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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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나라별 기막힌 ‘컨닝’

법무부 블로그 2010. 6. 4. 11:00

며칠 뒤면 기말고사 기간입니다.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보는 친구들도 있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충분히 공부를 하지 않고 컨닝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지요. 컨닝을 준비한 친구들 중에는 선생님께 들켜서 ‘0점’ 처리가 되기도 하고,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보다 철저하게 다음 컨닝을 준비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철없는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컨닝은 시험이라는 제도가 시작된 것과 역사를 같이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과거에도 과연 컨닝이 있었을까요?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 컨닝을 시도했을까요?

 

 

 

조선시대 컨닝 방법, 지금과 다르지 않네!

 

왠지 점잖은 선비들은 컨닝을 안했을 것 같죠?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었나 봅니다. 과거시험을 치를 때면 항상 지금과 다름없이 컨닝을 하다가 들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컨닝과 관련된 아주 대표적인 사례는 숙종실록에 전해오는 한 아낙이 발견한 대나무통 이야기입니다.

 

숙종 때의 일이다. 성균관 앞 반촌(泮村)의 한 아낙이 나물을 캐다가 노끈이 땅에 묻힌 것을 발견하고 잡아 당겼다. 대나무 통이 묻혀 있었다. 대나무 통은 땅속을 통해 과거시험이 열리는 성균관 반수당(泮水堂)으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부정행위자는 대나무 통을 매설하고, 통 속에 노끈을 넣은 것이다. 과장(科場)에서 시험문제를 노끈에 매달아 보내면, 밖에 있는 자가 줄을 당겨 시험문제를 확보한다. 그리고 답안지를 작성해 노끈에 묶어 보내는 수법이었다. 당국이 조사를 했으나, 범인은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숙종실록 31년 2월 18일).

 

이 외에도 한말의 세도가 사이에서는 과거 출제의 범위를 미리 알고 있었으며, 출제 가능한 답안들을 써 들고 가 장외에서 신호를 통해 제출 답안을 통고하는 컨닝이 성행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부정으로 급제한 자에게는 평생 ‘뻐꾸기 현감’, ‘뻐꾸기 당상’ 하는 뻐꾸기라는 전치사가 따라붙게 마련이었다고 하네요. 과거시험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이었을 텐데 단순한 새소리로 어떻게 컨닝을 했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자신에게도 떳떳한 벼슬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그밖에 남의 글을 베껴 쓰거나 다른 사람의 대리시험을 봐주는 차술차작(借述借作), 답안지를 바꿔서 제출하는 정권분답(呈券分遝), 시험장 바깥에서 답안을 미리 써 가지고 들어가는 외장서입(外場書入), 시험장을 경비하는 하급관리들이 드나들면서 응시자에게 답을 알려주는 이졸환면출입(吏卒換面出入)등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많은 부정행위를 다양한 말로 표현하고, 적발 시 가차 없이 처벌했다고 하는군요. (사진 = 봄날의 과거시험장 Ⓒ 김홍도)

 

 

 

 

컨닝페이퍼 전시회에서 만난 이색 컨닝페이퍼

 

컨닝은 동양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작년에 독일의 어느 학교에서는 ‘컨닝페이퍼’를 주제로 한 재미있는 전시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이 전시회는 전 세계에서 두루 모아온 1천여 점의 컨닝페이퍼와 도구들을 보여주었으며, 100여년 동안의 학교 역사와 함께 존재한 컨닝 도구들이 전통적인 방법부터 MP3를 이용한 최첨단 방법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 독일 컨닝페이퍼 전시회에 소개된 컨닝 방법들 Ⓒ 다음 블로그 ‘독일교육 이야기’

 

전시회에 소개된 기발한 컨닝 중에 하나는, MP3에 시험에 나올 만 한 내용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녹음해 둔 후, 시험 날 긴팔 스웨터를 입고 이어폰을 스웨터 소매를 통해 귀로 연결시킨 다음 머리로 귀를 가리는 겁니다. 이렇게 완벽한(?) 컨닝 MP3를 준비하면 시험시간에 여유 있게 들으면서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또 한 가지는, 적외선 빛이 아니면 볼 수 없는 UV적외선 펜으로 노트와 옷, 책상, 의자, 교실 벽 등 사방에 나올만한 문제의 예상 답안을 적어두고, 단추를 누르면 빛이 나오는 볼펜을 준비해서 시험을 보는 것입니다. 감독하는 선생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컨닝 페이퍼! 참 기발하죠? 이런 방법에 대비해서 자리를 옮기라고 하면 그 노력이 모두 수포로···.ㅠㅠ

