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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앤온리! 제주에만 있는 특별한 소년범 교화 프로그램

법무부 블로그 2023. 7. 7. 17:58

 

 

소년들이 묵묵히 걸어갑니다. 휴대폰도 없이 오직 함께 걸어가는 어른들만을 의지하며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의 낯선 길을 걸어갑니다. 이 소년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로, 100일동안 1,800km의 기나긴 길을 걸어야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바로 쇠이유라는 프랑스의 소년범 교화 프로그램입니다. 프랑스 교정당국은 소년범들이 쇠이유 프로그램을 마치면 바로 석방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합니다. 처음엔 프랑스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 불신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재범률 85%에서 월등히 낮아진 재범률15%라는 효과는 매우 컸습니다. 소년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존감과 성취감을 회복한다고 합니다. 매우 모범적인 소년범 교화 사례로, 책으로도 출간되어 화제가 됐었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소년범 교화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손심엉올레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현 검찰총장인 이원석 총장은 당시 제주지검장으로 부임하기 전인 2020년 수원고검에서 보호관찰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소년범의 교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관심은 나날이 커져갔고 이는 20216월에 제주지검장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제주도 내 소년원 학생들을 각별하게 챙기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소년들에게 피자와 치킨 등을 사식으로 보내주면서 인연을 쌓았고, 이를 계기로 소년들에게 진심어린 편지를 받으며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선행을 통해 점점 변화하는 소년들을 보게 된 이원석 당시 제주지검장은 단순한 일회성이 아닌, 소년들이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어주자 다짐합니다. 이를 계기로 이원석 당시 제주지검장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이 만남으로 손 심엉 올레라는 소년범 교화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됩니다.

 

 

 

 

 

 

손 심엉 올레는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일까요?

 

손 심엉 올레는 손 잡고 올레라는 뜻입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제주도에는 많은 올레길이 있는데요. 손 심엉 올레는 26개 코스, 425km의 올레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선정된 한 코스를 보호관찰 소년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걷습니다. 이를 통해 소년들의 상처, 분노, 좌절감을 치유하고, 그 과정들을 통해 선도를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단법인 제주올레, 제주소년원, 제주보호관찰소 등 여러 유관기관들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손 심엉 올레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시민단체와 교정당국이 함께하는 만큼, 프로그램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소년들과 함께 올레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단순한 일회성 만남에 그치는 것이 아닌, 소년들에게 지속적인 선도가 가능해집니다.

 

소년들 또한 올레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을 눈에 담으며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 소년들 역시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며 사회에 가진 불신과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게 됩니다.

 

손 심엉 올레는 2022. 6. 에 첫 실시가 되었고 2023. 3. 까지 12회에 걸쳐 40여명의 보호관찰 소년들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아직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프로그램을 하고난 뒤의 재범율 등에 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나오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소년이 인생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오는 등, 소년들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매우 유의미하며, 그 효과 또한 긍정적입니다. 금년 3월에 실시했을 때는 손 심엉 올레의 시작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이원석 검찰총장이 동행하기도 하였는데요. 제주지검에서는 손 심엉 올레가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프로그램 체계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눈 여겨 봐야 할 소년범 교화 프로그램

 

이런 교화 프로그램의 경우 정부 지원 등이나 예산 등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기업과 재단 등 외부에서 지원을 받아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김천소년교도소의 제로캠프 프로그램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로캠프 프로그램은 익명의 독지가가 소년들을 교화하는데 써 달라며 본인의 퇴직금 30억을 기부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소년들을 위한 제로캠프 라는 단체가 설립되었습니다.

 

제로캠프재단에서 진행하는 제로캠프 프로그램은 김천소년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창작 뮤지컬을 교육하고 함께 무대에 올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2013년부터 꾸준히 소년수형자들과 함께 공연을 해 오고 있습니다. 소년들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립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함께 음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지금까지 제로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된 뮤지컬은 날개’, ‘소년표류기’, ‘안녕!내일등의 작품이 있는데요. 제로캠프 프로그램은 뮤지컬 뿐만 아니라 소년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난타, 인문학 교육 등을 진행하며 소년들의 교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교화 프로그램으로 뮤지션들이 직접 소년원과 보호관찰소 등을 다니며 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튠업 음악교실이 있습니다. 사실 이 튠업 음악교실은 소년원과 보호관찰소의 소년들만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모든 위기 청소년들을 아우르는 사업으로 CJ문화재단과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회에서 주관하며 소년들의 자아실현과 인격성장을 목표로 201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뮤지션 한 명당 2~4명의 학생들을 맡아 지도하는 소수정예 방식으로 이로 인해 소년들에게 더 집중적인 교육이 가능한데요. 단순히 음악을 가르치는 것에만 끝나지 않고 교육에 참여한 소년들이 연습한 곡으로 공연을 하거나 직접 음원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6년 서울소년원 소속 밴드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원 날아올라를 발표하였고 2017년에는 CJ아지트에서 밴드 공연도 가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년들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밴드 연습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는 걸 배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응력이 향상됩니다. 음악에 흥미를 가지게 된 소년들이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기도 하는 등 소년들의 새로운 진로 개척에도 도움을 줍니다.

 

 

소년교화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

 

누군가는 얘기합니다. 오직 강력한 처벌만이 소년들을 교화할 수 있고,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소년들에게 낙인효과로 인해 사회복귀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재범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소년범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에 따라 소년범 교화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공통점 중 하나가 교화 프로그램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얘기했듯 여러 프로그램들이 정부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닌 시민단체나 기업 재단 등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소년들의 교화는 재범률을 낮추고 소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소년들을 교화하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인프라 마련이 절실하다고 생각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 사람을 사회의 번듯한 구성원이 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는 뜻인데요. 소년들을 교화하려는 정부의 노력만큼 소년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역사회의 따뜻한 시선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 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임지혜(성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