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판사, 기자들에게 대놓고 성교육 하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라고 하면 말 그대로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센터’라고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물론 센터에서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인데요. 거기에 더해서 성폭력 범죄 없는 밝은 지역사회를 조성하고자 성폭력 ․ 성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센터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았습니다. 바로 부천 ․ 김포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입니다.

 

 

 

▲ 부천·김포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성전문가 양성프로그램 수강생들

 

 

 

 

검사들도 듣는 이런 성교육 수업, 들어 봤수?

제가 취재하러 갔었던 날은 수료식을 앞두고, 마지막 수업과 수료 통과 시험을 치르던 날 이었는데요. 많은 나이 지긋한 성인 남녀 학생 분들이 큰 강의실에 빼곡하게 앉아 열심히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답니다.

 

저도 마지막 수업에 함께 참관했었는데요, 마지막 날 강연의 주제는 '피임법'이었습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나도 이러한 성교육 수업을 학생 때 들어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정확한 피임 방법들과 그 장 ․ 단점들, 게다가 이번 강의를 맡으신 김상원 교수님의 말솜씨는 정말 직설적이면서도 유쾌했습니다. 성(性)이라는 것이 말하는 사람 자체가 부끄러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면 듣는사람 마저도 민망해지기 마련인데요. 교수님의 직설 화법은 성(性)을 성(性)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김교수는 성 전문가가 되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자신부터 성에 대해 이해를 잘 해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확하고 올바른 성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김교수는 또한 ‘우리나라가 성교육 안 하는 나라 1위’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여기에 대한 부작용은 많은 성범죄를 낳을 뿐 아니라, 판사와 검사들 역시 그동안은 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그 범죄에 상응하는 적절한 처벌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 이었습니다.

 

김교수는 “일부 검사들과 관련직 공무원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수강을 합니다. 이 수업을 듣게 되면, 검사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게 될 테니, 성 범죄자들에게도 해당 범죄에 응당 하는 처벌을 내릴 수 있게 되겠지요?”라고 기대를 나타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0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1년에 두 번씩, 총 5년 동안 10회에 걸쳐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5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료를 받은 학생 수는 무려 923명!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와서 수강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교육으로 활발히 활동한다고 합니다.

 

또한 수료자들 중 희망자에 한해 집중 과정을 수료하고, 자체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부천과 김포 지역의 초․중․고등학교와 연계해 성교육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강연을 들은 학교들은 성교육 강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강의를 계속 요청해 오기도 합니다. '성교육․성상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사회 곳곳에서 빛을 발할, '나는 성 전문가!'

지난 월요일인 11월 29일, 2010년의 대미를 장식할 성 전문가 교육과정의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강생 92명 전원이 모두 수료시험을 통과해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두달여 동안 교육과정 수료한 현직 기자 오세광 씨는 "기자 일을 하고 있지만, 여유가 된다면 학교에 가서 성교육 강의도 하고 싶어요. 예전에 경찰 취재를 뛰면서 현장에서 본 사례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이론들과 교육 방법들을 접목해서 학생들에게 생생하고 재미있는 강의를 해주고 싶습니다!"라고 앞으로의 또 다른 꿈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부천․김포 범죄피해자 지원 센터의 박상복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가 성에 대해 무지하고, 왜곡 된 개념들을 갖고 있기에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거나 경감시킬 수 있는 성교육은 보편화․전문화되지 못한 상태”라며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고 성의식읠 제대로 정립할 성교육 ․ 성상담 전문가가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부천․김포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성교육․성상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은 앞으로 부천과 김포 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희망 수강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수료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올바른 성 지식을 전하고, 성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 한다면, 성 범죄로부터 안전한 우리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든든한 기대를 해봅니다.

 

 

▲성교육 · 성상담전문가과정 수료식 (2010. 11.29)   

 

글·사진 = 노태경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