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40대 A씨가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출근을 하던 이웃이 쓰러진 A씨를 발견하고 신고했지만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날 오후 경찰은 사건의 용의자였던 전남편 49세 김모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김씨는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문제로 살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CCTV영상에서 김씨가 비틀거리는 모습이 보여 심신미약을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습니다. 그러자 피해자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딸은 “저희 아빠를 사회에서 격리시켜 달라”며 “아버지가 이혼한 뒤 4년 동안 어머니에게 살해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호시설 등 다섯 번이나 숙소를 옮겼지만 온갖 방법으로 찾아내 살해위협 했고 엄마를 죽여도 6개월이면 나올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했는데요. 딸은 이후 국정감사에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경찰에 신고해도 아버지가 두 시간 만에 풀려나 집에 돌아와 집기를 던지며 가족을 밤새 괴롭히기도 했다”며 실질적인 법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이제는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1월27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와 여가부 등 관계부처가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게 한 것인데요. 지금까지는 응급조치로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만 가능했지만 이젠 ‘현행범 체포’도 응급조치 유형에 포함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11조(현행범인과 준현행범인) ②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현행범인으로 간주한다. 1. 범인으로 호창되어 추적되고 있는 때 2.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함에 충분한 흉기 기타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때 3. 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때 4. 누구임을 물음에 대하여 도망하려 하는 때 제212조(현행범인의 체포)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 |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어겼을 경우에도 과태료 처분에 그쳤었는데요. 징역이나 벌금 등 형사 처벌이 가능해집니다. 접근금지도 ‘특정 장소’에서 ‘특정 사람’으로 강화됐는데요. “직장을 찾아오지 말라”고 하면 가해자가 직장이 아닌 다른 곳은 찾아갈 수 있는데, 이를 “피해자를 찾아오지 말라”로 바꾼 것이죠.
가정폭력이 발생해 신고를 해도 경찰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었습니다. ‘막을 수 있었던 범죄’를 없애기 위해 가정폭력 사건 처리 지침을 마련합니다. 재범 위험성 조사표도 개선해서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이용한 가정폭력범에게는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합니다. 더불어 주거침입과 퇴거불응, 불법촬영도 가정폭력범죄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피해자 지원 강화입니다. 홀로 설 엄두가 나지 않아 가정폭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 자립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당장 내년부터 시범 운영이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찾아가는 현장 상담 서비스도 강화합니다. 피해자 보호시설에 머무르다가 나갈 때는 1인당 5백만원 가량의 자립지원금도 지급한다고 합니다.
A씨의 딸은 “주소지가 아무리 변경돼도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통해서 정보가 유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는 이를 막기 위해 학교나 유치원, 구민센터 종사자, 경찰들에게 ‘가정폭력피해자 지원 안내서’를 배포하고 정보보호 교육을 강화합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겪는 피해인 만큼, 형식적인 보호가 아닌 실질적인 보호가 필요합니다. 보다 촘촘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제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이밝음(일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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