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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어떻게 생각하세요?

법무부 블로그 2016. 5. 20. 16:00




1994년 미국 맥도널드에서 뜨거운 커피를 시킨 할머니가 커피를 쏟고 화상을 입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뜨거운 커피를 아무런 주의 표시도 해주지 않은 채 제공하는 맥도널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요. 이때 판결로 할머니가 받은 손해배상금은 얼마였을까요? 놀랍겠지만 무려 286만 달러였습니다. 이 중 오직 16만 달러만이 치료비였고, 나머지 270만 달러는 처벌 성격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이었습니다. 치료비에 비해 너무 과한 손해배상금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이것은 부당한 판결이라기보다는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높은 고의로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부가적으로 금전 배상을 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너무 뜨거운 커피 온도 탓에 지난 10여년 간 화상 사고가 700여 건이나 있었지만, 맥도널드는 이를 알고도 계속해서 아주 뜨거운 커피를 내주었기 때문에 이를 크게 처벌하여 일벌백계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취지였던 것이죠. 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지만, 최근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는 보통의 민사소송처럼 피해자가 정당한 배상금을 취득하게 하려는 목적보다는 불법행위를 예방하려는 제재적인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근대 후기 영국에서 판례를 통해 인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근대 초기에 영국 법원은 피해자가 타인에게 재산을 탈취 당했을때, 그것을 단순히 회복시켜 주는 소송만 담당했답니다. 하지만 1763, ‘Huckle v. Money사건을 기점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Huckle v. Money사건 *


이 사건의 피고는 당시 악의를 가지고 인쇄 직공인 원고를 체포하여 6시간 동안 감금을 하였다. 이에 대해 배심원들은 피고는 원고에게 1,300파운드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평결하였다. 피고는 평결을 듣고 감금 시간도 수 시간에 불과했고, 감금시간 동안 먹을 것을 제공하는 등 잘 대해주었는데 손해배상액이 너무 과하다.”며 불복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원고가 입은 신체적 손해는 매우 작아 20파운드의 손해배상으로도 충분할 것이지만, 피고는 전 국민의 위에서 전제적 권력을 행사하였고, 이러한 사정은 배심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으며,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여한 것은 정당하다.”라며 피고의 불복신청을 기각하였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6. 7. 25.부터 개정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된 경우로서 정보주체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법원은 그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5조 역시 동법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지요. 이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유사한 법령은 있지만, 아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재 영미법계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대륙법계(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인정되는 것이 좋다, 아니다라는 것은 국가별 상황이나 시대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요.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징벌적제도 도입에 관한 찬반 논쟁이 아주 뜨겁습니다.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 측의 주장을 살펴볼까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

 


1. 불법행위를 제재하는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찬성측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의 하나를 그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 가해자가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에 대해 큰 액수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가해행위의 재발방지 및 일반인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게 하여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형벌로 처벌할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질만능주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오늘날에는 형사상의 처벌만큼 민사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불법행위를 제재하는데 더 큰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사법적 보전기능이 가능하다.

피해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큰 액수를 보상받게 됩니다. 따라서 악의적인 가해자로부터 받은 정신적 상처에 대한 위자료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자의 소송비용의 배상을 보전해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피해자는 소송 시에 소송과 관련된 변호사비용, 소송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이와 같은 충분한 사법적 보전기능은 피해자에게 위안감을 부여함으로서 피해자의 마음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3.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유인책을 제공해준다.

마지막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에 대한 보상제도중의 하나인데요. 본래 민법상의 불법행위제도가 실효성을 다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소요되는 물질적, 시간적 손해나 피로가 예상되어 피해를 보았음에도 제소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때 징벌적 보상제도를 통한 충분한 배상금 제공은 피해자에게 소송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불법행위를 적발하려고 입증의 책임을 다 하게 되겠죠? 불법행위의 적극적인 고발은 궁극적으로 한 국가의 법질서 향상을 가져올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을 찬성하는 측의 의견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도입되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 도입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도 있는데요. 왜 반대를 하는 것인지 그 근거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돼서는 안 되는 이유?

 



1.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저촉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3조 제1항과 제37조 제2항에 각각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조문을 살펴볼게요.

 

 

헌법

13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하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37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도입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사건으로 형벌을 부과받는 동시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민사사건으로 한 번 더 처벌되는 이중처벌의 우려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저촉된다는 것이죠.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에서는 최고 한도가 정재혀 있지 않으므로, 손해에 대한 금액을 배심원 혹은 법관이 재량으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죠.

 

2. 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있고,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고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원고에게 소송으로 인한 일종의 일확천금의 기회를 부여하여 과다한 액수의 배상금을 목적으로 한 소송남발의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 본 맥도널드 할머니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커피를 쏟아 손해배상금을 챙기려 한다든가 작은 것에도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을 의식해 과감한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과도한 배상액으로 인한 기업의 파산 등으로 경제 위축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죠.

 

3. 합리적이면서 공평한 배상금 산정이 어려워서 형평성 유지가 힘들다.

이 주장은 배상금의 결정은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으므로 형평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합리적이면서 공평한 배상금을 산정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겠죠. 특히나 우리나라의 재판은 배심제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을 국민의 법감정을 반영하여 책정할 수 없고, 법관의 주관이 맣이 개입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금처럼 금액을 획일화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좀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 살펴보고 찬반 논쟁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충분히 의의를 갖고 있는 제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제도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도입을 시도하려 할 때에도 이로 인한 문제점들을 사전에 잘 살펴보고,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의 검토가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신영주(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