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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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널의 톰 행크스처럼 생활 ‘어림없어’

법무부 블로그 2010. 1. 27. 09:08

 

ⓒ 오픈애즈

 

지난 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공항에서 한 20대 인도 남성이 공항 청소부를 가장해 국제선 비행기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이륙 후 발견되어 당국에 인계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륙 후 발견’ 되었으니, 그 남자는 항공편 목적지 공항까지 갔을 테고, 본국으로 송환되기 전까지 공항 어딘가에서 머물렀을 텐데, 그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그가 머무른 곳은 바로 ‘입국불허자 송환대기실.’ 

 

“입국불허자 대기실은 위의 사례와 유사한 경우 뿐 아니라 위조 여권 또는 위폐 소지자, 선량한 관광객으로 위장해 불법체류와 범죄를 목적으로 입국을 시도하는 자들과 같이 정상적인 입국에 부적합한 이들이 잠시 머무는 곳입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총무과 김월수계장의 설명이다.

 

인천공항의 입국불허자 송환대기실은 민·관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가 시설을 임대하고 관리감독권을 행사하며, 시설운영은 인천공항항공사운영협의회(AOC)에서 한다. 즉, 입국불허자들의 식비와 그들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급여 등 각종 실비는 해당 항공사가 부담한다는 얘기다.

 

 

▲ 입국불허자 인터뷰실 ⓒ 법무부

 

그렇다면 영화 ‘터미널’의 톰 행크스처럼 입국이 거부된 어떤 이가 인천공항 내부를 떠돌아다닐 수는 있을까? 답은 ‘불가능하다’ 이다.

입국이 불허되는 거의 모든 경우, 법무부는 즉시 해당항공사에 통보를 하고 항공사측은 입국 불허된 외국인을 인수받아 입국불허자 송환대기실로 직원 계호 하에 이송된다. 간혹 도주의 우려가 없고, 재차 불법입국을 시도할 우려가 없는 승객은 ‘환승호텔’에서 머물 수도 있다. 환승호텔은 환승 할 비행기와의 시간차이 등의 이유로 금액을 지불하고 숙박할 수 있는 곳인데, 입국불허자가 환승호텔에 머무는 경우, 반드시 보호관찰을 하게 된다.

 

입국불허자가 대기실에서 머무른 후 해당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항공기에 탑승할 때, 인천공항출입국은 입국불허와 관련 된 각종 서류가 담겨있는 ‘행낭’을 기장에게 전달한다. ‘행낭’을 받은 기장은 비행기 착륙 시까지 입국불허자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입국불허자가 해당국으로 송환되면 각국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됨은 말할 것도 없겠다.

 

 

입국불허자 송환대기실엔 어떤 사연이 있을까?

 

 

▲ 입국불허자 송환대기실 입구 ⓒ 법무부

 

출입문을 통해 대기실 내부로 들어서니 듬성듬성 외국인들이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슷한 처지이니 모여 있을 만도한데 따로따로 떨어져 앉아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대기실을 둘러보고 나니 송환자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입국재심과 용창식 계장에게 문의를 하니 작년 말 처리 완료된 두 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트 피플로 미국으로 불법 입국 해, 미국 영주권을 획득한 40대 베트남 남성의 사례인데요, 범죄에 연루 되어 미국에서 여권 없이 베트남으로 추방을 당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베트남 정부가 ‘베트남인이 아니다. 보트 피플은 변절자’ 라면서 입국을 두 번이나 거절하는 바람에 결국 한국으로 오게 되었지요. 왜 한국이냐고요? 미국에서 베트남으로 갈 때 한국이 중간경유지였거든요.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그런 식으로 한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들이 대한민국 송환자 대기실에 머무는 경우도 가끔 있죠.”

 

졸지에 오갈 데 없게 될 뻔 했던 베트남 아저씨는 인천공항출입국의 노력으로 결국 한 달 정도의 송환자 대기실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의 재입국에 성공하게 된다.

 

“태어난 나라 베트남과 자라고 생활한 나라 미국, 양쪽 모두에게서 버림받아 막막했는데 우리 덕분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며 무척이나 고마워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이곳에서 일하면서 만나는 보람 된 순간 중 하나이죠.” 용창식 계장의 말이다.

 

한국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20대 캐나다 청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홍콩계 캐나다인이었던 그는 홍콩국적 취득을 위해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그만 중간 경유지였던 중국에서 여권을 분실하고 만 것이다. 환승을 위해 입국심사를 받아야하는데 여권이 없으니 결국 최초 출발지인 한국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인천공항출입국 측은 그의 캐나다행을 주선했으나 여권 분실로 인해 캐나다 국적임이 확인되지 않고 증빙 서류도 없어, 결국 그는 그야말로 붕 뜨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사실, 대한민국이 적극 나서서 그를 구제해 줄 이유는 없었다. 그는 단지 한국에서 잠시 돈벌이를 했을 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증명할 수 없는 그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을 본 인천공항출입국은 주한 캐나다 대사관의 도움을 주선하는 등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 결국 그를 캐나다로 무사히 보내주었다.

 

 

입국불허자들 적극적으로 돕는 이유?

 

인천공항출입국 직원들이 이렇듯 일면식도 없는 외국인을 위해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움을 받은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외국인들이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한국을 떠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위의 사례들과 반대로 한국인이 외국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경우 상대국에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노력이 타국에서 곤경에 처한 한국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더 열심히 일해야죠. 하하!” 용창식 계장의 웃음에서 겸손함이 묻어난다.

 

설마 “외국의 송환자 대기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라는 단순한 궁금증 때문에 초반부에 언급한 인도 청년처럼 몰래 비행기에 숨어 출국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만일 그렇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밀출국’을 한 상태이므로 관련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땅땅!

 

도움말 | 용창식 계장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입국재심과)

김월수 계장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총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