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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디지털성범죄에 '위장수사'가 허용됩니다

법무부 블로그 2021. 6. 2. 14:00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수사가 허용된다는 소식 접하셨나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 성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경찰이 신분을 위장하고 범인에게 접근해 수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함정수사는 국가기관이 함정을 이용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범죄를 실행하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함정수사가 더욱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디지털 공간에서의 범죄는 특히 익명성과 폐쇄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범인 검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함정수사가 정확히 무엇이고 우리나라에서 함정수사의 적법한 기준은 무엇인지 알아보려 합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유용한 함정수사?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의도나 신분을 감추고 범죄를 유도한 뒤 체포하는 수사 방법을 말합니다. 마약류범죄(약물범죄)는 특히 피해자가 없고 범죄가 은밀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함정수사는 유용할 수 있답니다. ‘N번방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성착취의 경우, 범죄자들은 IP 추적과 경찰의 증거 확보를 막기 위해 다크웹 등의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했어요. 함정수사는 신분을 위장하고 채팅 사이트에 잠복함으로써 범죄 행위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고, 이는 범죄 예방적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 파급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함정수사의 필요성이 더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범죄 유형에 따라 함정수사는 범인 체포를 보다 수월히 이끌 수 있답니다.

 

 

함정수사는 왜 제한적으로 허용될까?

함정수사의 적법성 여부는 우리나라와 더불어 외국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함정수사를 하게 될 경우 수사의 상당성, 즉 수사의 신의칙과 수사비례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의 신의칙은 수사를 신뢰에 따라 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가기관이 신분을 숨기고 수사를 무분별하게 남용한다면 피의자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비례의 원칙은 범죄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수사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범죄를 막으려다 되려 무고한 사람이 처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함정수사의 제약이 많이 따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범의유발형함정수사를 금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함정수사를 범의유발형기회제공형으로 나누어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본래 범의(고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범죄에 관여하도록 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A씨는 당시 마약을 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신분을 감춘 경찰이 마약 복용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면, 이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될 수 있어요. 이와 달리 기회제공형함정수사란 처음부터 범죄에 대한 범의가 있는 자가 국가기관으로부터 단순히 범죄를 행할 기회를 부여받는 경우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적법하게 보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공범이나 장물범의 체포 등을 위하여 범인의 체포시기를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수사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지하고도 피고인을 바로 체포하지 않고 추가 범행을 지켜보고 있다가 범죄사실이 많이 늘어난 뒤에야 피고인을 체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수사와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거나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에서 수사관들이 특진이나 수상 등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체포를 지연시켰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73164 판결)

 

 

피고인이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중 그곳에 경찰관들이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손님으로 가장하고 들어와 성매매를 할 수 있는 도우미를 불러 줄 것을 요구하자, 그들로부터 주류 제공 및 성매매 비용 명목으로 40만 원을 지급받고 여종업원을 안내함으로써 성매매를 알선하였다고 하여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경찰관들의 위와 같은 단속이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를 기각한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의정부지법 2019. 4. 18. 선고, 20181311 판결)

 

 

첫 번째로 제시한 판결에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즉시 체포하지 않고 범죄사실이 더 늘어난 뒤에 체포한 사건에 대해서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두 번째로 제시한 판결에서는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경찰관들이 손님을 가장하고 성매매 도우미를 불러낸 경우, 이는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판례에 따라 다 같은 함정수사라도 수사기관이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상황을 만드는 함정수사(범의유발형 함정수사)라면 판례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이미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그 기회를 제공한 경우(기회제공형 함정수사)라면 허용이 됩니다. 함정수사의 적법성 여부는 사안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정 사건에서 수사가 위법한 함정수사로 판결된다면 범인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일 경우 공소 제기 절차 자체가 무효이므로 범인은 처벌 받지 않게 됩니다. 함정수사가 범죄인을 검거할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남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범인을 다 잡아놓고 대책없이 놔 줘야 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1. 피고인에 대하여 재판권이 없는 때
2.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
3.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4. 제329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5. 고소가 있어야 죄를 논할 사건에 대하여 고소의 취소가 있은 때
6.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가 있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철회되었을 때

 

함정수사의 도입은 앞으로 더 많은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 유형에 따라 적절한 수사방법을 이용하여, 법망을 피해가는 범죄자들이 신속하게 처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피해자가 더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13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장희윤(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