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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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아내의 빚, 남편이 갚아야 할 의무가 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10. 7. 12. 17:00

고스톱과 술을 좋아하는 부인 조아해씨.

어느 날, 남편 구만해씨 명의의 차용증을 작성해

친구 오이지에게 1000만원을 빌려 친구들과 흥청망청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돈을 빌려준 오이지는 조아해의 남편 구만해에게

“조아해가 1000만원을 빌려간 후 갚지 않았으니 돈을 달라” 며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남편 구만해는 그제야 아내가 자신의 명의로 돈을 빌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만해는 어이가 없어, “내가 빌린 돈이 아닌데 왜 내가 갚냐?”고 항의했고, 오이지는 “조아해가 당신의 사업자금이라며 나에게 돈을 빌렸다. 어쨌든, 부부는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모르냐?”며 방방 뛰었습니다.

 

과연 남편 구만해씨는

아내 조아해가 진 빚을 갚아야 할까요?

 

 

부부는 평등해서 주머니도 함께 쓴다?

부부는 결혼하면서 하나가 됩니다. 아내의 잘못은 남편이 덮어주고, 남편의 허물은 아내가 이해해주면서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돈’의 경우는 어떨까요? 가사를 위해 하께 사용한 것도 아니고, 아내가 일방적으로 유흥을 위해 사용한 돈을 남편이 갚아 줄 의무가 있을까요?

 

“아내가 써버린 돈을 내가 왜 갚냐!?”고 주장하는 구만해의 말도 맞지만, “부부는 공동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오이지의 말도 맞는 말입니다. 민법 제827조 제1항에서는 부부 상호간에는 일상적인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일상가사대리권’이라고 합니다.

 

민법 제827조 (부부간의 가사대리권) ①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

②전항의 대리권에 가한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832조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미 제3자에 대하여 다른 일방의 책임 없음을 명시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법상으로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고,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편 구만해는 아무 소리 못하고 아내 조아해의 채무를 대신 갚아줘야 하는 것일까요?

 

조아해가 애초에 오이지에게 돈을 빌릴 때 남편의 사업자금 명목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자금이 아닌 유흥비로 돈을 모두 탕진해 버렸지요. 따라서 그 돈은 일상의 가사로 인한 채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목적이었다면 일상가사의 범위에 속하여 남편(아내)이 사용한 비용에 대해선 다른 한 쪽인 아내(남편)가 갚아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일상의 가사에 대해 서로 대리권이 있기 때문에 부부 중 한 쪽이 일상의 가사에 대해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다른 일방도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의 경우 아내 조아해의 차용행위는 실제로는 가사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의 채무를 대신 갚아줄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남편 대신 차용증도 가능?

판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의 범위를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법률행위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상가사 대리권’은 현실적 생활 상태와 관습으로 판단하지만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일상의 가사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부부공동체의 내부 사정이나 목적,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 등도 충분히 파악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인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남편의 병원비와 자녀의 학자금에 사용할 목적으로 돈을 빌렸고, 그 돈을 실제로 위와 같은 목적에 사용 하였다면 ‘일상가사 대리권’이 성립하게 됩니다.

 

남편이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병원비와 교육비에 시달리던 부인이 남편 명의의 집을 팔아 병원비와 생활비, 아이들 학자금을 보탠 경우, 남편의 병이 나아져 자신 명의의 집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여 이를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에 법원은 남편이 장기간 입원하여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실질적인 가장은 아내여서 가사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기 때문에 설사 남편이 집을 매도한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아내의 대리권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집을 파는 행위가 일상가사 대리권의 범위를 넘기는 하였지만, 남편의 대리인인 아내와 계약을 한 제3자로서는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본인인 남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흔히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라고도 말하며 민법 제126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판례는 부부간의 ‘금전차용행위’도 금액, 차용목적, 실제의 지출용도, 기타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그것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아해·구만해씨 부부의 경우, 차용행위 자체가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아내 조아해의 차용행위는 남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지요.

 

 

일상의 모든 것을 대리 할 수 있나?

일상생활비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한 범위를 넘어선 금전 차용이나 가옥 임대, 어음에 기재하는 행위, 근저당 설정 채무보증 행위, 부동산 처분 행위 등은 일상적인 가사의 범위에 속하지 않습니다. 2007년 서울남부지법 판결에서도 부부가 상대방 몰래 한 고액 재산 처분은 가사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권자와의 채무부담 약정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일상가사에 속하지 않는다는 판결과(96다54942). 아내가 외국에 별거 상태로 체류 중인 남편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부부간의 일상가사에 속하지 않는다는 판결(93다16369)이 그것이지요.

 

일상가사 대리권이 인정되는 경우와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그 행위가 가사를 위한 행위인지 아니면 일방의 유흥이나 허세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가사 대리권이 인정되는 경우

일상가사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A. 아내가 남편 명의의 신용카드로 마트에서 아들의 장난감을 구매한 경우.

B. 월세가 돌아와 아내가 돈을 급하게 빌린 경우.

C. 남편이 외상으로 식료품을 구매한 경우

 

A. 남편이 집 담보로 사채를 끌어다 써서 유흥비로 탕진한 경우.

B. 아내가 집을 팔아 다이아반지와 벤츠 고급 승용차를 산 경우.

C. 아내가 도박에 빠져 막대한 돈을 빌린 경우.

 

 

사례에 소개된 남편 구만해의 경우도 아내 조아해의 채무를 변제해 줄 법적 의무는 없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아내의 실수이기에 돈을 갚아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야만 부인이 사기죄로 처벌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게 될 테니까요. 이런 배우자의 따뜻한 마음을 헤아려, 두 사람이 다시는 실수하지 않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아해·구만해 사례 = [대법원1999.3.9.선고,98다46877판결]을 각색

모든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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