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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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정정, 수술은 필수인가요?

법무부 블로그 2020. 3. 31. 08:00




1. 트렌스젠더가 여대에?

얼마 전, 국내 최초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성전환자가 여대에 합격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교 학생들의 거센 반발 운동과 반대 여론 등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결국 학생은 여대 입학을 포기하였는데요. 성별의 경계에 대한 입장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무런 법적 문제없이성전환자 학생이 여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학 입시에 앞서 그가 성별정정을 통해 법적 성별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태어날 때 지정됐던 법적 성별을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맞게끔 수정하는 하는 법적 행위를 통해 성전환자들은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성별을 어떻게 정정할 수 있는지, 또 법원은 성별 정정 시 어떤 점들을 고려하는지 함께 알아봅시다!

 

2. 법적 성별도 바꿀 수 있나요?

법적으로 성별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원에 성별정정허가 신청을 받아야 합니다. 대법원 전체합의체는 2006년부터 성전환수술에 따른 성별 정정을 수용하였으며, 이에 따른 성별 등록정정신청을 허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성의 결정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 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을 통해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이라고 보더라도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법적 성별정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는 성전환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법원의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별정정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 제 537)“에 따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 104를 적용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사항을 정정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별도의 성별 정정 법률이 만들어지지 않고 사무처리지침으로 정정 허가 유무를 판별하는데요. 이때 법원은 신청자의 결혼 유무, 정정 시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력, 부모님의 동의 유무 등 다양한 부분들을 고려해 판결을 내립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위법한 가족관계 등록기록의 정정)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해관계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






 

3. 법적 성별 변경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하나요?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성별 정정은 사무처리지침을 참고한 가정법원의 판단에 따라 허가 여부가 달라집니다. 2006년에 만들어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은 성별 정정이 가능한 나라 중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사회 인식 변화에 맞춰 빠르게 수정되고 있습니다. Q&A를 통해 법원의 기준을 한 번 알아볼까요?

 

Q1.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으면 성별 정정이 안되나요? ==> NO!

대법원은 2011년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르면 성전환자가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하여, 그 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과거에 혼인한 사실로 성별 정정을 불허할 사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20155월 인천지법 에서는 미성년자 자녀를 둔 미혼 성전환 남성의 성별 정정을 허가한 판례가 나왔는데요, 이는 신청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한 판결로 성별 정정이 되지 않아 오히려 자녀 양육에 불편함을 겪는 상황을 고려해서 내린 판결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례에서는 미성년자 자녀가 없을 것이라는 예규를 참고해 내린 선례가 많습니다.

 

Q2.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 NO!

2006년 당시 사무처리지침에서는 성별 정정 신청서에 부모동의서를 필수 지참해야 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대법원은 이를 개정해 부모 동의서를 필수 서류 목록에서 제외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부모의 동의서를 받기 힘들다는 점과 성전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아래 이루어진 것입니다. 특히 성인만이 성별 정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동의가 성별 정정 불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Q3. 성기 성형수술을 필수이다? ==> NO!

2013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성전환 남성들에게 외부 성기 성형수술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과 그들의 행복추구권을 크게 침해하는 것이라 보고, 이들이 남성 성기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성별 정정을 허가하였습니다. 이후 다른 지방법원에서도 성전환 남성에게 남성 성기 성형수술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지 않으면서 수술 없이도 성별을 정정할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는 성전환 남성의 경우로만 한정된 결정이었고, 성전환 여성과 같은 경우는 장벽이 높았습니다.


이들의 외관이 일반적인 성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일반인의 혼란감은, 경제적 어려움, 수술의 위험성 또는 자신의 성생활방식 등에 대한 선택으로 외부성기 수술을 받지 않은 채 살아가는 성전환자들이 외부성기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이 되지 않음으로써 겪게 되는 사회적, 경제적, 인격적 고통에 비하면, 당연히 감내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2019. 2. 14.2015호기302 결정 )


이후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과 공익소송으로 인해,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에서 수술의 위험성 또는 자신의 성생활방식 등에 대한 선택으로 외부 성기 수술을 받지 않은 채 살아가는 성전환자들이 외부 성기를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성별 정정이 되지못하면 그들이 겪는 사회적, 경제적 인격적 고통이 상당하다고 결정 내렸습니다. 이는 성전환자 여성에게 성기 성형수술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첫 결정이었습니다. 여전히 예규와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판사마다 판결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성별 정정 기준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다양한 상황들을 하여 성별 정정 심사를 진행합니다. 만약 정정이 기각되더라도, 성별 정정은 가사비송사건이기 때문에 횟수에 상관없이 다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가사비송사건은 변호사도 선임할 필요 없이 본인이 직접 신청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비송사건 : 법원의 관활에 속하는 민사사건 중에서 소송절차로 처리하지 아니하는 사건



 

4. 법과 사회적 인식

법대로 합시다라는 드라마 대사가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법은 현실에서의 갈등 관계를 해결하는 가장 일반적인 규율입니다. 법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확립하기도 혹은 그 인식들로 인해 끊임없이 수정됩니다. 법이 규율하는 영역 중에서도 아직 사회적 인식의 흐름이 하나로 확립되지 못한 경우, 끊임없이 논란과 이슈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 여대 성전환자 입학 사건도 그중 한 사례가 될 수 있겠죠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의 행복과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성전환자 또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법을 통해 지위를 획득했음에도 여전히 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해 인권적 측면에서 포용력을 갖춰 문제를 바라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별 정정 판례와 예규는 계속해서 변동과 수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법률이 완전히 제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 법원들마다, 판사들 마다 사례에 대해 내리는 판결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많은 성전환자들이 성별 정정을 받기 위해서 전국 법원을 수소문하며 헤매고 있습니다. 또한 법원에서 존엄성을 침해하는 질문이나 요구들을 받아야 하는 것은 전부 성전환자들의 몫입니다. 우리 사회가 성전환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할 때 입니다. 성별 정정이 권리로서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앞으로 기대해봅니다.


 

= 12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유영지(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