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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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MBC '휴먼다큐 사랑', 미혼모 출소자의 뜨거운 사랑

법무부 블로그 2011. 5. 12. 17:00

 

 

 

영화 [하모니] 보셨나요?

 

각자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교도소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는데요, 거기엔 교도소에서 낳은 아이가 18개월이 되면 입양을 보내야 하는 재소자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영화 속 내용인 줄만 알았는데, 비슷한 사연을 가진 실제 이야기가 있었더군요.

 

지난 5월 6일 금요일에 방영된 MBC [휴먼다큐 사랑-엄마의 고백] 에서는 TV판 <하모니>의 사연을 가진 청주여자교도소의 재소자가 나와 감동을 주었습니다. 스물한 살 미혼모 정소향 씨. 그녀는 남부러울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 가세가 기울면서 부모님은 이혼을 하였고, 그때 자신이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뒤 다시는 외가를 찾지 않았고, 방황했으며,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낳아준 부모에게도, 길러준 부모에게도 버려졌다는 사실이 십대의 그녀에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습니다.

 

수감번호 ‘116’번, 그녀는 엄마다.

 

 

                                 

 

중학교 때 집을 나왔고, 어린 나이에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그녀를 붙잡아주는 가족은 없었습니다. 찜질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잠자리를 해결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물론 야채장사, 군밤장사, 스키장 탈의실 보조원, 찜질방 달걀장사까지 했다고 합니다. 어느새 그녀는 돈이 되면 뭐든지 하는 비행청소년이 되어 있었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미용실에서 남의 물건을 훔치고 말았습니다. 절도죄로 구속되었지만 그 전에 지은 죄까지 더해져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결국 수감생활을 하게 된 정소향씨는 교도소에서 신체검사를 받던 중 자신이 임신 5개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일가친척 하나 없던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은이 아빠에게 편지를 써보았지만 아이를 지우라는 냉정한 말만 들었는데요. 교도소에서는 낙태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를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아빠도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 그녀는 가은이를 낳고 교도소로 돌아왔습니다.

 

“가은이한테 저 어렸을 때 같은 상태를 못 만들어줘서 너무 미안해요. 그래도 저는 잠시나마 행복했었잖아요. 그런데 가은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태어났는데 축하해 주는 사람이 엄마밖에 없잖아요.”

 

그녀는 눈물을 흘립니다.

 

 

 

 

커다란 병실에서 축하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가은이를 낳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온 그녀는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아이를 입양 보내라“했지만, 그녀는 ”제가 입양됐기 때문에 아이가 나중에 나같이 방황하면 어쩌지 싶어 못 보냈어요"라며 교도소 작은 방에서 홀로 힘겹게, 그러나 꿋꿋이 아이를 키워 나갔습니다. 하지만 힘든 생활 속에서도 가은이 하나를 바라보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큰 걱정이 다가왔습니다. 형법상 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18개월 이후에는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인데요. 생후 18개월이 지나면 규정에 따라 가은이를 교정시설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소향씨는 시설에 맡겨질 가은이를 생각하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출소 후, 그녀에게 딸 가은이는 삶의 이유

 

 

                                   

 

 

2010년 12월 24일, 가석방 대상자가 발표되고 그토록 바라던 가석방 명단에 그녀가 포함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가은이와 소향씨에게 찾아온 것입니다. 그녀는 어렵게 미혼모 쉼터를 구하기는 했지만 출소 후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이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요. 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그녀는 씩씩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어렵게 도넛 가게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명절 땐 가은이를 돌봐줄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일터까지 나가야 했는데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면 그녀는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도 붙였습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소향 씨는 미소를 잃지 않고 더욱 열심히 일을 했고, ‘이 달의 우수사원’으로 선정되어 아르바이트 직원에서 정식직원으로 채용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한 발짝 세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스물한 살, 어린 엄마 소향 씨의 이야기는 딸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는데요. 경제적인 어려움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가은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 억척스럽게 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방황하는 그녀에게 가은이는 하늘이 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가은이 엄마가 받은 상처들이 가은이로 인해서 치유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인데요. 정말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 같습니다.

 

시청자 반응도 뜨거워... “소향씨, 힘내세요!!”

 

 

 

 

저는 휴먼다큐를 보고, 시청자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을 찾아보니 소향 씨와 가은이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스물 하나 구김 없고 씩씩한 그녀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가은이를 마음깊이 응원하겠습니다", "가은이에게 있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배식구를 통해 밖을 보는 가은이를 보니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신은 스무 살에 학부모가 되었다며 눈물짓던 소향씨..이제는 가은이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방송을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가은이 소향씨 화이팅!!!" “'아이에게 과거 때문에 죄책감 갖지 마시고 훌륭한 엄마라는 점 잊지 말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등의 후기를 남기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방송국 측에서 후원 계좌를 게시했고 시청자 일부는 육아용품들을 조금씩이나마 나누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원치 않았던 과거가 노출되고 또 상처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향 씨가 다큐 출연을 결심한 것은 어두웠던 지난날을 잊고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새로운 삶을 시작할 각오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그녀가 부디 ‘편견’을 받지 않고,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눈물겨운 모녀가 힘들고 외로운 삶을 이겨내리라 믿으며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두 사람에게 행복한 날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글 : 이윤희 기자

사진 : MBC 휴먼다큐 사랑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