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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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경험해보니 신고가 힘든 이유를 알겠습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7. 8. 11:00

자꾸 용돈을 올려달라는 아들

“엄마 돈 좀 줘요”

“용돈 받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또 돈 필요해?”

오늘도 돈 타령인 중학교 1학년생 아들. 요 근래 집으로 가져오는 건 없으면서 자꾸 돈을 달라고 합니다. 혹시 누구에게 뜯기고 다니는 건 아닌지 혹은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아들을 살짝 떠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 아들이 말로만 듣던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아들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노라면 같은 학원 친구인 〇〇가 와서 쫄게임(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을 이긴 숫자만큼 때리는데, 이때 상대방을 ‘쫄게’해야 하기 위해 위협적으로 행동하면서 겁을 주며 때리는 게임)을 하자며 와서는 자꾸 이마를 때리더라는 겁니다. 걸핏하면 이마가 빨갛게 부어오르도록 때리고, 실실 웃으며 떠나는 친구를 보며 아들이 자존심에 상처나 입지 않았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맞지 않기 위해 아들이 선택한 것은 돈이나 먹을 걸 사 줘 가면서 고만하자고 얼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언제부턴가는 가운데서 □□라는 친구가 가로채고 하루에 얼마만큼 때릴지를 명령(?)하더라는 겁니다. 어느 날은 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해서 더 많이 맞기도 했다고...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줄곧 가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당해 왔고, 횟수로 따지면 200번도 넘을 거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면서 따지자면 맞지 않기 위해 먼저 돈을 주었으니 ‘삥’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엄마에게 힘주어 “삥 뜯긴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들의 마지막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보복이 두려워 말도 꺼내지 않는 피해학생

다행스럽게도 위의 ‘아들’은 어머니께 모든 사실을 다 털어놓았지만, 사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은 자신이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기를 꺼려합니다. 그것은 남학생만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이 일이 알려지게 되었을 경우 보복이 두렵기도 해서일 것입니다.

 

위의 ‘아들’은 어머니에게 1년여 간 사실을 숨기고 이제야 비밀을 털어놓는 이유에 대해 “말하면 학교 교칙에 학교폭력 피해자도 벌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보복이 두렵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또, “괜히 시끄러워 지는 게 싫고, 학교 친구들에게 알려졌을 경우, 나만 못난 사람이 되는 게 싫어서 그랬다.”고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런 아들의 말을 듣고 있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다행히도 피해학생의 어머니는 대놓고 힘들어 하는 내색을 보이지 않고, “와! 대단하다! 어떻게 혼자 참았니?”, “그래서 네가 지금 바라는 게 어떤 거니?” 하면서 학생의 의견을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엄마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좌절을 내색해 해버린다면, 피해 학생은 다음에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엄마 마음 상하게 하는 것이 싫어서 아마도 입을 닫아버릴지도 모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자녀, 혹은 동생이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려온다면 그 아이 앞에서는 내색을 피해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아무튼, ‘아들’이 원하는 처방은 “아주 아주 조용하고 표시 안 나게, 걔네들이 날 때리는 걸 멈추고 억지로 내가 그 애들 뭐 사주는 것도 안 했으면 좋겠고 그냥 맘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아주 표시 안나게’ 말이죠.!

 

 

학교폭력 사실, 가해 학생과 학원에 알렸더니····

어머니는 아들을 괴롭힌 ○○와 □□의 학교가 모두 달라, 각각의 학교 교사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학원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아들과 어머니는 어떤 답을 들었을까요?

 

1) 학교에서는 바로 진상 조사에 들어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상황을 들어보고 난 뒤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가해학생이 가해한 사실을 시인했으며 이에 따른 조치를 취했고, 차후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그 다음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피해학생의 맘고생이 심한 점이 인정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 학원에서는 학원장이 가해부모와 학생, 피해학생의 부모, 피해학생을 불러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합의는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학원장은 피해학생인 ‘아들’에게도 일부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네가 게임을 못해서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걸 가지고 뭘 그래? 때린 애들도 나쁘지만 싫다고 말하지 못한 너도 나쁘다. 그리고 돈도 네가 알아서 준 거지 그 애들이 뺏은 것도 아니니 ‘삥’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거, 왠지 또 한 번 가혹한 피해를 당한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3) ‘아주 조용하게’ 해결하려 했는데, 상황이 점점 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 학부모는 ‘아들’에게 “사내 자식이 장난치다 얻어터지기도 하는 거지...너 그러다 왕따 당하면 어쩌려고?” 하며 핀잔을 주었고, 가해 학생인 □□는 다른 친구들에게 “난 때리지도 않고 돈만 받았는데 재수 없게 걸렸어.”라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 , “앞에선 잘못했다 했지만 때리고 먹을 것 좀 얻어먹은 게 어때서?”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는군요.

