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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의 화투한판, 범죄가 되는경우?

법무부 블로그 2020. 4. 12. 10:00



새해나 설날,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집집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눕니다. 즐거운 날인만큼, 흥을 돋우기 위해 가족들끼리 화투, 윷놀이 등 간단한 놀이를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족들끼리 적은 액수의 돈을 걸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하지요.

 

그러나 명절날 심심풀이로 하던 화투가 판이 커져 거액이 오가고, 결국 가족들끼리 불화를 낳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명절맞이 화투가 흔히 말하는 도박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과연 가족들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한 놀이가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도박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법 조항으로는 형법 246조가 있습니다. 형법 246조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246(도박)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박의 사전적 정의는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일'입니다. 대법원은, '적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기 위해' 도박의 불법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제1항에서는 설령 어떠한 행위가 도박처럼 금품을 두고 승부를 가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시오락에 해당한다면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항이 규정하는 '일시오락'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어떤 행위가 일시오락인지를 설명하는 명확한 법규정은 없고,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형법 제246조에 근거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타당하게 판단합니다. 물론 기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위법성이 쟁점이 되었던 한 사건에서 법원은 몇 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도박의 시간과 장소, 판돈의 액수, 도박하는 자들의 사회적 지위, 재산의 총액,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흔히들 하는 아이스크림, 커피 내기 등은 행위가 이루어지는 시간과 장소가 도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내기로 한 금액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일시오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명절 때나 가끔 친지들과의 친목도모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명절 화투나 윷놀이는 형법 제246조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적은 일시오락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법원이 내놓은 일시오락의 네 가지 기준은 상당히 모호해 자의적으로 적용될 우려가 있습니다. 법원의 입장은 위 네 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박의 위법성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각 기준별로 마련된 정확한 지침도 없을뿐더러, 기준 간의 우선순위도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판결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법원은 기초연금을 받는 남성이 1점당 10원의 화투를 친 것이 유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수백억을 가진 자산가들이 모여 3시간가량 판돈 60만 원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경우는 무죄이나, 새벽 4시에 모르는 사람들끼리 오직 카드놀이를 위해 모여 판돈 60만 원을 건 경우는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도박을 한 사람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어느정도인지에 따라 도박죄 해당 여부를 달리 판단한 것이 직관에 들어맞는다 할지라도, 각 판결마다 적용된 기준이 과연 객관성이 유지되었는지는 다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도박이 허용되는 유일한 장소는 정선의 강원랜드입니다. 그러나 강원랜드도 여러 가지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용자들과의 소송에도 여러 번 휘말렸고, 강원랜드 주변 숙박시설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강원랜드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 국가 차원에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고, 여타의 범죄와 달리 당사자들 간의 합의를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신고율이 매우 낮습니다.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살피는 것이 개인과 사회 모두가 건전한 경제 도덕 법칙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 12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박효준(대학부)

*블로그기자 개인의 의견이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