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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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백인? 달라도 같다

법무부 블로그 2012. 6. 2. 19:00

 

 

 

우리는, 전 세계의 인간들은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 하나의 코와 입을 가지고 살아간다.

모두가 똑같은 모양새를 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오늘날, 다른 피부색으로 차별받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같은 땅을 디디며 사는데,

우리에게 과연 차별할 권리가, 차별받을 의무가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아도

우리와는 약간 다른 피부색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이상하게 여긴다.

 

국제결혼. 혼혈아. 입 안에서 굴려지는 그 단어들은 결코 쓴 맛이 아니건만

사람들은 그들을 껄끄러워한다. 또는 피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한국인과 같은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들을 차별할 순 없지 않나.

 

얼마 전 시내를 지나가다 까만 피부와 진한 쌍꺼풀을 지닌 남자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 아이를 힐끔힐끔 곁눈질했다.

그 아이 역시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걸음을 좀 더 재촉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자가 그 아이에게 다가서서 장난조로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from?"

 

여자의 친구들이 여자를 쳐다보며 깔깔 웃어댔고,

여자 역시 그저 우습다는 듯 허리가 꺾어져라 웃으며 대답조차 듣지 않고 지나갔다.

나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 남자아이는 잠깐 고개를 들더니 작게 말했다.

 

“한국인인데…."

 

그 순간 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래, 그는 한국인이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걸음을 재촉하여 멀어지는

그 남자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겉모습에 의존하여 누군가의 내면은 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겉모습이 우리와 다르다고 그 속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한 꺼풀 벗겨내면 모두 같은데, 왜 우리는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고 차별하는 것일까.

 

우리 학교는 필리핀 바탕가스 중학생들과 교류를 한다.

작년, 필리핀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왔던 적이 있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처음 보는 필리핀 학생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가 말을 걸고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

피부색이 다른 그들에게 우호적이었다는 말이다.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부색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면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차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 때, 작은 희망을 보았다. 차별이 없는 미래가 보였다.

 

우리 학교에도 우리와는 조금 다른 친구가 있다.

그 소년은 항상 다른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홀로 교실에 앉아 창 밖만 내다보곤 했다.

아무도 소년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그 때 나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피부색이 다른 필리핀 아이들에게도

주저 없이 말을 걸었던 학생들이

왜 그 소년에게는 말을 걸어주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것일까.

 

나는 그 소년의 뒷모습을 보다가

소년의 외로운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나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에 자그마한 웃음기가 어렸다.

 

그래, 우리와 같은 순수한 눈망울의 소년이었다.

다를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소년의 등은 자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듯 했다.

 

“혼자 뭐해?”

“몰라.”

 

희망이 나타났던 것은 교내체육대회 날이었다.

체육대회 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반티를 입은 소년이 나타났다.

반팔 아래로 유독 까만 팔이 보였다.

 

스탠드에 혼자 앉아 있던 소년이

운동장에 발을 디딘 것은 학반 계주 때였다.

여태까지와는 달리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출발선에 선 소년은 누구보다 반짝였다.

 

멀리서 바통을 들고 뛰어오는 여자아이를 마주한 소년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소년을 보고

같은 반 아이들이 환호했다.

 

마지막 주자였던 소년은 3등에서 2등을 제치고

도착점을 10 미터 정도 남긴 지점에서

1등이었던 아이를 제치고 1등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외쳤다.

잘한다!

도착점에 1등으로 도착한 소년에게 반 친구들이 달려들었다.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끌어안으며 모두들 소년을 칭찬했다.

소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나는 그 후 소년에게 말을 걸어본 적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자신감 넘치는 소년에게.

 

 

 

“요즘 어때?”

“너무 좋아. 다 나한테 잘해줘.”

“그래, 잘됐다.”

   

그 때 느꼈다. 피부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태도가 중요했을 뿐이었다.

소년이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받아들인 순간, 아이들 역시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내 친구가 된 그 소년을 통해 느꼈다.

우리와 같음을. 피부색이, 다른 모양새가 무슨 상관인가.

그 속에 흐르는 피는 같은데, 따뜻한 마음은 같은데.

 

우리 모두 다르지만 같다. 달라도 같다.

 

 

*** 이글은 2012년 다문화 글짓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대구 동원중학교 신연재 학생의 <달라도 같다>를 정리한 것입니다.   

 

 

 

법무부 앱 로앤톡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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