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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집행정지’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

법무부 블로그 2014. 1. 19. 09:00

2002년 머리와 얼굴에 공기총 6발을 맞은 채 숨진 여대생의 참혹한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는 명문대 법대에 재학하며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당시 22살의 하 모 씨였다. 사건 발생 1년 만에 살인범 2명이 검거됐다. 그들은 부산의 한 중견기업 회장의‘사모님’인 윤 모 씨부터 1억 7천만 원을 받고 하 모 씨를 청부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는 판사이던 자신의 사위와 숨진 하 모 씨가 사귀는 것으로 의심해 현직 경찰관을 포함, 십 여 명을 동원해 두 사람을 미행해왔다. 숨진 여대생과 사위 김 판사는 이종사촌 사이로 애초부터 불륜 관계와는 거리가 먼 데다 2년에 걸친 대대적인 미행에도 아무 소득이 없었지만, ‘사모님’의 의심은 더 커져만 갔고 결국 하 모 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2004년 5월, 대법원은 청부 살해에 가담한 3명의 무기징역형을 확정 판결했다.1

 

지난 해,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그것이 알고 싶다 -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을 통해 전파를 탄 이후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재조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사건의 주인공인 사모님은 뻔뻔한 태도뿐만 아니라

병원 특실에서의 호화스러운 생활로 인해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 2013년 5월 15일 방송분)

 

그렇다면 사모님은 어떻게 교도소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우리 형사소송법의 형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모님은 주치의와 짜고“유방암이나 고혈압, 파킨슨 증후군 등 때마다 다른 진단서를 검찰에

 

제출해 모두 10차례나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2”아 냈습니다. 즉, 사모님은‘무기징역’상태에서 허위 진단서를 통해‘심신의 장애’를 검찰청검사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에 교도소가 아닌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지낼 수 있었던 것 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470조(자유형집행의 정지)

 

① 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자가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는 때에는 형을 선고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검사 또는 형의 선고를 받은 자의 현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심신장애가 회복될 때까지 형의 집행을 정지한다.

②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정지한 경우에는 검사는 형의 선고를 받은 자를 감호의무자 또는 지방공공단체에 인도하여 병원 기타 적당한 장소에 수용하게 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은 형집행정지 제도의 한계를 개정해야한다는 여론을 전면적으로 불러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여대생 청부살인사건 이전에도 형집행정지를 악용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모두 시간에 조용히 묻혀 지나갈 뿐 이였습니다.

 

 

(▲ KBS뉴스 ‘20년간 식물인간 행세’, 2012년 9월 19일 방송분)

 

한 예로, 2012년에는 한 살인범이 징역살이를 피하기 위해 식물인간 행세를 하며

20년간 형집행정지를 받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는“6개월에 한 번씩 검찰이 형집행 연기 심사를 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나올 때마다 가족과 짜고 침대에 누워 의식이 없는 것처럼 연기했습니다.”그는“형집행정지로 교도소에서 나온 지 일 년 만에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고 한 대형병원 기계실에 취직도 했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하지만 의사출신의 검사가 부임해오면서 그의 사기행각은 20여년 만에 발각됐습니다.

 

이러한 큰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의 형집행정지 개정에 대한 여론은 미미했습니다. 3 

 

 

 

이에 법무부는 2013년 12월 17일에‘자유형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을 공포했습니다.

법무부는 형집행정지의 실행에 추가적인 조건을 붙임으로써 기존의 형집행정지 제도를 보완한 것입니다.

 

이때껏 형집행정지의 절차는 ① 검사가 교도소 혹은 구치소에 방문하여 필요하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형집행정지 사유를 직접 조사해야 했습니다.

② 또한, 검사는 조사를 마친 후에 보고서를 작성하여 소속검찰청 장에게 제출해야 했습니다.

③ 마지막으로 소속검찰청 장이 보고서를 검토한 후 형집행정지의 승인을 내리면 형집행정지가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2013년 12월 17일 이후로

개정된 규칙에 따라 소속검찰청 장은 형집행정지를 승인하면서 의료기관에서의 외출을 금지하며 치료에 필요한 물질만을 제공받도록 하는 등 형집행정지를 규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자유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 제29조(자유형집행정지의 건의·보고 및 허가)

 

③ 소속검찰청의 장은 제2항에( 검사의 보고서에 따른 형집행정지 승인) 따른 허가를 하는 경우 형집행정지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다음 각 호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의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신설 2013.12.17>

1. 의료기관 등으로 주거를 제한하고,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의 지시에 따를 것

2. 의료기관 등으로 주거를 제한한 경우 외출·외박을 금지하며, 치료 목적 등으로 부득이하게 외출·외박이 필요할 경우, 검사의 지시에 따를 것

3. 치료를 위하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를 초과하여 시설이나 용역을 제공받지 아니할 것

 

 

 

 

 

‘사모님법’이라 불리는 이 규칙은

기존의 형집행정지가 안고 있던 합법탈옥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 SBS 그것이 알고 싶다, http://tv.sbs.co.kr/docu/ (2013.05.25.) [본문으로]
  2. SBS 뉴스, 감방 아닌 병원 특실에서…'사모님 방지법' 추진,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810954 (2013.05.30.) [본문으로]
  3. KBS 뉴스, ‘20년간 식물인간 행세’ 의대출신 검사에 덜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