들도 있다고 습니다. 1000년을 교도소에 수감될 것 같지는 않지만, 왠지 속은 후련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왜 다른 나라에 비해 형량이 이토록 낮은걸까요?

 

형법

42(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한다. ,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50년까지로 한다.

 

법에도 족보가 있다

 

세계에는 많은 나라가 있습니다. 2017년 기준, 국제연합 회원국은 193개국이고, 실제로는 지구상에 더 많은 나라가 있겠죠. 그리고 각 국가에는 나라마다 법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들의 법에도 족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전 세계의 법을 계통적으로 분류한 것을 어려운 말로 법계(법의 계보)’라고 합니다. 법계를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대륙법계’, ‘영미법계’, ‘이슬람법계등으로 나누는 것이 오늘날 일반적입니다.

 

법계, 대륙법계, 영미법계……. 너무 어려운 말들 투성이죠? 쉽게 말해서 각 국가의 법에도 족보가 있고, 김씨 가문의 법, 이씨 가문의 법, 박씨 가문의 법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륙법계는 독일과 프랑스로 대표되며, 영미법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영국과 미국 등 영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법체계입니다. 우리나라 법은 어느 족보에 속해있을까요? 바로 대륙법계, 그중에서도 독일법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법입니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대한민국 법은 대륙 씨() 독일파() 정도랄까요?

 

 

가중주의와 병과주의

 

미국과 우리나라의 법계가 다르기 때문에, 닮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여기서 바로 형량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륙법계는 기본적으로 가중주의를 택합니다. 우리 형법 역시 가중주의를 원칙으로 형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범죄를 범한 경우(실체적 경합), 가장 무거운 죄에 가중하는 형태로 처벌합니다. 가장 중한 죄의 형이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일 경우에는 해당 형을 내리지만, 유기징역 또는 그 이하의 형인 경우에는 일정 범위 안에서 가장 무거운 죄에서 줄 수 있는 최고 형의 150%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사람이 행한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상상적 경합), 가장 무거운 죄에서 정한 형벌로 처벌합니다. 물론 가장 중한 죄가 아닌 나머지 범죄를 판결을 내릴 때 고려하여 양형을 결정합니다.

 

형법

38(경합범과 처벌례)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1.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2.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 단 과료와 과료, 몰수와 몰수는 병과할 수 있다.

3. 각 죄에 정한 형이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이종의 형인 때에는 병과한다.

전항 각호의 경우에 있어서 징역과 금고는 동종의 형으로 간주하여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40(상상적 경합)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이와 달리 영미법계는 병과주의를 채택합니다. 쉽게 말해, 각각의 범죄에 대한 형벌을 각각 더하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몇 백 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형법 일부 조항에서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징역형을 받을 범죄와 벌금형에 처할 범죄를 각각 저질렀다면, 이 두 형벌은 병과합니다. 또한, 과료와 과료, 몰수와 몰수는 병과할 수 있습니다.

 

 

낮은 형량과 교화중심의 법

 

대륙법계 형법들은 대부분 범죄자의 교화에 초점을 맞추며, 형량 역시 영미법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형법의 경우에는 다른 대륙법계 형법에 비해서는 형량이 무거운 편이 속한다는군요. 그래도 범죄를 처벌하는 것에는 만족이 있을리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법감정을 이해하여 법을 고치고 형량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대륙법계 법들은 천부인권(天賦人權) 사상을 바탕으로 인간을 교화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이런 법체계에서의 징역은 범죄자를 교화시켜 재사회화시키기 위한 수단입니다. 반면, 영미법계 법은 징역을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른 시스템, 다른 법, 다른 판결

족보가 다른 두 법, 그리고 그 법에서 나온 판결이 닮지 않았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제도가 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닙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을 뿐, 모두 정의를 위한 법임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악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바라는 분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물론 범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형 집행 중에 유의미한 교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교화가 되지 않더라도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합니다.

 

 

범죄자들을 완전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불가능합니다. 징역 형량을 늘려서 100, 500년씩 교도소에 수용하기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고, 이를 위해 교정 시설을 확충한다 하더라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붓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범죄자를 엄벌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범죄자를 반드시 벌하는 것입니다. 그것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재기를 도와주는 법과 제도입니다. 그것이 법의 역할이 아닐까요?

 

 

 

= 13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장민호(대학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