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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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死刑) ! 국가의 폭력인가, 정당한 법치인가 - 연극 교사형(絞死刑)

법무부 블로그 2011. 5. 7. 19:00

 

‘국가가 말하는 법치는 항상 정당한가’질문던지는 연극 <교사형>

 

   4월 30일 토요일 오후 7시 대학로 정보소극장, ‘국가가 말하는 법치는 항상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연극 ‘교사형’을 보러 갔습니다. 마침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서울 시내에 아침부터 먹구름 커튼이 펼쳐진 바람에 블랙코미디를 보기에는 정말 제격인 날씨였습니다. 블랙코미디란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절망을 바탕으로, 불길하고 우울한 유머를 보여주는 장르를 말합니다.

 

 

 

 

 

“제껴” 검사의 호명에 “덜컹” 소리가 나면서 밧줄이 R의 목을 감쌌다.

R의 시신을 바닥에 눕힌 교도소장, 교육부장 등 교도소 간부들은 R의 가슴이 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다시 깨어난 R은 형 집행 쇼크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기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자기가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자기 죄도 모르는 자에게 사형을 집행할 수는 없는 상황.

그러자 교도소장과 검사, 의무관 등은 R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교도소장 등 교도소 관계자들은

R이 여자를 성폭행하고 죽이고 묻는 끔찍한 장면을 재연하는 상황극까지 펼치며 R을 몰아붙이는데...

(연극 ‘교사형’의 전반적인 줄거리)

 

 

재일교포 미성년자에게 소년법 대신 사형을 선고한 일본

 

   연극 ‘교사형’은 주인공 R을 교사형(絞死刑, 목을 밧줄에 매달아 죽이는 형벌)에 처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는 ‘재일교포 이진우 사건’으로 1940년 실제 있었던 사건입니다. 그 당시 이진우는 일본인 여학생 둘을 살해하고 언론사에 전화로 알립니다. 그의 나이는 이제 불과 18살. 문제점은 민족주의에 치우쳐 있던 일본이 이 사건을 통해 일본전체의 결집력을 얻어내기 위해 재일교포이자 미성년자인 이진우에게 소년법을 적용하지 않고 사형을 선고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이진우가 22살이 되던 해까지 기다려 목을 매 죽이는 교사형을 집행합니다. 현실에서 이진우는 그렇게 교사형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연극은 교사형 당시 주인공 R(이진우)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가정합니다.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언제나 뜨거웠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한 사형은 당연하다.’, ‘법의 적용은 엄격해야 한다.’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언제나 뜨거웠습니다.

 

   먼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전제가 되는 생명권을 침해하는 ‘야만적이고, 잔혹한 형벌’이라고 주장합니다. 국가가 저지르는 살인이라고도 말합니다. 특히 오판(誤判)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에게 사형이 집행된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무자비하기까지 하다는 것이지요. 사형 폐지론자들은 또 사형이 일반인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범죄 억제효과를 가지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형이 폐지된 국가나 주(州)가 사형제가 존치하는 국가나 주에 비해 범죄발생률이 더 많이 나타나는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사형제도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제도가 여전히 위하적(威嚇的) 효과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생명은 인간이 가지는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이므로, 사형의 예고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형벌의 본질이 응보(應報)에 있는 만큼, 극악한 범죄에 대한 사형선고는 사회의 도덕적 분노의 표현임과 동시에 법치사회의 안전성 증진에 기여한다고 주장합니다. 비록 사형제도 폐지가 이상론으로는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법의식이 이를 요구할 때에는 사형이 적정하고 필요한 형벌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극 중에서도 주인공 R은 전자의 쪽에 서 있습니다.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혐의를 인정하게 하고 다시 형을 집행하려고 애쓰는 교도소 간부들, 검사, 의무관에게 화가 나 “이는 또 다른 의미의 살인이에요!”라고 소리칩니다. 이 말을 들은 교도소 간부들, 검사, 의무관 모두는 적잖이 당황하게 됩니다.

 

 

법! 사회공동체 안전망인가, 올가미인가?

 

   결국 주인공 R은 재집행을 당해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 R의 부근을 주변 배우들이 밧줄로 둘둘 감기 시작합니다. 연극 ‘교사형’은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가 사회공동체를 구성해서 안전하게 살아보려고 만든 법률들이 어쩌면 우리들을 옭아매는 올가미는 아닌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영화 ‘교사형’을 각색해 무대에 올린 연출자 윤복인 선생님과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와이셔츠가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주신 교도소 교육부장 역의 전이두 배우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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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연출자 윤복인

 

Q. 연극 ‘교사형’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다면?

 

A. 국가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폭력을 사용하지만, 반면 우리 국민들도 국가라는 이름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어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국민들도 국가라는 이름을 많이 남용해요. 사회적 이슈가 눈앞에 드러날 때 정치권만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아무 목소리도 사회에 내놓지 않고 수동적으로 정치권을 탓하고 있죠. 저는 국가나 국민이나 ‘국가라는 이름’을 너무나 남용하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때 우리 사회가 한층 진일보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Q. 마지막 장면에서 출연배우들이 주인공 R을 두꺼운 밧줄로 둘둘 감는 의미는?

 

A. 원래 재일교포 이진우는 다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었을 뿐이에요.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자기가 태어난 일본에 동화되고 싶었고, 자전거를 타는 귀여운 일본인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었을 뿐이죠. 하지만 국가는 이진우의 그런 과정은 전혀 귀 기울여 들어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저 범죄결과만 보고 무자비한 폭력(교수형)을 휘두르는 데에 정신이 없었죠. 이점에서 국가는 항상 우리가 잘 살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울타리인 것만이 아니라 올가미처럼 국민을 옭아매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표현한 겁니다.

 

INTERVIEW│전이두 (교육부장 役)

 

Q. 연극배우로서 가장 희열을 느낄 때와 난감할 때는?

 

A. 지금까지 20여 년간 연극배우를 해오고 있는데요. 매번 무대에 오르면 그 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쾌감이 있답니다. 물론 좋은 작품과 그 안의 좋은 배역을 받아 연기를 할 때가 정말 큰 쾌감을 느끼게 되지만 말이죠. 연극하면서 난감한 적은... 차라리 대사를 실수하는 것은 나은 편이에요. 정말 난감할 때는 머릿속이 갑자기 화이트보드처럼 하얘지는 거예요. 대사가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떠오르는 그런 상황. 그땐 정말 답이 없어요. 순간 애드리브와 주변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그 상황을 벗어납니다.

 

Q. <교사형> 중 가장 몰입이 되는 장면이 있다면?

 

A. 제가 주인공 R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조선 여인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장면이었죠. 물론 제가 아직까지 사람을 죽인 경험이 없습니다만(^^;) 재연으로라도 사람을 죽이고 나서 그 시체를 바라보는 그 장면이 극 중 저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제일 큽니다. 제 정신으로는 정말 못할 거 같아요. 물론 이성을 가지고 죽이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죽이고 나서 이성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공포감은 정말 말로 표현을 못할 거 같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형벌을 부과하고 받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형벌의 부과와 집행이 이루어진다면 형벌은 단순히 범죄자에게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복수하고, 고통을 가한다는 의미 밖에는 없게 됩니다. 매번 잔혹한 범죄들이 나올 때마다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공통된 생각이 없기 때문에 당연한 의견대립입니다.

 

 

 

                                                                                          글 : 정승호 기자

                                                                                         사진 : 연극 [교사형(絞死刑)] 홍보자료 이미지

 

                                                                                                               

 

 

 

 

 

※ 이 글은 블로그 기자 개인의 의견으로 법무부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