 

 

부정행위자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요즘 대한민국 학생들은 어떤 컨닝 페이퍼를 만들까요? 두꺼운 지우개를 여러 겹으로 잘라 책갈피 형식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빽빽하게 요점 적기, 음료수 캔 성분표시 부분에 성분표시 대신 컨닝 페이퍼로 채워넣기, 글자크기 최대한 줄여 출력한 컨닝 쪽지를 속이 비치는 볼펜 안에 말아 넣기, 휴대전화 카메라에 모범답안을 찍어 뒀다가 몰래 들여다보기, PDA폰을 사용해 핸드폰 안에 책 내용을 그대로 스캔해 저장해 놓고 시계 보는 척 하기 등 감독관의 눈을 피해 행해지는 부정행위의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컨닝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예외가 아닌데요. 2010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적발된 수능 시험 부정행위자는 총 92명으로 2008년(115명)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치였습니다. 유형별로는 휴대전화, MP3, PMP 등 금지물품 소지가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4교시 탐구영역 응시방법 위반 40명, 종료령 후 답안 작성 6명, 기타(시험시간 전 문제지를 펴 봄) 1명 등이었다고 하는데요. 만약 수능에서 시험 부정행위를 하게 되면, 부정행위자는 부정행위의 유형에 따라 당해시험 무효, 1년간 응시자격정지 등의 제재가 가해지게 됩니다.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학교의 대응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부정행위자의 시험지를 0점 처리하고, 부정행위의 강도에 따라서 교내봉사 등의 징계를 주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징계를 주어도 또 다른 부정행위자가 나타나고, 그들은 또 적발 되고 징계를 받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부정행위 역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좋은 결과만을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이 없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밖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컨닝, 왜 자꾸 할까?

 

시험을 치를 때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긴장감’을 첫 번 째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무조건 잘 봐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망치면 어쩌지?’하는 긴장감이 공존하기 때문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보험’으로 컨닝 페이퍼를 만들기 시작하는 거죠. 이러한 사실은 부정행위를 한 학생이 모두 공부를 안 하거나 못하는 친구들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 섞여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은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부모님들도 아이들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도덕심의 부재’를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일어난 SAT(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 부정행위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어떻게든 미국 대학에만 입학하면 된다!’는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잘못된 도덕의식 때문에 빚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자기 자식의 모자란 실력을 인정하지 못하고 예쁘고 멋있게 포장하기 위해 서슴없이 부정을 저지르는 어른들의 도덕심 부재는 자식들에게도 그대로 되물림되지 않을까요? 지식만 쌓으면 가슴엔 뭐가 남을까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어떤 통계를 보니, 미국 학생의 70% 정도가 커닝을 하고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답니다. 과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컨닝은 범죄입니다

 

그렇다면, 컨닝을 단순히 양심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 법은 컨닝이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계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즉, 감독관을 속이거나 감독관의 눈을 피해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대학수학능력 시험이나 국·공립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에서의 커닝은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형법 제137조에서 ‘위계로서 공무원의 직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합니다. 정리하면, 사립학교에서는 ‘업무방해죄’, 국·공립학교에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됩니다. 단순히 재미나 호기심에라도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커닝이라는 말이지요.^^ 실제로 2004년 11월에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다수의 수험생들이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벌여 성적과 입학이 취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정해진 시험에 당당히 응시하는 것은 곧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제대로 한 판 붙기 전에 겁 먼저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에 통과하기 전에 정정당당함을 먼저 배우는 멋진 학생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기말고사에서는 정정당당한 학생들의 정직한 시험 답안지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과거시험장 = 김홍도, 봄날의 과거시험장

모든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컨닝페이퍼 전시회 사진 및 내용 출처 = 다음 블로그 ‘독일교육 이야기’http://blog.daum.net/pssyyt/8934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