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로맨스는 별책부록’! 주인공 강단이(이나영 분)와 차은호(이종석 분)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콩닥 거리게 만들었는데요. 오늘은 이 드라마의 시작이었던, ‘강단이가 차은호의 집에 몰래 들어갔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tvN 주말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1화 중
주인공 단이와 은호는 예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요. 마침 은호가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다는 말에, 단이가 ‘아는 가사도우미’를 소개시켜 줍니다. 물론 그 가사도우미는 강단이 본인 자신이었지요. 단이는 가사도우미인 척 남자 주인공 차은호(이종석 분)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생활합니다. 물론, 강단이와 차은호가 아는 사이였고 생활할 곳이 없다는 강단이의 피치 못할 사정도 있었지만, 집주인 차은호의 허락 없이 그의 집에서 밥을 먹고 샤워하는 등 생활을 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주거의 불가침
헌법 제16조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
헌법 제16조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주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때 법에서 말하는 ‘주거’란, 사람이 기거하고 침식에 사용하는 장소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점거하는 장소인데요.
이 때, 주거는 [① 반드시 영구적일 필요가 없다. ② 현재 사람이 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 ③ 주거에 사용되는 건조물뿐 아니라 부수되는 정원(위요지)도 포함한다. ④ 주거하고 있는 차량도 이에 포함한다. ⑤ 사무실 혹은 침식의 설비가 되어 있지 않은 기선, 선실 등도 주거로 보아야 한다. ⑥ 그 장소가 반드시 적법하게 점유된 경우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와 같은 조건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 강단이의 행동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차은호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로맨스는 별책부록” 대표 이미지 ⓒtvN
주거 침입죄로 인해 받게 될 처벌은?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차은호의 집에서 짧게나마 몰래 거주한 강단이를 처벌한다면, 현실에서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형법 제319조에 내지 제322조에 따르면 주거 침입 혹은 퇴거 불응의 미수범일지라도 처벌을 받으며 징역 3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집주인 몰래 생활한 강단이의 경우 굉장히 큰 처벌을 받을 수 있 있겠지요? 물론, 집주인 차은호가 강단이의 처벌을 원해서 경찰에 신고 했을 때만 해당이 되겠죠. 그러나 현실은 냉혹합니다. 주택 내부가 아닌 다가구용 단독주택의 공용 계단에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면 주거에 침입한 것이라고 판단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 사례도 있었답니다.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452, 판결]). 말 나온 김에, 주거침입과 관련된 다양한 판례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Q. 야간에 타인의 집 창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미는 등의 행위는 죄가 될까?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행위자의 신체의 전부가 범행의 목적인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가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만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주거침입죄의 범의는 반드시 신체의 전부가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라도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도2561, 판결] |
Q. 도로와 밀접한 위요지(=가옥의 정원 등 주변 토지를 지칭(출처 위키 백과)) 침입도 주거침입죄일까?
“주거침입죄에서 침입행위의 객체인 ‘건조물’은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에 비추어 엄격한 의미에서의 건조물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에 부속하는 위요지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나, 여기서 위요지라고 함은 건조물에 인접한 그 주변의 토지로서 외부와의 경계에 담 등이 설치되어 그 토지가 건조물의 이용에 제공되고 또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따라서 건조물의 이용에 기여하는 인접의 부속 토지라고 하더라도 인적 또는 물적 설비 등에 의한 구획 내지 통제가 없어 통상의 보행으로 그 경계를 쉽사리 넘을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의 객체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643, 판결] |
사실, 위에서 제시한 두 사례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거침입’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법원은 주거침입을 단순하게 “타인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는” 차원 뿐 아니라, ‘주거침입’에 대해 좀 더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거침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죄가 성립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상황들을 근거로 판결이 내려집니다. 따라서 현실에서도 현재 나의 행위가 타인의 주거, 혹은 집 주변의 정원이나 주변 토지 등을 침입하는 행위는 아닌지 주의해서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글 = 제11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이다연(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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