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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화분에 심어 키우는 전주교도소

법무부 블로그 2010. 9. 6. 17:00

102년의 역사가 숨 쉬는 전주교도소

 

사람이 100년을 넘게 살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하고, 그 지역의 명물이 되기도 합니다. 나무가 100년을 넘게 살면 역사가 깊은 나무라고 하며 보호해 주죠. 그렇다면 100년 넘은 교도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낡고 오래됐으니 무조건 헐어버려야 할까요? 저희 할머니는 깨끗하고 좋은 새 양말이 있어도 꼭 구멍 난 양말을 기워서 신으셨습니다. 물건을 알뜰하게 아끼셨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할머니는 정성이 들어가고 손때가 묻은 양말을 더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물건은 손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소중해지고, 아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돼서 제 기능을 못 하더라도 정이 붙고, 추억이 묻어나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는 전주교도소가 10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수형자들의 교화를 위해 힘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망가지면 고쳐주고, 더러워지면 씻겨주고, 색이 바래지면 새로 칠해주며 전주교도소는 무려 102년을 보냈습니다.

 

 

 

 

 

처음이자 이례적으로 전주교도소 100년사 발간

 

2008년 전주교도소는 교도소 자체로는 처음이자 이례적으로 <전주교도소 100년사>를 발간했습니다. 보안시설이다 보니 많은 부분이 감춰져 있고 가려져야 할 내용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후세에 남길 ‘100년사’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물론 그러하지만 후대에 갈수록 이 책은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서로 자리매김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주교도소의 역사는 어떨까요? 책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처음 전주교도소가 세워진 것은 1908년이라고 합니다. 마치 지방에 ‘분교’를 내어 학생들을 가르치듯이 처음에는 광주감옥의 ‘전주 분감’으로 세워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던 것이 1920년 일제강점기에 전주감옥으로 승격했습니다. 그리고 1923년에는 전주형무소로 개칭하고, 1961년에 다시 전주교도소로 개칭했습니다.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것은 1972년. 그러고 보니 이곳에 있는 건물들도 38년이 넘은 건물들이네요.

 

 

 

 

 

 

그런데 교도소 주변에 왜 이렇게 꽃이 많을까?

 

전주교도소에 들어와서 느낀 것은 꽃과 식물이 참 많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한 건물 앞에서 참 묘(?)하게 생긴 화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일반 화분들과는 좀 달라 보여 가까이서 봤더니, 세상에 포도가 달려있는 겁니다. ‘포도나무가 화분에서도 자라나?’ 정말 신기하더군요. 그때 저를 마중 나오셨던 김형수 교위님께서 “원예치료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재소자들이 가꾸는 화분이에요”라고 살짝 귀띔해 주셨습니다. 원예관리사는 들어봤지만, 원예치료관리사라는 건 뭘까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원예치료관리사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직접 원예를 가꾸거나, 공원이나 숲 등을 거닐며 마음의 안정을 얻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을 말했습니다. 식물에서 나오는 공기정화 기능이나 음이온 발생 등 기능적인 측면도 고려하고, 마음 안정이나 보람·기쁨 등 정서적인 측면도 고려해서 상대를 치료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잠시 잘못 된 마음을 먹고 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고 자기만큼 힘든 사람들을 위해 ‘치료’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미리 미리 예방해야죠!

 

 

▲ 전주교도소 장영석 교도소장님

 

현재 전주교도소 소장님은 장영석 교도소장님이십니다. 제가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시더군요. 저는 장 소장님을 만나자마자 교도소 외관이 참 예쁘다는 말부터 했습니다. 그러자 장 소장님께서 “재소자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교화될 수 있도록 그리고 민원인들이 편안하게 접견할 수 있도록 환경개선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도소 앞 도로도 옆에 개울이 흘러 사고가 참 많이 일어났었는데, 개울을 복개하고 그 공간을 주차장과 인도로 확보했습니다. 그랬더니 사고가 줄더군요. 교도소 벽도 자연친화적이고 산뜻한 색으로 바꿨고, 외벽에도 대나무를 심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재소자들이나 일하는 직원들 모두 좋아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38년 된 교도소 건물이 생각보다 깨끗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장님을 비롯한 교도소 직원들이 열심히 공 들인 덕분이었더군요.

 

 

▲ 전주교도소 앞 복개 전(좌)과 후(우)

 

 

제가 또 꽃이 많이 보인다고 하자 소장님께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랑(?)하나를 하셨습니다. “교정/교화 프로그램은 각 교도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저희 교도소에는 원예치료관리사 자격증을 따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반기에 그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한 재소자들이 13명이나 자격증을 받았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저도 기뻤지만 재소자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겁니다”라고 하시며 여전히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이셨습니다. 전주교도소는 지난 6월에 우석대 조경학과 교수를 초빙해 재소자를 대상으로 조경과 원예 교육도 실시했다고 합니다. 또 원예작업장이나 화단 관리는 재소자 5~7명이 하는데, 실력이 다들 수준급들이라고 하더군요.

 

그 외에도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향기치료(=아로마테라피) 과정, 오카리나 악기 연주 과정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및 개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요리의 도시인 전주답게 한식조리 과정도 있다고 하더군요.

 

 

 

 

 

 

재소자들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 창문에 전주의 4계절 사진이 붙어있는 교회 강단

 

재소자들은 아파도 치료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교도소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소장님은 고위험군과 위험군 등을 분류하여 정기적으로 심장 및 혈압 등을 체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고령이거나 심신이 허약하여 건강이 좋지 않은 재소자들에게 영양제를 주었더니 갑자기 위급해지는 상황도 줄고 재소자들끼리 언성이 높아져 싸우는 일도 많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또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종교 활동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전주교도소의 교회건물은 한 눈에 봐도 38년의 역사(?)가 느껴졌는데요. 장 소장님은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아무리 개선한다 해도 표시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창문에 전주의 4계절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을 붙여놨습니다. 그리고 의자도 새 것으로 바꾸고 강연대도 아크릴대로 바꿨더니 밝고 신선한 이미지를 준다며 재소자들이 만족해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멸종 위기의 ‘우리 꽃’을 키워요.

 

 

▲ 멸종위기 우리 꽃이 심어져 있는 화단

 

교도소를 나오며 마지막으로 제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아름다운 우리 꽃 화단’이라는 푯말이 있는 화단이었습니다. 이 화단에는 경기 용인 한택식물원의 도움을 받아 멸종위기식물 다섯 종을 포함한 스물다섯 종의 우리 꽃이 심어져 있다고 하더군요. 화단에는 멸종위기 2급 식물인 히어리와 미선나무를 비롯해 그 이름도 생소한 섬기린초, 대청부채, 자주꿩의 비름 등의 ‘우리 꽃’이 심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전주교도소는 재소자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하루 빨리 사회에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주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부디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한 재소자들이 이곳에서의 교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하여 취업과 사회적응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빌어 봅니다.

 

사진 = 유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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