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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바뀐 형법, 꼭 알고 있어야할 4가지 사실!

법무부 블로그 2010. 8. 28. 19:00

 

 

 

우리나라의 형법이 언제 제정되었는지 아시나요? 우리 형법은 반세기 전인 1953년에 처음 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반세기 전에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죄가 성립 되는가’ ‘어떤 죄에 해당 하는가’ 등을 규정한 ‘형법의 총칙’은 거의 바뀐 적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형법은 크게 총칙과 각칙으로 나뉩니다.)

 

우리 주위의 많은 법률들이 수시로 바뀌고 개정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조금 놀랍지 않으신가요?^^; 최근 상당수 형법 총칙 조항들이 발전된 형법 이론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 법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이 형법에 새 옷을 입히기 위해 지난 8월 25일 ‘형법 총칙 개정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법 총칙 개정 공청회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잠깐! 형법 총칙 개정안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지난 2007년부터 무려 3년 동안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위원장 이재상)’에서 50여개의 주제를 놓고 논의를 벌였습니다. 이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는 법학교수 16명과 실무자 8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24명의 전문가들이 먼저 초안을 만들고, 이를 전체회의에 상정하여 형법 개정 시안을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25일 국민을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지요. 이 개정 시안은 앞으로 관계부처의 협의 등을 거쳐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형법 총칙 개정 공청회는 이귀남 법무부장관의 인사말로 시작되었습니다. 양복을 입은 교수나 검사들만 많이 참석할 줄 알았는데, 일반 국민들도 많이 참석해 형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어떤 문제들을 가지고 공청회가 진행되었는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 공청회의 진지한 분위기, 이런 거 처음 봐요 o>.<o

 

 

 

 

 1. ‘정범’에 대한 개념을 법률(형법)에 명시했습니다.

 

 

법률에서 ‘자기의 의사에 따라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사람’을 ‘정범’이라고 하는데, 범죄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가 정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형법에는 ‘정범’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 그런지 ‘국회법률지식정보시스템’에서 ‘형법’을 찾아봤습니다.

형법 제2장 제3절 ‘공범’에 그와 관련한 내용이 나와 있어야 하는데요. 정말 정범이란 단어는 쓰면서 ‘정범이 무엇이다’하는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 형법의 내용을 자세히 보려면 다음을 클릭하세요 (형법)

 

 

그렇다 보니 학설상 대립되는 경우가 많았고 법률 해석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번 형법 총칙 개정을 통해 ‘스스로 죄를 범한 자는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개념을 명확히 하면 향후 법률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정범에 대한 부분은 용어들이 어려워서 들을 때 진땀 좀 뺐어요~ ^^;;

 

 

 

 

 

 

2. 고무줄 판결은 이제 없을 거예요~

 

다음으로는 조금 쉬운 얘기를 해보죠!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 기억하시나요? 범인인 김길태는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두 번의 판결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작량감경’이란 흔히 ‘정상참작’이라는 말로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인데요.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지만,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봤을 때 형벌이 너무 과중하다고 인정되면 판사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을 말합니다. 김길태의 경우 1997년 9세 여아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죄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반성을 하고 있으며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징역 3년으로 감경되었고요. 2001년에 30대 여성을 성폭행했을 때도 1심에서 12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8년형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그 당시 과거 김길태에 감형한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작량감경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규정을 만들어 엄격하게 활용할 예정입니다. 감경할 수 있는 사유는 ‘피고인의 자백’, ‘범행의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인데요. 이렇게 감경 사유를 명확히 규정하면 판사의 재량이 그만큼 줄어들어 ‘고무줄 판결’, ‘전관예우 판결’ 등의 비난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작량감경 조항에서 ‘피고인이 자백한 경우’라는 부분은 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이 주장을 펼친 토론자는 “반성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백을 했다는 이유로 감경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법학자는 “자백은 반성의 여지를 말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어쨌든 작량감경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 토론자의 질문을 받고 있는 발제자. 사뭇 긴장 하는 분위기??^^;; 

 

 

  

 

3. 형벌 종류가 9종류에서 4종류로 줄었어요~

 

현행 형법에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 9가지 종류의 형벌이 규정되어 있는데요. 개정시안에는 사형, 징역, 벌금, 구류 등 4가지 종류로 형벌을 재분류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자격정지, 자격상실 등은 형벌로 볼 수 없고, 과료 등은 실제 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재분류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자격정지는 국가공무원법 등 다른 법에도 규정되어 있고, 과료 등은 실제 활용되는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또 사형에 대한 조항을 그대로 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이것은 현대 우리 사회의 국민감정과 형사정책상 상징적으로 사형이 형법전 속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4. 신개념 보호감호제도가 도입됩니다.

 

다음으로 논의된 사안은 보호감호제도입니다. ‘지난 2005년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되었는데, 왜 또 보호감호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냐?’ 하는 반발이 많았는데요. 이번에 논의되는 것은 ‘재도입이 아닌 신개념 보호감호제도의 도입’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보호감호제도란 어떤 것일까요? 과거 보호감호제도는 대상범죄가 너무 넓어 문제가 되었는데, 이번엔 보호감호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합니다. 실제 보호감호 대상의 70% 이상이 절도범이었던 것이 사실인데요. 새로운 보호감호제도에는 강도죄를 제외한 재산과 관련된 범죄는 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범죄가 대상범죄가 될까요? 바로 살인, 강도, 강간 등 성폭력 범죄, 상해, 방화, 약취·유인 등이 대상범죄가 되며 이들 범죄들이 특별법에 의하여 가중처벌 되는 경우에 보호감호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위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모두 보호감호 대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형기 종료 후 5년 이내에 죄를 범할 것, 고의로 범한 범죄에 대해 3회 이상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 등 여러 제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토론자 중에서 “보호감호제도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발제자는 “재범의 위험성 여부의 판단 없이 다른 요건에 해당하면 무조건적으로 보호감호를 부과할 수 있었던 부분이 위헌 결정을 받은 것”이라고 하며, 새로운 보호감호제도는 재범의 위험성은 물론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보호감호 처분을 내리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또 근로보상금 체계를 현실화하고 직업훈련, 외부 통근, 귀휴 등 보호감호소의 처우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보호감호제도와 다른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요. 새로운 보호감호제도는 ‘집행유예’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중간심사제도를 도입하여 징역형이 종료되기 6개월 전에 교정성적과 피고인의 반성 정도를 평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재범의 위험성’을 다시 판단하는데요. 그 결과 보호감호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호감호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입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법학교수들은 “보호감호제도 폐지 이후 가출소자의 재범율이 36.4%에서 60.4%로 대폭 상승하였다”며, “보호감호가 강력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으니 과거의 잘못된 행태만을 생각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보호감호에 대한 올바른 관행을 창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보호감호처분이 남용되지 않도록 보호감호 요건을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청회에 다녀와서 놀란 점 두 가지!

 

이번에 공청회를 다녀와서 제가 놀랐던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국민이면 누구나 공청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공청회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에 무관심해지기 마련인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형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공짜로 법을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공청회에 참여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는 법이 바뀌거나 새롭게 탄생되는데 이렇게 많은 논의와 노력이 필요한지 몰랐다는 것입니다. 이번 공청회도 무려 5시간 동안이나 진행되었는데요. 발제자도 토론자도 모두 우리나라 형법 개정을 위해 열정을 쏟고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 노고와 열정에 새삼 놀랐고요. 우리의 형법이 어떤 새 옷을 입게 될지 살짝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날 공청회 사회를 보셨던 분이 “형법이란 우리 사회의 명함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우리 사회에 꼭 맞는 새 옷을 입고 우리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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