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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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실의 SNS 왕따에 대하여

법무부 블로그 2017. 5. 17. 16:00


초등학교에서 짝을 바꾸는 건 흔한 일입니다. 많은 친구들과 더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뜻이기도 하고, 앉는 자리를 바꾸면서 교실 앞에도 앉아보고, 뒤에도 앉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짝을 바꾸는 날이 되면 방과 후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이야깃거리가 생깁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소위 말하는 왕따와 누가 짝이 되었느냐 하는 것이 주된 이야깃거리입니다.

 

"왕따와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내냐~"

 

오래도록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한 친구와 짝이 되어서 큰일이라며 단체 카톡방으로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그러면, "어휴, 참아, 한 달 금방 간다." "불쌍하다", 친구들은 공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갑자기 "그냥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 저격글 올려!”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한 사람을 대상으로 지목하여 폭언을 하는 글을 저격수를 따서 저격글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친구를 비방하는 글이 SNS를 통해 올라옵니다. "너 재수없어" "제대로 살아라" "좀 꺼져 줬으면..." 하나같이 가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교실을 함께 쓰는 친구들이라면 그 대상이 누군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단톡은 어떻게 보면 과거의 놀이터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놀이터처럼 몸이 한데 모일 수 없으니, 단톡방에서 모여 의견을 나누고 공감합니다. 하지만 좋은 기능만 하는 건 아닙니다. SNS에서 스스럼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왕따로 만들고 있는 초등학생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언어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을 이제는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한번씩 하는 장난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지속적이고 폭력적인 경우가 많고,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친구를 단체로 욕설이나 비방을 하는 수준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SNS에서 친구를 따돌리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따돌림 학생을 초대한 후에 나머지 학생들이 단체로 방을 빠져 나가는 방폭에서부터 피해 학생이 카톡방을 나가도 계속 초대해 욕설을 하고 괴롭히는 카톡 감옥’, 카톡에서 나눈 욕설 등을 퍼다 나르는 일까지 이미 폭력의 유형과 형태는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SNS를 통한 왕따 자체를 누군가 관리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괴롭힘을 받는 학생들은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기회를 갖기도 어렵습니다. 사이버 폭력은 단 한 명으로 그치지 않고 언제든 새로운 23차의 대상을 만들어갑니다. 괜히 돌출 행동을 했다가는 그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왕따를 만드는 분위기에 맞서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SNS에서 저격글을 올리는 학생들은 일상에서 지극히 평범합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SNS에선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게 안타깝습니다.

 

학생들 각자도 학교폭력이 나쁘다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때리는 학교폭력은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데, SNS를 통한 왕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마도 직접적으로 때리는 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때리면 당장에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도 이런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인터뷰해 보면, “그게 나쁜 짓인 줄 몰랐다.” 또는, “그 아이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해 학생들이 상대 학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먼저 배웠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입장을 한번이라고 생각해 봤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상대방을 이기고, 상대방을 제치고, 상대방을 밟고 올라서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고 함께 힘든 일을 헤쳐 나가고 함께 추억을 쌓는 사이라고 생각한다면 왕따를 만드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오늘 카톡방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피해자가 내가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고 배려해야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만 하고 옳지 못한 일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혼자가 아닌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하리라 생각합니다.

 

= 9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최인화(초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