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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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험 기출문제, 왜 마음대로 못보는거야?

법무부 블로그 2013. 3. 27. 09:00

 

토익·텝스 시험문제를 불법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커스그룹 회장 조모 교수(54)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 단독 이성용 판사는 15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교수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그의 동생이자 해커스어학원 대표 조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시아경제 2013년 1월 25일자

<'토익·텝스 문제유출' 해커스그룹 회장 집행유예(박나영 기자)> 중 발췌-

 

 

평가원은 지난달 수능 모의평가 직후 사교육기관에 ‘저작권 침해 중지 경고장’을 보냈다. 경고장은 △수능 문제는 응시생들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고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정신적 노력이 반영된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된다 △문제지와 정답을 무단 게재하는 건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평가원은 6월 모의평가 전후에도 같은 내용의 경고장을 사교육기관에 보냈다.

-동아일보 2012년 10월 11일자 <수능 기출문제, 학원 무료강의 앞으로 못 듣나(최예나 기자)> 중 발췌-

 

저도 고등학교를 다닐 때 수능,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많은 수험생들은 문제 유형 뿐 아니라 출제 경향까지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출문제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뉴스처럼 시험문제의 저작권이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저작권이 뭐기에 기출문제를 마음대로 볼 수 조차 없게 하는 것일까요?

 

 

■ 저작권이란 무엇일까?

 

저작권은 저작물·저작자의 권리를 의미합니다.

저작물 및 저작자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2조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 저작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09.4.22, 2011.6.30, 2011.12.2>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2.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이하 생략)

 

 

저작권법 제2조에 따라

소설, 시, 논문 등의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미술저작물, 사진 및 영상저작물 등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모든 창작물은 저작물이 될 수 있습니다.

지도나 도표, 설계도를 비롯해 컴퓨터 프로그램, 건물 등도 저작물이 될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저작권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 저작권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개정 2009.4.22>

 

즉, 저작권은 저작물의 정당한 이용을 도모하고

저작물의 창작자인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줌으로서

궁극적으로는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정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 기출문제를 유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일까?

 

 

기출문제 유포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려면 기출문제가 저작물이어야 하는데요,

위에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모든 창작물은 저작물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시험문제 역시 저작자의 사상이 반영된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저작물로 볼 수 있으며 유포행위 역시 저작권 침해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출문제 유포는 저작권 중에서도 전송권과 복제권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전송과 복제란 무엇일까요?

 

§ 저작권법

제2조 10 (전송)

"전송(傳送)"은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송신을 포함한다.

 

§ 저작권법

제2조 22(복제)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전송행위에는 복제행위가 전제됩니다.

 

음악 파일을 전송하는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내가 받은 음악 파일을 친구에게 전송하기 위해서는 음악 파일의 복제가 필요하지요.

기출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출문제를 유포하려면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송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전송권과 복제권이 침해됩니다.

 

즉, 기출문제 유포는 엄연한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합니다.

경우에 따라 기출문제 유포는 공표권 침해에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 저작권법

제2조 25(공표)

"공표"는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경우와 저작물을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 저작권법

제11조 (공표권)

①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할 것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이하생략)

 

 

공표란 저작권법 제2조 25항에 따라 저작물을

공중에게 공개하거나 발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작권법 제11조에 명시되어 있듯 저작물의 공표를 결정할 권리는 저작자에게만 있습니다.

따라서 저작자가 공표를 허락하지 않은 저작물을 제3자가 배포한다면 이는 공표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토익을 비롯한 일부 시험의 경우 시험이 종료된 후 답안지 뿐 아니라 문제지까지 수거하곤 합니다.

이는 시험문제를 출제한 사람, 즉 저작자가 시험문제를 공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원저작자가 공표를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기출문제를 유포한 경우는 전송권, 복제권 뿐 아니라 공표권까지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변형된 기출문제를 유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일까?

 

 

기출문제를 그대로 유포하지 않고, 문제 순서나 일부 단어를 바꾼 뒤 유포하는 것도

저작권 위반에 해당할까요?

 

판례는 실질적 유사성의 유무를 기준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합니다.

2011년, 한 출판사에서 국가고시 시험문제를 순서, 번호 등만 변경하여 문제집에 실은 적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책에 실은 문제와 실제 문제 간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며 이는 저작권 침해라고 판결했습니다.

 

출판사 대표 겸 발행인인 피고인들이

의사 및 간호사 국가시험 출제문제의 저작권자인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시험문제를 그대로 또는 일부 변경시켜 게재한

기출문제집 형태의 책을 제작·판매하여 구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국가시험 문제의 창작성 및 피고인들이 책에 실은 문제와 실제 문제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2. 1. 19. 선고 2011고단1583 판결【저작권법위반】전문 중 발췌-

 

 

하지만 사용된 단어, 표현 등이 같다고 해서 무조건 저작권 침해로 보지는 않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저작물은 창작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창작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표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가령 누가 하더라도 유사할 수 밖에 없는 표현, 사실 묘사 등은

특정 개인만의 창작성과 무관하므로 해당 표현 자체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없고

실질적 유사성 유무와 별개로 저작권 침해 역시 인정될 수 없습니다.

 

창작물이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을 말하는데,

여기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중략) 관광지,볼거리,음식 등을 주관적으로 묘사하거나 설명하고 있는 부분의 경우,

유사해 보이는 어휘나 구문이 피고인의 책자에서 일부 발견되기는 하지만,

전체 책자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비중이 미미하여 그 창작적 특성이

피고인의 책자에서 감지된다고 보기는 어렵고,또한 편집구성 부분의 경우,

甲의 책자는 소재의 수집·분류·선택 및 배열에 편집저작물로서의 독자적인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의 책자와는 구체적으로 선택된 정보,정보의 분류 및 배열 방식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 여행책자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

-대법원 2011. 2.10. 선고 2009도291 판결 【저작권법위반】전문 중 발췌-

 

 

시험문제를 복원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일까?

 

토익 시험 응시 경험이 있는 분들은 한번 쯤 들어보셨을 법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토익 복원'이라는 말인데요,

매달 토익 시험이 끝나면 항상 'xx년 x월 토익 복원',

'x월 토익 LC 복원'등의 검색어가 포털사이트에 뜨곤 합니다.

토익 복원이란 문제 유형과 가답안, 해설 등을 간략하게 적어놓은 것을 의미합니다.

토익은 별도로 답을 공개하지 않으므로, 응시자들은 이러한 복원 내용을 통해

가채점을 하고 자신의 점수를 가늠합니다.

 

 

▲ 유명 어학원 강사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토익 문제 복원 예시

 

 

이처럼 문제들은 해당 회차 시험의 응시자가

자신의 답안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로만 복원됩니다.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문제를 전혀 예측할 수 없지요.

문제 유포와 달리 시험문제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지만

관련 법령과 판례가 없다는 점, 그리고 정도에 따라 문제를 유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토익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서

비싼 응시료를 내고 시험을 봐도 시험이 끝나면

해당 회차의 문제조차 알 수 없어 아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출문제를 보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시험문제에도 저작권이 있으므로, 기출문제 유포는 엄연한 불법이라는 사실!

꼭 기억해야 겠지요.

 

기사= 이지원 기자