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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판사님께 속 재판! 몇 명을 살인한걸까?

법무부 블로그 2018. 9. 7. 09:30



인기리에 방영중인 SBS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를 보신 적 있나요? 쌍둥이 형제인 한수호와 한강호가 그리는 판사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근에는 한강호가 형을 대신해 가짜 판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형 한수호 와는 다르게 가슴 따뜻한 판결을 냄으로써, 비록 가짜이지만 진짜 판사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특히, 5화에 방영된, [음주운전자가 임산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드라마 속 한강호도,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도 울렸던 에피소드였습니다.

 

 

자신의 판결이 잘못됨에 눈물을 보이는 장면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5화 중에서

 

가짜 판사인 한강호는 이 사건을 작은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쉽게 판결했지만, 결국 마지막 선고에서 보인 피고인의 태도와 유가족의 억울한 모습에 자신의 판결이 잘못됨을 알고 법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판사가 되어 잠시 판결을 해 볼까요?

 




임신 중인 피해자가 길을 걷는 장면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5화 중에서

    

 

먼저 사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겠습니다. 7년 만에 아이가 생긴 피해자는 기쁜 마음으로 맛있는 저녁을 위해 시장에서 장을 보고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죠. 그러다가 혈중알코올농도가 0.08퍼센트 이상의 피고인이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해 그만 피해자를 차로 치고 맙니다. 이에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5화 중 음주운전 사고를 낸 피고인()과 사고를 당한 피해자()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5화 중에서

    

 

이런 경우, 가해자는 음주운전의 죄와 더불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 됩니다. 한강호는 피해자에게 징역16개월에 집행유예3년과 준법운전강의 80시간을 선고하게 되지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의11(위험운전 치사상)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판결문을 보고 있는 한강호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5화 중에서

 

그런데, 그 판결에 유가족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강호를 억울함을 표합니다. 피고인은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인 것에 다름없다고 말이죠. 피해자가 임신중이었으니, 앞으로 태어날 아이(태아)까지 죽인거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맞는 말 같기도 한데요. 그런데 실제 판결문에는 태아의 죽음에 대한 언급을 어디에도 없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억울한 유가족의 외침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5화 중에서

    

 

그 이유는, 우리 형법에서는 진통이 시작되기 전의 태아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드라마의 사건 속에서도 피고인은 한 명의 사람을 죽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태아가 사람으로 인정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낙태죄이죠.

 

 

형법

269(낙태)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

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물론 살인죄에서 말하는 '사람'과 낙태죄에서 말하는 태아가 우리 형법에서 분명 다르게 해석되고 있음은 맞습니다. 만약 낙태죄에서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했다면 낙태가 살인과 같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는 임산부와 그 가족에게도 과연 태아가 사람이 아닐까요?

 

 

피해자와 아이의 신발을 사고현장에 놓아둔 유가족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5화 중에서

 

 

저 사람은 두 명을 죽인 것입니다.”

사람을 죽이는데 처음이 어디 있습니까?”

 

드라마 속 유가족의 대사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드라마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에게 그러한 법의 현실과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괴리를 보여주면서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신 여러분이 만약 이 사건을 접한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리겠습니까?

 

= 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허소은(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