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헌일까요?

법무부 블로그 2021. 6. 3. 14:00

 

반려견 코코를 자신의 자식처럼 아끼는 A씨가 있습니다. 어느 날, 코코가 아파하는 듯해 A씨는 급히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병원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의 수의사인 B씨가 코코를 진찰하고,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코는 수술 이후 오히려 이전보다 앞을 잘 보지 못하게 되는데요. A씨는 B씨의 부당한 진료와 불필요한 수술로 코코가 실명 위기를 겪게 되었다고 생각해 분노했고,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를 SNS에 올렸습니다. 이때, B씨가 A씨를 고발한다면, 코코를 아끼는 마음과 억울한 마음으로 SNS 게시물을 올린 A씨에게 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예훼손, 그중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은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명예훼손은 적시한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에 따라 다시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나뉘는데요. 이 중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우리 형법 제307조 제1항에서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어떤 요건들을 갖춰야 성립할까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 공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해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라고 합니다.

 

사실의 적시입니다.

사실이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사실을 말하며, 가치판단과 평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의견과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사실에는 직접 경험한 사실 뿐만 아니라 추측이나 소문에 의한 사실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의 적시는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사실을 적시해 표시하는 것으로,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명예가 침해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훼손된 명예는 사람의 외부적 명예여야 합니다.

외부적 명예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말하고, 사람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됩니다.

 

명예의 훼손에 대해 사회적 평가가 현실로 침해될 것을 요하지는 않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대가 되면 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봅니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적합한 사실을 공연히 적시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명예훼손의 목적과 비방의 목적까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위 요건들을 갖추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만, 우리 형법 제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처음의 사례로 돌아가 볼까요?

A씨가 SNS에 해당 게시물을 올렸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 공연성을 충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SNS의 게시물 내용이 ‘B씨와 동물병원의 부당한 진료와 불필요한 수술로 인한 코코의 피해에 관한 것이고, 해당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는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해당 게시물로 인해 B씨에 대한 외부적 명예가 훼손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며, SNS 게시를 통해 해당 사실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므로 명예의 훼손이 성립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A씨의 SNS 업로드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적합한 사실을 공연히 적시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는 상태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A씨의 행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충분히 성립되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만약 A씨가 SNS 게시물 업로드가 형법 제310조에 해당하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해당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논란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도 있었습니다(2017헌마1113).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한 것 아닌가?’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판결의 내용은 그렇지 않다.’였습니다.

 

그 근거는 온라인 공간의 팽창 등으로 사실 적시 매체가 다양해지고 전파 속도와 파급 효과가 커졌고, 명예는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려워 명예훼손 행위를 제한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또한. 사실 적시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을 면하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조항을 모두 위헌으로 결정하면 개인 병력이나 성적 지향 등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네 명의 재판관은 진실을 적시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며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은 감시를 받아야 할 국가가 표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되면 국민의 감시와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적시된 사실 중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이 아닌 내용에 대해서는 일부 위헌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헌재 결정례에서 결론적으로 합헌 판결이 내려지긴 했지만, 재판관들 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는데요. 또한, 세계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처벌을 내리지 않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법률이 나아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헌일까요?

 

 

= 13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한승윤(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