 

 

사교육계 학교폭력 예방교육 전멸?

피해자인 ‘아들’에게 오히려 책임의 일부를 전가한 학원장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낀 어머니는 학교폭력에 대한 정의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한번이라도 받아본 적이 있는지 학원장에게 물었습니다. 학원장은 물론 대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학교측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 능력과는 달리 가해 학부모나 학원장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아이들의 단순한 놀이에 어른이 끼어들어 일만 커지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주변인이 있는 한 학교폭력의 발생빈도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전북지부에 사교육계의 폭력예방교육에 대해서 문의하자, 체력단련 학원들은 스스로 교육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일반 학원은 단 한건도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의뢰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전북지부 학교폭력상담건수는 2007년도에는 857건, 2008년도에는 2,837건으로 무려 3배 이상 급증하였는데요. 이 가운데 중학생 학교폭력 상담건수는 51%를 차지하고 있어 중학생의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2008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교폭력 신고율은 38%에 그치고 있어 피해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폭력을 신고해도 일이 커지거나 문제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고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이 되었습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전북지부 홍경숙 국장은 “학교폭력을 단순한 애들 장난으로 여기거나 애들은 싸우면서 자라는 거라는 생각은 학교폭력에 대한 오해다. 피해신고를 하고 난 뒤에 주변인들로부터 고자질이나 하는 ‘찌질이’라던가, 가해자로부터 난 잘못이 없는데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그런 말들을 들으면 죽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 놓인다. 가해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는 점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인지시키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학원가들은 현재 학교폭력예방교육이 무방비 상태다. 앞으로는 사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학교폭력예방교육 수료증이 있어야 아이들을 대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힘을 가진 자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사실을 직시하자

어머니는 학교폭력을 당한 아들에게 “왜 맞고 다니냐!”는 질책과 한숨 대신, “넌 네 친구들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바로잡는 일을 했으니 현명하고도 용감했어. 난 네가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그 애들이 혹여 같은 행위를 반복할 때 바로 말해주길 원해. 힘을 가진 것은 때리는 그애들이 아니라 너야!! 넌 고자질하는 애도 아니고 찌질이도 아닌 바로 내 멋진 아들이야.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말에 상처받지 마라. 그리고 이렇게 이런 일로 힘들다고 말해줘서 고맙고 대견해!” 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자신의 용기 있는 행동을 옳은 일이라 믿게 되었고, 이 사건 이후에도 별 탈 없이 학교도 잘 다니고 학원도 빼먹지 않고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인터뷰를 통해서 “남들 이야기만 듣다 실제 경험해보니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며, “싫다는 말을 못할 상황에서 이뤄진 일을 <싫다고 말하지 못한 너도 나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거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흔히 했던 말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잘못된 태도다. 요즘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기가 막혔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의무로 받고 있는 학교측 대처와 학교폭력예방교육에 무지한 사람들의 대처 태도를 비교해보면 왜 피해학생들이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된다. 피해신고를 한 나조차도 치맛바람 일으키는, 무슨 마마보이로 키우는 엄마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고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고 이야기하며,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하는 사람들과 보호자들도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청소년들의 폭력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고 저지하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그 행동이 왜 ‘폭력’이 되는지, 왜 심각한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외적인 상처 보다 내적인 상처가 더 아픕니다. 이제 폭력을 일삼는 청소년들과 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을 우리 어른들의 손으로 직접 구해줘야 할 때입니다.

 

혹시 나 모르게 내 자녀가 가해학생이 되어 있을 수도, 피해학생이 되어 있지 않은지 내 자녀를 먼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버팀목은 바로 부모님이 되어야 하니까요.

 

모든이미지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