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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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밥 한 끼 하자는 친구, 빈말일까 진심일까?

법무부 블로그 2010. 7. 1. 17:00

독일여성의 질문, “일본인은 모두 거짓말쟁이입니까?”  

 

 

 

일본에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애들을 데리고 동네 수영장에 갔다 온 아내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는 듯 혼자 웃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졸라 사연을 듣다보니 저도 그만 빵! 터지고 말았는데요.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일본 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독일에서 온 여자 분이 계셨습니다. 일본인들은 서양사람, 특히, 영어를 잘하는 분들에게 약한데요. 이 분이 독일분이고 2차 대전 당시 일본과 독일 이 특수한 관계에 있었으며, 또 영어도 할 줄 알다보니 옆집 사람과 인사를 하면서 잘 지냈다고 하네요.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아주머니가 시간이 있으면 놀러오라고 했답니다.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이 일본 아주머니가 만날 때마다 웃으면서 놀러오라고 하는 바람에 어느 날 큰 맘 먹고, 선물을 사들고 이웃집을 방문했다네요.

 

그런데 어라. 이게 웬일? 그렇게 놀러오라고 하던 일본 아주머니가 뭔가 똥 씹은 표정으로 의아해 하며 ‘웬일이냐?’고 묻더랍니다. 그리고는 서로 어색해 하다가 현관에서 인사만 나누고 황급히 돌아 나왔다는······. 그 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황당해서 수영장에서 만난 아내에게 ‘일본 사람들은 전부 거짓말쟁이가 아니냐’고 화가 나서 말을 했다고 합니다.

 

 

떠보려고 낸 사표, 정말 수리하면 어떡해!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워낙 가까운 나라다보니 일본에 가기 전에 주의사항을 많이 듣습니다. 그 중에서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것이, 일본에는 혼네(본심에서 우러나온 말)와 다테마에(겉으로 내세우는 말)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이죠. 아마도 그 독일분은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으니 일본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혼네와 다테마에가 하나의 문화다 보니 겉치레로 하는 말쯤은 상대방이 당연히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독일 여자 분처럼 만약에 상대방이 이 말을 진실로 듣게 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일본에만 있을까요?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다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우리 법도 이런 경우가 있을 것에 대비해 미리 관련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107조에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는 제목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요. 제1항에서는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2항에서는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그 동기가 어떻든 간에 상대방이 자신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한 일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알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닌 한에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길에서 친구를 만나면 “나중에 밥 한 끼 하자!”라고 말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대부분 이렇게 헤어진 경우에는 다시 만나 밥을 먹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밥 먹자고 찾아오는 친구가 한명쯤은 꼭 있습니다. 이 역시 본심에서 나온 말과 빈말을 혼동하고 찾아온 것일 텐데요. 이런 경우 친구를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 그냥 웃으며 밥 한 끼 사먹으면 사건은 해결됩니다.

 

 

이번엔 곤란한 예를 들어볼까요. 사장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사표를 제출했는데 사장님이 사표를 수리해 버린 경우 또는 회사에 물의를 일으킨 것이 미안해서 사실은 사표를 낼 생각 없이 사장님이 반려해 줄 것이라고 믿고 사표를 낸 경우에 덜컥 사표가 수리됐다면 본인은 억울하더라도 누구한테도 하소연할 길이 없습니다. 사장님으로서는 진심으로 사표를 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표 수리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진심을 담은 말과 빈말이 잘못 사용되면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언제나 입과 행동을 조심해야겠죠?^^

 

 

정확한 의사표시로 불필요한 분쟁을 막아요^^

우리는 하루 동안에도 여러 번의 법률적으로 의미 있는 의사표시를 합니다. 반드시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찍는 서면계약에 의해서만 계약이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두계약이나 행동에 의한 계약도 계약입니다. 예를 들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음료수를 사거나 음식을 사먹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나와 상대방의 의사 표시의 합치에 의한 계약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상대방이 내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고 계약을 했다가 서로간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아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같은 법적 분쟁으로 발전하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막으려면 정확한 의사표시를 통해 정확한 계약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나도, 상대방도 본의 아니게 거짓말쟁이가 되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