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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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알몸녀 누가 좀 도와주세요!

법무부 블로그 2013. 4. 16. 17:21

 

4월 초 목포시 상동에서 한 여성이 알몸으로 길거리를 활보했다는 뉴스, 혹시 들으셨나요?

그 여성은 '하나님이 나를 버렸다'는 등의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사람들이 보는 길 위를 걸어 다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시민들은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그 여성을 보호해주지 않고

오히려 촬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나중에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관이 그녀에게 옷을 입히고 경찰서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길거리나 주위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이따금씩 목격할 수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의 여성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다던가,

다른 질병이나 많은 나이 때문에 곤경에 빠진 사람들 또한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누군가의 보조가 필요한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방치된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유기죄가 성립하려면?

 

형법 제271조(유기, 존속유기)

 

①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가 유기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③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제2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의 생명에 대하여 위험을 발생한 때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위에서 ‘부조를 요하는 자’ 란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결함으로 인해

남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몸을 능히 가누기가 불가능한 자를 말합니다.

늙거나 어린 경우, 장애를 가졌거나, 심한 부상을 입거나,

정신을 잃는 등의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죠.

 

위 법조항에서 보다시피 부조를 요하는 자에 대한 보호책임이 있는 사람은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도 보호책임자가 자리를 벗어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처벌받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대부분 노숙자나 취객으로 생각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내버려두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이들을 방치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인간적인 도덕성을 발휘하는 것이 좋겠죠?

 

 

 

이번엔 법에서 말하는 ‘부조를 요하는 자’의 보호책임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누구까지 보호의 의무를 질까?

 

법률상 보호책임을 지는 사람으로는 친권자, 배우자, 노부모를 모시는 자녀, 간호사,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사고를 발견한 경찰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상 보호책임은 아주 다양하며 애매하기까지 하고,

법률로 모든 의무자들을 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판례를 통해 몇 가지 사례를 알아보기로 합시다.

 

[1] 유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행위자가 형법 제271조 제1항이 정한 바에 따라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만한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에 해당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요부조자에 대한 보호책임의 발생 원인이 된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기한 부조의무를 해태한다는 의식이 있음을 요한다.

 

[2] 형법 제271조 제1항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의무 가운데는 민법 제826조 제1항에 근거한 부부간의 부양의무도 포함되며, 나아가 법률상 부부는 아니지만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위 민법 규정의 취지 및 유기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위와 같은 법률상 보호의무의 존재를 긍정하여야 하지만, 사실혼에 해당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기 위하여는 단순한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2.14. 선고 2007도3952 판결 中

 

이 판례를 통해 실제 부부 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에서도 법률상 보호의 의무를 진다는 것,

그리고 요부조자(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보호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거나 게을리 한 경우에 유기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원심이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점의 손님인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배 아래 있는 위 주점에서 3일 동안에 걸쳐 과 도하게 술을 마셔 추운 날씨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아니한 주점 내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정신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주점의 운영자로서 피해자에게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피해자를 위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인근에 있는 여관에 데려다 주어 쉬게 하거나 피해자의 지인 또는 경찰에 연락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계약상의 부조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유기치사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대법원 2011.11.24. 선고 2011도12302 판결 中

 

주점의 운영자가 손님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주점 손님에 대한 부조의무를 다하지 않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취객에 관한 사건입니다.

만취한 손님과 점주 사이에 계약상의 부조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지요.

하지만 몇 가지 경우에서는 보호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행 형법은 유기죄에 있어서 구법과는 달리 보호법익의 범위를 넓힌 반면에 보호책임없는 자의 유기죄는 없애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의무있는 자만을 유기죄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어 명문상 사회상규상의 보호책임을 관념할 수 없다고 하겠으니 유기죄의 죄책을 인정하려면 보호책임이 있게 된 경위 사정관계등을 설시하여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보호의무를 밝혀야 하고 설혹 동행자가 구조를 요하게 되었다 하여도 일정거리를 동행한 사실만으로서는 피고인에게 법률상 계약상의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니 유기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대법원 1977.1.11. 선고 76도3419 판결 中

 

우연히 만나 일정 거리를 동행한 일행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입니다.

 법률상 보호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유기죄를 적용하는 데에는 심도 있는 법리 해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외에도, 심한 내상을 입은 만취 노숙자가 지하철 공익근무요원에 의해 바깥으로 내보내져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이 있는데요, 한국철도공사법에 직원에게 부조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없고,

민법상 사무관리나 관습에 의해 형법인 유기죄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사건도 있습니다.

 

이렇게 알아보고 나니, 주위의 무관심과 무성의로 사망에 이른 사람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면서도

형법의 적용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지요.

물론 양심의 자유라는 것이 있어서 모두가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약간의 관심과 도움을 주는 것이 어떨까요?

혹시 그의 목숨을 구하는 행동이 될 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