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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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헤어지는법 (1) 혼인무효와 혼인취소

법무부 블로그 2020. 11. 23. 16:19

20201, A씨는 1년간의 열애 끝에 모두의 축복 속에서 B씨와 혼인하였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신혼생활도 잠시, 313A씨에게 온 한 통의 문자로 인해 둘의 사이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본인이 B씨의 전 배우자라고 밝힌 발신인은 둘 사이에 자녀가 있는데, B씨가 이혼 후 합의했던 양육비를 보내주지 않아 문자를 보낸다는 말과 함께 양육비 부담조서 등의 서류를 보냈습니다. 평소 B씨는 A씨에게 본인은 결혼은커녕 연애도 처음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에 A씨는 큰 충격을 받았고, 510일 혼인무효 소송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이를 기각하였고, 이후 620A씨가 이번에는 혼인취소 소송을 청구하였으나, 각하되었습니다.

 

위 예시에서 A씨와 B씨의 혼인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A씨가 청구한 혼인무효와 혼인취소 소송은 모두 기각 및 각하된 것일까요?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각각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기각은 심리 후 청구이유 없음을 근거로 그 청구를 배척하는 것이고, 각하는 당사자의 소송절차 신청이 소송요건을 구비하지 못해 법원에서 부적법을 이유로 배척하는 것입니다. , A씨가 청구한 혼인무효 소송은 심리 후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기각한 것이고, 혼인취소 소송은 그 소송요건을 구비하지 못해 각하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혼인생활을 끝내는 네 가지 방법인 사별, 혼인무효, 혼인취소, 이혼 중 사별을 제외한 나머지 방법들은 각자 일정한 요건을 구비해야 하고, 이를 갖추지 못하였다면 A씨와 같이 소송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바르게 헤어지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1. 혼인무효

민법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제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①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혼인무효란 혼인의 성립 자체를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으로, 그 사유가 매우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민법 제815조 제1호인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제외하면 동조의 나머지 사유들이 모두 일정한 근친혼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면 당사자,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은 언제든지 관할지 가정법원에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혼인무효가 인용되면 무효인 혼인의 당사자는 처음부터 부부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부임을 전제로 한 법률관계는 모두 무효로 되고,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816(혼인취소의 사유)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8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제817조 및 제820조에서 같다)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2.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혼인무효의 사유 중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대해 위 예시의 A씨 같이 상대방이 숨긴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에 합의했을 리가 없다는 이유로 해당 사유를 만족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혼인의 합의란 당사자 사이에 부부관계로서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할 의사 및 법률상 유효한 혼인을 성립하게 할 의사의 합치를 말하는 것으로, 합의에 의해 혼인신고를 하고 혼인생활의 실체를 가지고 있었던 A씨는 혼인무효의 사유를 충족하지 못해 기각된 것입니다.

 

 

2. 혼인취소

 

혼인취소는 그 효력이 기왕에 소급하지는 않지만, 판결 이후부터 혼인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혼인취소가 인용되면 혼인취소 전에 출생한 자는 혼인중의 출생자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며, 배우자로 상속을 받은 경우 그 상속이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며,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혼인취소의 사유 세 가지 중 제1호는 혼인무효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혼인을 할 수 있는 법적요건을 불만족한 경우 또는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법적관계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807(혼인적령)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

 

808(동의가 필요한 혼인)
미성년자가 혼인을 하는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부모 중 한쪽이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한쪽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부모가 모두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에는 미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피성년후견인은 부모나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혼인할 수 있다.

 

809(근친혼 등의 금지)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6촌 이내의 양부모계(養父母系)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810(중혼의 금지)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

민법 

817(연령위반혼인 등의 취소청구권자) 혼인이 제807, 808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제809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그 직계존속 또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818(중혼의 취소청구권자)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혈족,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는 제810조를 위반한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혼인취소는 혼인무효와는 다르게 청구권이 소멸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08조 위반의 경우 그 당사자가 19세가 된 후 또는 성년후견종료심판이 있은 후 3개월이 지나거나 혼인 중에 임신한 경우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하고, 동법 제809조 위반의 경우 혼인 중에 임신한 경우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합니다.

 

혼인취소 규정 제2호는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 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완치하기 어려운 정신질환 등 혼인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질병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결혼한 때 등이 해당됩니다.

 

 

다만, 판례는 향후 개선 불가능한 불임 사실에 대해서는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도덕 및 풍속 상 정당시되는 결합을 이루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은 양성 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임신가능여부는 혼인취소 사유인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 규정에 해당하는 사유있는 혼인은 통설적으로 상대방 배우자만이 취소권을 가지고, 상대방 배우자가 사유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합니다.

 

혼인취소 규정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혼인의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위법한 수단으로 혼인의 상대방 또는 양당사자를 기망하여 착오에 빠진 혼인의 상대방 또는 양 당사자가 혼인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거나, 강박에 의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합니다. 3자의 사기 또는 강박의 경우 상대방이 선의 및 무과실이라 하더라도 혼인의 취소가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위 규정에 대하여 혼인의 성립에 있어서는 혼인의 성립을 희망한 나머지 사실을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약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사기를 이유로 혼인을 취소하려면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이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인바, 통상 재산관계나 경제적 능력, 집안내력, 직업 등에 대한 기망은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혼인 후 허위가 발견되었더라도 그러한 혼인은 이혼에 의하여 해소됨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으나, 그러한 기망이 적극적인 허위사실의 고지 등 위법한 수단에 의한 것이고 일반인도 그와 같은 기망에 의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혼인의 취소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혼인취소 규정 제3호에 해당하는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합니다. 위 예시에서 A씨는 B씨가 본인의 이혼사실 및 자녀의 존재, 양육비 부담의 사실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려 혼인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며 혼인취소 규정의 제3호에 따라 혼인취소를 신청하였지만, A씨가 문자를 받은 날이 313일이었고,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한 날이 그로부터 3개월이 넘게 지난 620일이었기 때문에 A씨의 소가 각하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혼인생활을 끝내는 네 가지 방법 중 혼인무효와 혼인취소의 사유와 소송요건, 효력 등에 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무효와 혼인취소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혼인 해소방법은 바로 이혼입니다. 따라서 이어지는 다음 기사에서는 이혼의 종류와 절차, 성립조건 및 효력 등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12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남지호(대학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