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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의 태아도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20. 12. 22. 15:00

 

 

임신 초기의 낙태 금지가 위헌이라 결정되면서 한때 태아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태아라 하면, 임산부의 배 속에 있어 출생 전인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사고나 조부를 비롯한 선대의 죽음으로 태어나기 이전인 태아에게 상속을 원하거나, 태아 이외에 직계가족이 없는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출생신고를 통한 행정·법률적 절차도 부재한 태아는 과연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까요?

 

현행법상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에는 살아있는 사람만이 상속인이 될 수 있으나, 태아는 예외적으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출생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법적 상속순위는 하단의 민법 제1000(쌍속의 순위) 조문과 같이 성문화되어 있습니다. 선순위에서 상속이 이뤄진다면, 나머지 상속인들은 후순위가 되어 상속에서 제외됩니다. 이에 따를 때 태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으로 상속 1순위에 해당하며, 태아의 부모가 생존한 경우 친권자로서 미성년자인 자녀의 재산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태아가 태어난 이후 상속분에 대한 참칭 상속인이나 부적격 상속인의 침해가 있었다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해 자신의 몫을 되찾을 수도 있습니다.

 

민법

1000(상속의 순위)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등) 및 법률상 배우자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부모 등) 및 법률상 배우자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중략)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다음은 태아의 법률적 권리능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민법 제3(권리능력의 존속기간)에 따라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즉 출생 이후부터 권리능력을 취득하므로, 태아의 권리능력은 법률상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앞서 언급된 상속 이외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인지, 유증 등에 대해서는 태아의 권리능력이 인정됩니다.

 

 

태아는 하단 민법 제762조 조문처럼 손해배상의 청구권 역시 가지며, 대법원 선고 934663 판결에서는 부친의 사망으로 인한 태아의 정신상 고통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민법

762(손해배상 청구권에 있어서의 태아의 지위)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태아는 민법 제858(포태중인 자의 인지)에 따라 인지 또한 가능하며, 유류분 청구의 권리도 지닙니다. 이때 태아를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는데, 유류분은 상속 재산 중 상속인 등 특정인이 받을 수 있는 몫을 말합니다. 유증에 관해서도 민법 제1064(유언과 태아, 상속결격자)에 따라 권리가 보장되며, 타인으로부터 유증을 통해 재산을 무상 취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태아가 상단에서 언급된 다양한 법적 권리능력을 취득하는 기준시점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면, 살아서 출생하면 권리능력을 취득하고 그의 효과가 문제 사건 시기까지 소급해 생기는 것으로 선고된 바 있습니다. (대법원 선고 761365 판결) 결국 태아가 산모의 뱃속에서 태어나는 그 행위 자체가 법률적으로 가장 유의미한 것입니다.

 

태아는 상속인으로서의 적법한 지위를 가지기에 재산을 물려받는 것 이외에도 채무 또한 상속됩니다. 만일 채무의 상속을 원치 않는다면, 태아의 출생 3개월 이내에 상속 포기 신고를 해야합니다. 이는 친권자, 부모가 태아에 대한 상속이 개시됨, 사망인의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인 것입니다. 상속 개시 이전에 상속을 포기하거나 승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민법 제10191), 대법원 선고 989021 판결에서도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 개시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선고되었습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이지만, 재산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현 법규상으로도 권리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근대적 입법례와 개별적 규정으로 곧 출생할 태아의 권리를 크게 보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민법 제762조 조문의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에 대해 학계에서 대립이 이어져 오는데, 태아의 상속 능력을 인정하는지의 여부에 관해 해제조건설과 정지조건설로 나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논의와 일맥상통할 태아의 권리 증진을 위한 별개 법정대리 제도를 마련하거나 관련 방안을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태아의 권리 증진과 보호는 비단 윤리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중요 가치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 12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경민(대학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