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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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원칙 톺아보기

법무부 블로그 2021. 7. 6. 09:00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영화 <베테랑>의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은 조태오(유아인 분)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육탄전을 벌이기 직전에 이렇게 말을 합니다.

 

조태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성매매 특별법 위반,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음주, 과속, 공공시설 파손, 공무집행 방해, 배철웅 기사 폭행 및 살인미수, 경찰관 살인 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지금부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지금부터 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미란다 원칙또는 미란다 고지라고 부릅니다. 범인을 잡기도 바쁜데, 대체 이런 말을 왜 해야 하며,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신 적 없으셨나요? 오늘은 미란다 원칙의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의 스틸컷 Ⓒ 네이버 영화검색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미란다 고지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②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④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⑥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체포와 피의사실 등의 고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미란다의 원칙이라고 불리는 것은 검사나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 전에 피의자에게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 이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고, 변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구체적으로 체포나 구속을 당할 때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가 없으면 체포할 수 없도록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행범 체포이든 긴급체포이든 영장을 발부받은 후 체포이든 관계없이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 같은 고지는 체포를 위한 실력 행사 전에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달아나는 피의자를 쫓아가 붙들거나,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강제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 중에 또는 제압한 후에 지체없이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체포 자체가 무효가 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온 진술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연행 과정도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알려야 할까요? 아무리 범죄자라 하더라도 체포와 구속은 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공권력이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체포되는 개인은 보통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검사 앞에서 효과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체포되는 피의자는 자신이 왜 체포되는지 알아야 하며, 피의자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충분히 보장돼야 하고, 그러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안내받아야 합니다.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법적 권리를 안내하지 않으면,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하고 방어 준비를 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방어권이 보장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영화 속 대사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이른바 묵비권으로 알려진 진술거부권은 체포 전에 안내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는 피의자 신문(訊問) 전에 안내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 과정 끝까지 안내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체포 당시에는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는 안내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체포가 불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체포할 때 경찰이나 검사가 반드시 안내해야 하는 내용은, 쉽게 말해, 무엇을 어떻게 잘못해서 체포하는지와 이 순간부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만 안내하고, 변명의 기회를 제공하여 들어주면 됩니다.

 

 

 

미란다 고지에서 알려야 하는 것

구체적으로 체포 시 안내받아야 할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피의사실의 요지입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죄명입니다. 폭행, 살인, 강도 등과 같이 무슨 범죄로 체포 또는 구속되는지 안내해야 합니다. 둘째, 체포의 이유입니다.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인지, 법관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인지, 긴급체포인지 등을 안내해야 합니다.

 

셋째,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음을 안내받아야 합니다. 변호사와 변호인의 차이는 법무부 블로그의 다른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daum.net/mojjustice/8709051 (변호사만 변호할 수 있나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변호해주는 변호사의 역할을 변호인이라고 합니다. , 형사사건 가운데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이러한 변호인을 선임하여 도움을 받을 권리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는 즉시부터 발생한다고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당연한 권리를 반드시 체포 전 안내받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변명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체포 현장에서 보통 그럴 여유가 많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포되는 피의자가 변명을 충분히,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역시도 공권력의 체포 행위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체포구속적부심과 진술거부권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②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와 제1항에 규정된 자 중에서 피의자가 지정하는 자에게 제1항에 따른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체포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내받아야 합니다. ‘체포구속적부심 청구는 체포 또는 구속이 적합한지 법원에 심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 일단 체포가 되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내가 체포당한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심사해주세요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 의해 적부심사가 인용되면 석방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보증금을 납입하거나 주거 제한 등의 조건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통상 묵비권이라고 알려진 진술거부권역시 피의자 신문 단계에서 반드시 안내받아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 체포 단계에서는 굳이 안내받을 필요가 없지만, 신문 전까지 진술거부권을 듣지 못한다면 그 이후의 모든 진술은 재판 과정에서 철저히 무효가 됩니다. 이 역시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공권력 앞에서 약자인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공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미란다 원칙은 피의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무슨 권리냐!’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법치 국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현행범이라 하더라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 권력이 절차와 원칙을 어겨가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는 수단입니다. 공권력 앞에서 한없이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만들어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이죠. 절차와 원칙이 없으면 수사기관은 칼 없는 강도가 되어 당연한 국민의 권리를 짓밟을 것이기 때문이며, 우리는 이미 그러한 과거를 겪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원칙입니다.

 

미란다 원칙, 사소해 보이지만 국민을 지키고 정의를 지키는 일입니다.

 

 

 

= 13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장민호(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