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검다고 눈물까지 검은 건 아닙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2. 5. 28. 19:00

 

 

21세기는 글로벌 시대로, 세계의 장벽은 낮아졌지만

우리가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인식은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저 역시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다른 친구들은 어린 시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상처와 아픔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저와 같이 상처를 받게 될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여러분에게

어린 시절 저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려고 합니다.

 

 

<1> 초등학생 민식이

 

   

 

 

“민식아 일어나야지”

 

 

오늘도 까무잡잡한 손이 나를 깨웁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대답 합니다.

 

“아. 조금만 더…….”

“8시 넘었다. 학교가야지!” 검은손이 이야기 합니다.

“아휴, 짜증나. 뭐하다가 지금 깨워 주는 건데, 일찍 깨웠어야 될 거 아냐!”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가 씻는 둥 마는 둥하고,

식탁으로 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먹고,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입고서

가방을 찾아 나섭니다.

매일 아침 저는 이렇게 혼이 빠져나갈 듯한 전쟁을 치릅니다.

 

“아씨! 내 가방!” 저는 가방을 찾아 매고 서둘러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옵니다.

그때 마침 아버지께서 말씀하십니다.

“차 태워 줄게. 타고 가.”

“아. 괜히 서둘렀다…….”

 

지하주차장에서 반짝반짝한 아버지의 차가 제 앞에 멈춰섭니다.

아버지께서는 운전석에서 ‘얼른 타’ 라는 눈빛을 보내십니다.

 

아버지의 차를 타고 나서 창문 밖 풍경을 보니

흐릿흐릿한 게 한바탕 쏟아 질것만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10분정도를 달려 차는 미끄러지듯 교문 앞에 멈춰서고

“우산 있니?” 라고 묻는 아버지의 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대답 대신 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우산 가져다주라고 이야기할게” 아버지는 말씀하십니다.

 

교문을 들어서며 교실로 부리나케 뛰어갑니다.

교실 문을 박차고 거칠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면서 ‘수업하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곧 수업이 시작됩니다.

 

 

 

 

3교시쯤 되자 밖이 더 흐려지더니 후드득후드득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오자 아이들의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의 조용하라는 소리에 수런거리던 아이들은 조용해지고 다시 수업이 시작됩니다.

창 밖으로 내리는 비가 고요한 교실을 뒤흔듭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질문하십니다.

“민식아! 이 스펠링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께서 문을 열자 검은손이 제 이름을 부르며 우산을 건네주라고 말합니다.

 

친구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한아이가 소리쳤습니다.

 

“야! 민식이네 엄마 까맣다!”

 

바깥에서는 검은손 밑으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교실 안에 있는 어린 날의 민식이는 비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2> 그 후 7년

 

“오늘은 민식이 어머니께서 오셔서

여러분에게 필리핀 문화에 대해 강의를 해 주실 겁니다.

여러분! 조용히 경청하도록 합시다. 자, 민식이 어머님 들어오시죠!”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검은손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검은손이 들어옴과 동시에 저는 과거가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주위에서는 저를 부러워하는 목소리로

“이야! 민식이네 어머니 멋지다!” 하면서 검은손을 환호합니다.

저는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우쭐하며 검은손에게 눈빛을 보냅니다.

 

‘엄마 파이팅!’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친구들은 검은손을 향해 열심히 질문을 합니다.

 

“저 전통 의상은 언제 입어요?”

“아! 이 의상은 필리핀에선 결혼식 날이나 생일 생일파티에 주로 입어요.”

 

순풍을 탄 돛단배처럼 검은손의 수업은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수업 중간 중간에 검은손은 저를 보며 싱긋 웃습니다.

저도 검은손을 향해 웃음을 보입니다.

 

 

<3> 그리고 2년 후

 

오늘도 저는 등교시간에 딱 맞춰 학교에 도착하여 거칠게 숨을 내쉽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교복을 붙들며 친구들이 저를 불러댑니다.

 

“야! 어제 윤리와 사상 필기 한 것 좀 보여줘”

“민식아! 나도 문학책 빌려줘!”

 

예전과 달리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과 검은손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말입니다.

 

 

“민식아! 너희 어머님 신문에 나오셨더라!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

“나도 너희 어머님께 영어 과외 좀 받으면 안 될까? 대신 공짜로!”

 

과거엔 그저 심장이란 건물 뒤에 숨겨두고만 싶었고,

남에게 보이기 싫은 콤플렉스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이제는 당당하게 ‘우리 엄마야!’ 라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까만손에게 있어서 ‘내 아들이야!’ 라고 자랑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이런 생각에 빠져드니 아침에 잠깐 보고 왔던 그 검은손이

오늘따라 저에겐 하얗고 투명하게 느껴집니다.

 

 

*** 이글은 2012년 다문화 글짓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원주삼육고등학교 이민식 학생의 <검은 손의 눈물>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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