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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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좋아하는 오빠한테 고백했는데 ...

법무부 블로그 2010. 9. 6. 20:00

 

▲ 캠프에 참가했던 박수빈(좌)과 안정민(우) , 둘 다 부모님이 한국인이에요~

 

저는 한 번도 다문화가정 친구들과 같이 잠을 자거나 어울려서 며칠 동안 지낼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학교에 가면 몇 명의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있지만 깊이 어울릴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이 친구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낼 기회가 생겼습니다. 엄마아빠도 없이 우리끼리만 말이죠^^

 

바로 지난 8월18일부터 19일까지 1박 2일 동안 했었던 ‘국립대구박물관 다문화캠프’ 에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캠프에도 참가하고 취재도 하려고 이 캠프에 참가했답니다. 말하자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두 마리 토끼 잡기 참 어렵더군요, 취재를 잊어버리고 자꾸 캠프에만 집중이 되었어요^^;;

 

손꼽아 기다리던 캠프의 첫날, 저는 좀 일찍 박물관에 도착했는데요. 주위를 휘리릭 둘러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다문화 가정 친구구나’ 싶은 친구가 없었어요. 모두들 한국말도 잘 하고 외모도 저와 비슷하더군요. 사실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는 캠프를 마치면서도 누가 다문화가정 친구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거기다 모두 하나 되는 마음으로 주황색 단체복을 입게 되었는데요. 그 옷을 입으니 제 친구도 못 알아보겠더라고요~ 그래도 하나 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사물놀이 처음이야~. 그런데 안 시끄럽고 재밌어~”

 

▲ 사물놀이에 푹 빠진 캠프 참가자들

 

캠프 일정 중에 우리 가락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북과 장구가 앞에 놓여 있었어요. 다 같이 앉아 “옹헤야~ 어쩔시구 옹헤야~ 저쩔시구 옹헤야~” 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어떤 다문화 가정 친구가 막 웃으며 ‘옹헤야’ 노래는 처음 들어봤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친구들한테 ‘옹헤야’가 뭔 뜻이냐고 물었는데,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저도 모르겠다고 답했고요(^^;) 그리고 또 한 친구는 처음엔 장구소리가 시끄럽다며 귀를 막았는데, 수업이 끝난 후에는 “이거 되게 재밌다. 난 이러 거 처음 해봐” 하면서 웃더라고요. ‘아, 이 친구들 중에는 전통악기를 처음 쳐보는 애들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어요. 저는 유치원 다닐 때 북이랑 장구랑 쳐보기도 하고, 한국의 전통 악기라고 공부해서 익숙한데, 그 친구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게 조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북을 열심히 쳐대니 배가 고팠는데요, 저녁 메뉴로 제육볶음과 배추김치가 나왔어요. 저는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못 먹으면 어떡하나 조금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제 앞에 앉은 유진이라는 친구는 매운 김치를 되게 잘 먹더라고요. 엄마나 베트남 사람이라고 했는데 매일 엄마가 김치를 담가줘서 잘 먹는다고 했어요. “우리 엄마 김치 되게 잘 담가줘~ 할머니한테 배웠는데 지금은 할머니 김치보다 우리 엄마 김치가 더 맛있다~ 우리 고모도 맨날 우리 엄마한테 김치 달라고 그래~”하면서 유진이가 엄마 자랑을 했는데, 베트남 엄마가 담가주는 김치는 무슨 맛일까 궁금해지더라고요.

 

▲ 물레 돌리기 체험 중인 친구들

 

 

 

 

 

“왜 바위에다가 그림을 그렸지?”

 

선생님하고 박물관을 돌아볼 때 암각화를 봤는데, 엄마가 중국 사람인 광빈이가 ‘암각화’의 한자 뜻을 맞춰서 모두 ‘와~’하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암’은 바위란 뜻이고, ‘각’은 새긴다는 뜻이고, ‘화’는 그림이라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바위에다 새긴 그림이란 뜻인데,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요. ‘왜 종이에다 안 그리고 바위에다 그림을 그리지?’ 그래서 선생님한테 따로 물어봤더니 그 시대에는 종이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한 번도 종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지 못 했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나중에는 지점토로 모형 암벽화에 본뜨기를 했는데 잘 말려서 제 옆에 있는 다문화 가정 친구랑 바꿔서 갖기로 했어요. 친구랑 바꾸기 전 마지막 기념촬영 찰칵~!

 

▲ 제가 만든 암각화 본뜨기예요. 예쁘죠?

 

드디어 밤이 되고, 선생님께서 편지지를 주며 부모님께 편지를 쓰라고 했어요. 저희 방 친구들은 엄마한테 쓰는 편지는 대충 쓰고 자는 척을 하고 있다가 선생님이 가시면 ‘아이엠 그라운드 00이름 대기~’ 하는 게임을 하면서 놀았어요. 한참을 그렇게 웃고 떠드니까 저희 반에 있는 친구들보다 더 친해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런 후에 자려고 누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겪고 있는 고민을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엄마가 캄보디아에서 온 미진이는 조금 외국 사람처럼 생겼는데요. 좋아하는 오빠한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고 그랬어요.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싫다 그랬대요. 그리고 엄마가 중국사람인 예진이는 한국말이 너무 어려워서 국어시간이 싫다고 그랬어요. 모르는 걸 물어보면 애들이 그것도 모르냐고 놀리고 가르쳐주지도 않는대요. 그래서 학교에선 말도 잘 안 하고 친구도 별로 없다고 했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에 있는 다문화가정 친구도 말수가 적었던 기억이 나요. 원래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우리가 얘기를 안 걸어주니까 말을 안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 돌아가면 꼭 그 친구한테 먼저 인사를 해야겠다 생각했지요. 

 

▲ 엄마가 중국 사람인 권광빈 권예진 남매

 

 

 

 

 

잘가~ 가끔 문자해~”

 

그렇게 하룻밤을 자고 나니 금방 헤어질 시간이 되더라고요. 막상 헤어질 때가 다가오니 마음이 무척 슬펐어요. 우리는 휴대폰 번호를 주고받고 자주 문자를 하기로 했어요. 휴대폰이 없는 친구는 이메일로 연락을 하기로 했지요. 아쉽게도 이 친구들은 다들 멀리 살아서 버스로 한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또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내년에 이 캠프에서 또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지요. ‘국립대구박물관 다문화캠프’는 매년 있는 캠프에요. 내년 여름에도 이 캠프가 있으니 관심 있는 다문화가정 친구들과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참가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번 캠프를 통해 다문화가정 친구들을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기뻤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주어져 아름다운 동행을 오래 오래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친구들아~ 우리 다음 캠프에서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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