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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형 얼굴은 따로 있다?

법무부 블로그 2017. 3. 6. 15:00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을 보셨나요?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은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 봅니다. 내경은 권력에 대한 욕심이 강하고 성품이 잔혹한 수양대군(이정재)이리상’, 수영대군에 맞서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김종서(백윤식)호랑이상으로 분류합니다. 또한 관상가로부터 언젠가는 목이 잘릴 상이라는 예언을 들은 한명회는 살아생전 목이 잘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죽은 뒤 무덤을 파 관을 꺼내 시체의 목을 베는 부관참시를 당합니다. 운명을 피하고 싶어도 자신의 관상 대로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 영화 관상의 줄거리입니다 



영화 관상중에서 네이버 영화검색

 

 

범죄자의 관상도 따로 있을까?

영화 관상처럼, 왕이 될 상이 있다면 반대로 범죄자가 될 관상도 존재할까요? 우리는 우스갯소리처럼 험악하게 생긴 사람에게 범죄자의 상이야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19세기에는 정말 범죄자의 상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8세기에 빈의 해부학자인 프란츠 요제프 갈골상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만들어냈습니다. ‘골상학이란, 사람의 두개골의 모양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 특성, 운명 등을 유추해내는 학문인데요. 골상학에 따르면, 강간범은 이마가 좁고 코가 기형이며 사기꾼은 턱이 넓고 광대뼈가 돌출되었다고 합니다. 갈이 만든 골상학은 미국에 전해져 19세기 중엽에 크게 유행하였는데요. 하지만 이후, 골상학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인구를 증가시켜야한다는 우생학과 접목되어 인종차별의 근거로 쓰이게 됩니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여러 비판을 받은 골상학은 결국 과학으로서의 신빙성을 잃게 됩니다.

  

  

범죄자를 구별하는 AI의 등장

최근 큰 이슈가 된 논문이 있습니다. 중국의 상하이자오퉁대학(상해교통대학) 연구진이 웹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게시한 논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 범죄자의 얼굴을 AI(인공지능)에 학습시켰더니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논문의 내용인데요. 18~55세의 중국인 남성 1856명의 신분증 사진을 토대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이중 절반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연구진들은 AI인 나선형 신경망(Convolution Neural Nets)에게 사진의 90%를 학습시킨 후, 나머지 10%의 사진이 범죄자의 사진인지 아닌지 판단하도록 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정확도는 89.5%에 달하였습니다.

 

연구진들은 이를 통해 일명 범죄형 얼굴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범죄자는 일반인보다 윗입술이 23.4% 더 둥글고, 미간은 5.6% 더 좁으며, 코와 입술은 19.6% 작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두툼한 입술, 좁은 미간, 작은 코와 눈을 가진 사람이 범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입니다.

 

 

    

한계는 없을까?

연구진들은 이 연구가 주관적인 감정을 지닌 사람이 아닌 마음, 감정, 편견이 없는 AI를 통해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매우 객관적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많은 비판을 받게 되는데요. 우선 연구에 쓰인 데이터가 편향되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인종 중 중국인 남성, 그것도 1856명만 표본으로 쓰인 연구에는 신빙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범죄의 형태를 살인범, 사기범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범죄자로만 뭉뚱그려 표현한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골상학으로의 회귀로 봐야할지, 아니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래 전, EBS 다큐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사람을 범죄자로 생각하는지를 조사했는데요. 아이들은 여자보다는 남자, 사납고 무서운 사람, 모자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강력 범죄자들은 생각처럼 무섭게 생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평범하거나 호감 가는 외모를 가진 경우가 많았지요. 그렇게 따지면 범죄자형 얼굴이 따로 있는 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범죄를 저지르고 저지르지 않는 것은 타고난 얼굴 생김보다는 자라온 환경이 더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요?

 

    

= 9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이지현(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