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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개성을 살릴 방법은 없나요?

법무부 블로그 2017. 3. 14. 15:04


초등학생의 화장, 무조건 나쁜가요?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는 요즘 얼굴을 하얗게 한다거나, 입술에 틴트를 바른다거나, 눈썹을 그리는 여학생들이 많다. 아직은 어른들처럼 화장 기술이 뛰어나지 못해 어색할 때도 있지만 친구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만은 어른들 이상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여학생뿐만 아니다. 남학생들 중에서도 컬러 렌즈를 끼거나 머리 염색을 하는 등 아이돌 가수 옷차림을 따라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이런 학생들을 보시고는 따끔하게 혼을 내는 경우가 있다. 학생다운 복장과 외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는 불만이 생기게 되고, 학생은 일단 피하고 보자.’고 생각하기도 한다. 한창 멋을 부리고 싶을 때 멋을 부리면 안 되는 걸까? 초등학생은 정말 화장을 하고 학교에 가면 안 되는 걸까? 몇 살부터 화장을 해야 하는 것일까?

 

 

화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10년 경기도 교육청을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 4곳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교육과정에서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서 제정한 조례이다. 세부내용과 부칙에는 각 교육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체벌 금지, 개성의 실현과 사생활 비밀 보장 권리, 양심, 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들 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고 돼 있다. 그런데 개성의 실현은 무엇일까? 개성의 실현에 화장은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미국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

방학 동안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경험을 가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듯한 화려하고 자유로운 아이들의 모습처럼 미국 학교와 학생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한국의 교실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편안한 교복에 평범한 복장을 모두 하고 있었다.

 

물론 귀걸이를 하고 약간의 매니큐어를 하고 오는 친구도 있었지만 누구도 지적을 하지도 않았다. 학생들도 학생다움을 넘어서는 경우도 없었다. ‘미국 학생들도 특별할 게 없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곳 학생들은 화장이나 외모에 정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일까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며칠 후 나는 색다른 체험을 했다. 미국 오렌지 카운티 얼바인의 작은 사립초등학교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나흘 간을 스페셜 데이(special day)’라고 지정한다. 특별한 복장의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날이다. 내가 머물던 때에는 스포츠 데이(sports day)', '스타워즈(starwars day)', '레트로 데이(retro day)', '크레이지 삭스 데이(crazy socks day)'가 주제였다. 말 그대로 운동복,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옷, 전통 복장, 양말을 재미있게 꾸며 신는 날들을 따로 지정해 학생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발휘해 학교에 오도록 한 것이다. 미국 학생들은 이미 그 행사가 익숙해져 있어서, 비싼 옷을 입는다거나 화려한 장식 보다는 그날의 의미를 찾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 했다.

 


crazy hat day’‘crazy socks day’에 참여한 모습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팀의 옷과 모자를 쓴다거나, 영화 주인공 복장을 하고 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이런 날들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꾸미는 것 대신 평범한 교복을 입고 올 수도 있었다. ‘스페셜 데이는 그 달에 기억할만한 날이나 화제가 되는 주제를 잡은 행사로 학생들도 그 의미에 맞게 즐기는 행사인 것이다.

 

이 날이 생소했던 나도 처음에는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미국 학생들을 보면서 , 내 개성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날의 의미에 맞게 조금이라도 참여하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또한 그날만큼은 친구들끼리 자신을 표현 하고 서로의 개성을 칭찬해줬다.

 

개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 개성을 억누를 필요 있을까?

사춘기 학생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또 인정받고 싶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는 학생들의 개성보다는 공동체의 규칙만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개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정해진 규칙만을 강조하는 것은 학생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학생들은 포기하기보다는 어른들 몰래 숨어서, 자기들만의 공간을 만들 수밖에 없다.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많이 접하지만 정작 학교에서부터 개성을 발휘하는 일이 어렵다면 어떻게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

 

어른들이 어릴 때 어머니의 립스틱을 몰래 꺼내 바르면서 장난을 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 초등학생도 멋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자연스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날을 지정해 마음껏 외모를 치장하고 오는 날을 가지면 어떨까? 너의 개성을 숨기지 말고 밖으로 표현해도 된다! 라고 허락받는 날이 하루라도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서로의 개성을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시간이 생긴다면 어떨까?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 화장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어느 학교에서는 부모님에게 학생의 화장 허용 동의를 구하는 문화가 등장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화장을 허용하는지 여부를 미리파악해서 학생들을 지도하려는 목적이다. 부모님들은 절대 안돼!”를 외쳤을까? 아니다. 틴트 정도는 허용해달라, 가벼운 색조화장을 허용해 달라고 부탁하는 부모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과 똑같은 학창시절을 보냈을 우리 엄마들이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린 결론이 아닐까 싶다.

 

    

 

2014년 발표된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실태 및 구매 행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 5·6학년 586명 중 약 76%가 화장품을 사용해봤다고 답했다고 한다. 색조 화장품을 써봤다는 응답도 전체의 약 32%나 차지했다고 한다. 세상은 변하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면 그 말을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반감이 늘어나지 않을까? 어른의 입장에서 무조건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하기 보다는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모두가 만족할 만 한 해답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이 글을 블로그기자 개인의 의견이며, 법무부의 공식입장이 아닙니다.


= 9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최인화(초등부)

기사참조 =머니투데이, 초등학생 화장 열풍'화장 동의서'를 아시나요?2017.3.8.일자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