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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랑은 안되고 사돈 총각과는 되는 것은?

법무부 블로그 2010. 6. 8. 17:00

칸 나오토 총리와 부인 노부코 여사는 사촌간이라던데......

 

  

칸 나오토 총리와 부인 노부코 여사 Ⓒ 네이버

 

오랜 자민당 집권을 벗어나 새로이 집권했던 민주당의 히토야마 첫 수상이 최근 수상직을 사임했습니다. 대신 재무상겸 부수상이던 칸 나오토씨가 새로운 총리로 취임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일본의 새 퍼스트레이디가 된 노부코씨도 화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새 퍼스트레이디 간 노부코 … ‘일본판 힐러리’ | 중앙일보 2010.6.8.

http://news.joins.com/article/aid/2010/06/05/3817874.html?cloc=olink|article|default

 

노부코 여사는 ‘일본판 힐러리’, ‘가정 내 야당’ 이라고도 불리우며, 칸 총리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정치·사회문제 등 현안을 놓고 토론하는 게 습관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두 사람이 사촌간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4촌간의 결혼은 허용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일본은 허용이 된다고 하니,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깝다가도 다시 멀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근친혼, 옛날에는 이랬습니다.

근친혼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라시대의 골품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왕족의 신분 유지를 위해 왕족끼리 혼인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전통은 고려에서도 이어져 왕의 사위는 거의 100% 왕씨성을 가진 남자 중에서 골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와 유교적 전통이 확산되면서 근친혼이 점차 야만시되어 현대에까지 이러한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로를 거쳐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동성동본간의 혼인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던 우리나라보다는 근친혼을 인정하는 범위가 좀 더 넓었다고 합니다.

 

 

현재 법은 어떨까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금지되는 근친의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요?

먼저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민법은 제734조~제746조에서 결혼이 금지되는 근친자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요.

 

1. 직계혈족

2. 3촌 이내의 방계혈족

3. 직계인척

4. 양자, 그 배우자 또는 양자의 직계비속 혹은 그 배우자와 양친 또는 그 직계존속간

 

을 혼인할 수 없는 친족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번 살펴볼까요?

2005. 3. 31. 개정되기 전의 민법은 ‘동성동본인 혈족은 서로 혼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촌수에 대한 제한 없이 모든 동성동본이 혼인할 수 없도록 하는 입법례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이 조항은 1997. 7. 16.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렸는데요. ‘사회적 타당성과 합리성이 없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 규정에 배치’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 민법상 혼인할 수 없는 근친의 범위는

 

1. 8촌 이내의 혈족

2.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자

3. 6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자,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민법 제809조)

 

입니다. 다만, 금지되는 근친혼이라고 하더라도 효과에는 차이가 있어 1항은 혼인무효 사유이고, 2·3항은 취소사유에 해당합니다.

 

 

형부와 처제 사이의 결혼, 가능할까

 

▲좌로부터 영화 파주, 영화 중독, 드라마 눈사람 Ⓒ 네이버

 

2003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눈사람에서는 언니(오연수 분)가 죽은 뒤 형부(조재현 분)와 같은 집에 살면서 남몰래 형부에 대한 사랑을 키우는 처제(공효진 분)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파주’에서도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 주된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2002년 개봉했던 이미연·이병헌 주연의 영화 ‘중독’은 형수님을 사랑하는 시동생의 이야기지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런 ‘근친’과의 사랑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이 소재가 파격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현행법상 형부와 처제 사이에 결혼이 가능할까요?

당사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형부와 처제 사이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하므로 현행법상 결혼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겹사돈은 어떨까?

예를 들면, 얼마 전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보석비빔밥’에서 부부가 된 궁비취(고나은 분)와 서영국(이태곤 분)의 동생들인 궁호박(이일민 분)과 서끝순(최아진 분)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데 과연 결혼을 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 겹사돈 문제는 한때 ‘보고 또 보고’, ‘며느리 전성시대’ 등 드라마에서 거의 유행처럼 번지다시피 하기도 했는데요. 드라마에서는 언제나 해피엔딩이지만 과연 그 해피엔딩이 법적 문제가 없는지는 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1990년 민법 개정 전에는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 인척에 해당하여 법적으로 결혼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현재는 인척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결혼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형제·자매가 먼저 사돈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져야 할 일은 벌어지지 않겠군요.^^ 형부랑은 안 되고 사돈 총각과는 되는 것?에 대한 정답은 바로 결혼이랍니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면 안 되나요?

 

사랑은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닐 겁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한 그들은 소리 높여 말하겠죠?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근친혼을 금지하는 이유는 혈족 특유의 질병을 가진 자손이 탄생할 우려가 높다는 생물학적 이유, 심리적 불쾌감과 혐오감을 초래한다는 사회학적 이유, 상속 등의 순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법률적 이유 등이 있는데요. 안타깝지만, 사랑과 유전, 법률, 사회적 시선 사이에서 고민하는 연인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방법인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네요.

사랑만 가지고 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걸쳐 형성된 사회적 합의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좋은 방법이 있으시면 여러분이 지혜를 빌려 주세요. ^-^

 

 

나오토 총리 = 네이버 인물검색

노부코여사 = 중앙일보

드라마 눈사람, 영화 파주·중독 = 네이버 검색정보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