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전국을 뒤흔든 일명 ‘N번방 사건’, 등으로 많은 관계 법률들이 개정되었습니다. 그 중,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약칭: 청소년성보호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웹툰, 만화 등의 캐릭터들도 성착취 대상에 포함 시킨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청소년성보호법 상 표현물에 가상의 캐릭터를 포함한 건 너무했다는 입장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가상의 캐릭터가 표현물로 적용되는 건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관련 법 개정을 둘러싼 두 입장을 비교하여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청소년성보호법을 살펴볼까요?
2020년 6월 2일에 개정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ㆍ배포 등) 1항에는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ㆍ배포했을 경우 어떻게 처벌 되는지 잘 나와 있습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 약칭: 청소년성보호법 )
제11조(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ㆍ배포 등)
①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ㆍ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판매ㆍ대여ㆍ배포ㆍ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ㆍ운반ㆍ광고ㆍ소개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③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배포ㆍ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광고ㆍ소개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④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아동ㆍ청소년을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⑤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ㆍ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⑥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⑦ 상습적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하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또한,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5항에는 아동, 청소년 등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표현하는 것도 성착취물로 보고 있습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 약칭: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5.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이란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ㆍ비디오물ㆍ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ㆍ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여기서 최근 화두가 된 게 바로 ‘표현물’의 범위입니다. 법에서 제시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말은 2011년 9월 아청법을 개정할 때 추가된 표현으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등장한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서 갑자기 이 표현이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법원이 2019년 5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만화책을 스캔하여 한글로 번역한 이미지 파일을 인터넷에 올린 한 사람이 재판을 받게 되었고,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를 적용하였습니다. 해당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외모, 신체발육의 묘사, 상황 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되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해석이 적용된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생겨난 신조어가 있습니다. 속칭, ‘2D 인권’ 이란 것인데요. 위의 판결을 접한 애니메이션의 마니아들이 “캐릭터에도 인권이 있나?”라며 반발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2D 캐릭터도 실체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법을 적용했다고 해서 ‘2D’에 ‘인권’을 붙인 것이지요.
‘일본 음란만화책, 한글 번역해 올린 회사원의 최후’, 국민일보 2020. 6.14. 보도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688872
[반대!]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만 있는 상황
이번에는 양측의 입장 차이를 한 번 살펴볼까요? 먼저, 법에서 말하는 ‘표현물’에 2D 캐릭터가 적용되는 게 너무 과한 적용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들은 ’가해자‘는 존재하지만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캐릭터에 인권을 부여하고 보호한다고 해도 그 캐릭터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가 아니며 직접 신고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또, 2D 캐릭터 자체는 아동, 청소년 관련물인지 입증하기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든 웹툰 캐릭터든 그 캐릭터의 외관은 100% 작가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설정상 성인이지만 아이 같은 외모를 가진 캐릭터도 있고, 당연히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외모’를 기준으로 하든 ‘나이’를 기준으로 하든, 처벌하기가 상당히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찬성!]
성범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
이번에는 속칭 2D 인권 적용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겠습니다.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 모방범죄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범죄는 진화하기 때문에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동이나 청소년이 어느 순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2D 표현물을 이용하는 사람을 모두 잠정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되지만, 보는 이들의 성적 가치관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 또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캐릭터를 법에서 제시한 표현물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청소년성보호법의 개정으로 바뀐 것들
사실 이번 ‘청소년성보호법’의 개정으로 바뀐 것들이 많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이라는 용어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고 변경되었는데요. 성적 피해자의 영상을 ‘음란물’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으니, ‘성착취물’이라고 표현을 바꿔 범죄임을 명확하게 한 것은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아동 성착취물을 소개하거나 보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그 처벌 규정도 아주 강해졌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소위 말하는 속칭 ‘2D인권’을 주제로 한 두 가지 주장을 다뤄봤지만, 그것만이 ‘청소년성보호법’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표현물’을 정의하는 것은 자로 잰 듯 결정할 수 없고, 많은 성립 요건들을 따져 봐야 하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어떤 경우든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 아닐까요?
이 글은 법무부의 입장이 아니며, 블로그기자 개인의 의견이 담겨있습니다.
글 = 제13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이민규 (중등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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